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5년 광복, 1948년 건국 이후 이제 환갑이 넘은 대한민국은, 단군이래 가히 최고의 결단과 고뇌의 역사라 할만하다. 지정학적 위험성과 분단이란 현실에서 살아남은 바탕엔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이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그 시련으로 점철된 역사를 건국 시대, 산업화 시대 그리고 민주화 시대로 구분한다.  

    세 부류 중에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는 격동의 시대를 가져온 맞수였다 할 것이다. 다시말해 분열의 전조이기도 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먹고 살것을 해결할 강한 리더쉽이 필요했고 또한 그 당시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것을 수용하고 매진했던게 사실이다. 5.16 문제를 좋은 가십거리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자들이 있지만, 5.16 자체와 산업화 성과를 확실히 구분지어 줄 용기가 있다면, 5.16에 대한 보다 진솔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산업화 성공 과정에서 해결치 못한 앙금들이 모여 분출된게 바로 민주화라는 이념이다. 광의적 산업화의 속성이 가진 단점들을 잘 파고든 자연스런 파고였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개인의 이익보단 단체와 조직의 성과에만 목매는 일본인들의 속성에 비해 한국인은 참으로 다양한 논리의 대명사라 할 증거가 되고 있다. 다만, 그 민주화가 실체적 속성을 간과하고 편향되고 있다는게 아쉽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각각 집권을 경험해 보고, 국민들도 그들의 실체를 이제는 알게 되고, 그래서 중도지향이라는 노선의 헛물도 알게 된 지금.. 2012년....... 

    이제 세대가 바뀌고 있다. 건국세대는 물론 전쟁세대 산업화세대 그리고 민주화세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알지만 배고픔을 모르는 현 젊은 세대에게 과거의 어려운 시대의 경험적 진실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역사는 그런 것인지 모른다. 역사가 살아 숨쉬고 생물처럼 수명이 있는 이유가 이것일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도 그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매너리즘을 극복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매진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을 미래의 그 시작점은 무엇인가?

    20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최종 후보 수락연설에서 대통령이 되면 보수나 우파대통합 이란 한쪽 분모가 아닌 '100% 완전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역설했다. 물론 맞수인 민주당이나 오마이뉴스 등의 매체들은 "참신함이 없다. 대선 홍보용이다."라는 비아냥을 섞어가며 열심히 매도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적 속성에는 기존 정치의 한계가 고스란히 배어 있음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국민통합은 그동안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였다. 항상 사탕발림의 앵무새 소리였기에 어쩌면 비판적 매체들을 이해할만도 하다. 하지만, 이제 진짜로 바뀌어야 할 시대적 소명과 이유가 넘쳐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100미터에 가까운 댐이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질 수 있듯이, 이것이 그렇게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이다. 시대의 패러다임을 구현할 처절한 사명감이 필요할 뿐이다. 

    20일 박근혜 후보는, 대선 후보 확정 후 그 다음날 바로 이승만ㆍ박정희ㆍ김대중ㆍ노무현 등 4명의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대선후보로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행보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상징하는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함으로써 국민 완전대통합의 의지를 재확인시킨 첫출발이란 의미가 있다. 민주당에선 당혹함을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했으며 오직 깔아뭉개기에 바빴다. 허를 찔린 문재인 경선후보는 할 수 없이 인정하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21일 대통령들 묘소 참배때는 아버지 박정희도 여럿 대통령 중 한명 이었을 뿐이다. 누구에게도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봉하마을에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후 권양숙 여사를 만났는데, 같은 여성으로서 서로가 덕담을 주고받은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22일 오전엔 평소 아버지 박정희를 욕하며 더군다나 얼마 전에 '칠푼이'라며 자신을 매도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해 '하여튼 잘하쇼'라며 정치 선배가 주는 조언을 들었으며, 오후에는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휘호 여사를 예방해 동서화합의 열의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 여사와 박 후보는 옛날 육 여사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서로 덕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특히, 이 여사는 여성 대통령에 거는 기대와 남북협력 관계의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그에 맞는 정책을 펼 것이라며 화답했다.

    2012년은 특히, 대외적으로 격량의 시대가 될 전망이다. 다시말해 내부결속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내몰고 있다. 선진국에서 불어오는 살엄음판의 경제위기, 상존하는 북한의 위협과 갑자기 다가올지도 모를 통일에 대한 대비, 일본의 군국화와 위안부 독도문제, 역사조작과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중국의 위협 등.....한마디로 경제와 영토 그리고 민족주의에 기반한 동북아 질서의 재편성이 전방위적으로 터질 전망이다. 사실 안철수 원장의 부적합성이 이 부분에서 노골화되기도 한다. 

    100% 대한민국은 단순히 서로가 마음을 합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정치개혁 그리고 공정한 경쟁 그리고 성장을 통한 분배 실현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고, 결국 그것이 국민 개개인의 행복으로 돌아올때 100% 대한민국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소리다. 박 후보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작이다. 한걸음 한걸음 차곡차곡 국민의 신뢰를 쌓아 가는 것만이 203040 세대로부터도 화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놓인 대한민국으로선, 이제 여성적 리더쉽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역사적 위치에 서 있는지 모른다. 그동안 허트러지고 나누어진 모든 것들을 잘 정돈하고 새로운 힘을 창출할 적임자가 바로 여성일 수 밖에 없다는 시대적 소명이 보인다는 말이다. 그 여성지도자에겐 국민대통합을 통해 대외, 대내의 治를 이룩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  

    박근혜 후보의 방문을 흔쾌히 수락하고 따뜻하게 맞아 준 이휘호 여사, 권양숙 여사에게 머리숙여 감사를 들여야 할 것 같다. 정치인들의 술수에 국민 서로가 흘뜯고 비방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직감하게 된다. 부정적 시각보다는 이처럼 안아주는 따뜻함이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못할까! 필자도 이제야 새롭게 느껴지게되는 이 여사와 권 여사의 포근함이다. 

    누구는 그렇게해도 호남 표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 말한다. 여기에 덧붙여 박근혜가 가장 쉬운 상대라고 맞수들은 공공연히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바위가 빗물에 깍이는 현실을 부정하는 안스러움과 안위한 사고방식에 젖은 구시대적 자아자찬일 뿐이다. 국민적 성숙이 결국 진정성을 확인해줄 것이고 선택의 폭을 넓혀 줄 것이다. 박근혜의 진정성과 국민적 신뢰의 합작품이 그것을 증명해 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한 가운데 표는 오는 것이지, 표를 구하는게 우선이 아닌 것이다.

    먼저 간 아버지와 남편을 대신한 이 세 여성들의 역사적 해후는, 대한민국의 가능성과 밝은 미래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결코 폄화될 수 없다. 또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표 여부를 떠나 호남에도 일정부문 인정을 받고 있는 박근혜의 끈끈한 기(氣)와 따뜻한 두 여성이 일구어낸 화해의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