• 권력을 미끼로 한 그놈의 정치판이 우정도 갈라놓았다. 아니, 그 신성한 정치판을 더럽히고 왜곡시키는 인간들의 추잡한 군상들이 더 문제이리라.

    어제(9/6) 오후를 물들인 서울법대 86학번 두 동기생(안철수측 금태섭변호사, 박근혜측 정준길공보위원)의 폭로와 반박전은 가히 현 정치판 속을 고스란히 보인 단면이라 할 것이다.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안 원장이 안랩 설립 초창기에 산업은행의 투자를 위해 투자팀장인 강모씨에게 주식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과 "안 원장이 목동에 거주하는 음대 출신의 30대 여성과 최근까지 사귀었다는 것"을 터뜨릴 수 있다고 하면서 불출마를 종용내지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두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검사 재직까지 오는 동안 비슷한 길을 걸으며 남달리 우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비교적 적극적인 성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정치판에도 비슷하게 들어왔지만, 반대자로 선 정치 생리상으로나 활달한 성격으로 보나 우정 쯤이 갈라지는건 시간문제였지 않나 싶다. 이제 권력 앞에 우정은 한낱 바람 앞의 등잔불이리라..

    그런데, 어설픈 정준길씨가 비슷한 말을 한 건 사실인 것 같다. 그 자신 스스로 기자회견을 갖고 "시중에 떠도는 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문제소지가 있기에 철저히 검증에 준비해야 한다."며 친구 사이에 좋은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 반박했기에 그렇다. 이 말에 따르면 그 뉘앙스를 짐작해 보건데, 어쩌면 도리어 이중첩자처럼 슬며시 경쟁자에게 첩보를 흘린 경우일 수도 있겠다.

    정준길씨나 금태섭씨나 누구도 그 대화내용을 녹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는 제3자 입장에서 볼때, 그 말의 뉘앙스가 일단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가 있다. 부드러운 톤으로 단순히 정보를 준 것인지 아니면 강한 어조로 협박한 것인지를 알 근거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부드러운 톤이었다면 금태섭씨가 먼저 우정을 깨면서 자신의 과욕을 채우기 위해 상황을 부풀리는 비열함이 있는 것이고, 협박조 였다면 정준길씨가 현 정치와 대선 판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바보임에 틀림없다 하겠다.

    그런데 그건 그것이고 이성적으로 그 상황을 파악해 보자.

    어제 금태섭씨의 폭로는 순간적 감정이 아닌 철저히 논의되고 계산된 발언이었다. 폭로라는 것이 그렇듯이 뭔가 이득을 챙기기 위한 사전포석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8월 들어서면서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 안철수 검증을 보면서, 안철수를 중심으로 하는 집단에겐 상황 타개를 위한 반전카드가 반드시 필요했고, 이런 상태에서 금태섭은 그 쓸모없는 우정대신 과감히 자신이 총대를 맨 것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안철수 원장도 청문회에 나왔던 많은 이들처럼 자신이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오를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5년 전까진 말이다. 그 자신이 한 말과 행위들은 지나가는 시간에 묻히는 것이고 그 누가 타박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반전되었다. 그 스스로 만든 상황이지만, 장관이 될 사람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검증의 난관에 맞닥들여진 것이다. 청춘콘스트를 그냥 심심해서 한게 아니지 않는가! 아마 몇 년전부터 차곡차곡 준비해 왔는지도 모른다. 다만 용기가 아직 서지 못하는 것 뿐이다.

    8월 들어서면서 과거 최태원의 구명사건으로부터 점화된 안철수 검증은 룸살롱 사건, 주식 사건, 아파트 딱지 사건 등으로 이어지면서 현 자신의 발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원장 본인은 물론 안철수측의 반박이나 사과 성명은 없었다. 말하는 것이 고작 그랬는지 안그랬는지 모른다 아니면 변명 정도에 그친 것이다. 젊은이들 앞에 그 말 잘하던 안철수 원장이 왜 자신의 지난 인생의 괴리에 대해선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정의를 말하고 합리적이라면 당당히 못 나설 이유가 없다. 아니라면 그 이유를 대면서 아니라고 말하고 그랬으면 당당히 사과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답습하고 있는 구시대적 잔재를 청산하겠다는 자라면 말이다.

    과연 이게 네거티브인가? 현재 안철수 원장이 받고 있는 검증은 개인적 네거티브와는 다르다. 목동의 어느 30대 여자와 사귄다는 설은 개인적 네거티브가 분명하다. 하지만, 최태원 구명사건부터 딱지 사건까지를 보면, 이는 적어도 사회적이고 공적인 문제로서 자신의 현재 언행과의 불일치의 이유를 반드시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해야 할 일이다.

    안출수측은 말한다. 지금 대선 출마도 안했는데 왜 설명을 해야 하냐고? 과연 그런가? 안나오고 나오고를 떠나서 적어도 지금은 대선판을 흔들고 있는 장본인이 아닌가? 자신이 말하는 원칙과 상식의 틀에서라도 출마여부를 떠나 사회에 미친 파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결국 출마를 안한다 하더라도, 어딘가는 붙을것 아닌가 말이다.

    안철수측은 선후를 확실히 하기 바란다. 어제 기획된 폭로 잔치를 통해 기본 문제를 호도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당했다는 협박 운운 이전에, 적어도 현 안철수의 상식에 반하는 과거 언행에 대한 진실 작업이 먼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협박을 당했다고 할 만큼 떳떳한지도 두고 볼 일이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그 정도 정보로 협박할 정도의 정준길씨라면 대한민국 검사라는 이력이 부끄럽다 하겠다.

    이번 폭로戰에 참 웃기는 일이 첨부되었다. 바로 민주당의 행태다.

    민주당은 요즘 경선으로 바쁘실텐데, 딴짓하다가도 개가 고기만 보면 혀를 낼름 내밀듯이 협박이란 말에 얼싸구나하고 반대당 경쟁자에 대한 친절한(?) 코멘트를 날리기에 바빴다. 민주당 대변인, 문재인 대변인, 손학규 대변인, 김두관 대변인 등은 "유신독재 부활 신호탄" ,"사찰", "박근혜 즉각 사과해야", "민주주의 정면 도전" 운운하며 우려스런 자신들의 현 상황타개의 재료가 생겼음을 기뻐하며 그 증폭에 힘을 보탰다.

    금태섭, 장준길의 우정이 깨지는 순간을 즐기는 이들이 더 안스러운건 왜일까!

    안철수측은 친했다는 두 사람간의 말을 폭로하기 이전에, 안철수의 각종 설에 대해 국민에게 떳떳히 설명하는게 더 상식에 맞는 일일 것이다. 아닌 것을 폭로하면 그건 폭로자에게 갈 역풍이 아니겠나? 어딘가 모르게 어제의 폭로는 확대해석된, 좀 쫀쫀하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큰 개를 자기편이라 생각하는 작은 개들이, 큰 개가 짖으니 그 개를 보호 옹호하겠다고 그 작은 개들이 같이 짖는 꼴이 어제였다. 현재의 민주당의 처지가 그런 상태다.

    이것을 첨부하고 싶다.
    안철수측은 이것을 아는게 이롭다. 검증없는 대통령은 없다는 사실이다. 검증을 피해 가겠다는 투라면 그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기만이며, 검증없이 대통령이 된다는 건 국가의 불행이란 사실이다. 

    이것은 양념이다.

    과거에 김xx 노xx의 여자문제가 있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대선 전에 xxx당은 그것을 폭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생활이요 도리어 역풍의 가능성도 크다고 봤기 때문이었지 않나 싶다. 어제의 협박 폭로는 한마디로 협박할 건덕지가 안되는 재료를 키운 걸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