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를 빌미로 사회적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시대는 지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12부는 8월 16일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한화 김승현 회장에게 징역 4년 실형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검찰이 적용한 배임 4856억원 중에 3024억원 그리고 조세포탈 26억원 중에 15억원만을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결과였다.

    우리나라 그룹 10위의 한화그룹 총수를 법정구속 했다는데, 어느 정도 충격이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간 대기업 일가들의 불법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이 오히려 사회적 악영향을 끼쳐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은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적용하는 시금석이 아닐 수 없다.

    2003년 안철수 원장이 '브이소사이어티'라는 이너서클에서, 동 회원이던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1조 5천억원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될 당시, 구명운동의 일환으로 탄원서 작성에 참여했다는데,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게 그 골자였다. 한마디로, 구시대적 발상이라 할 것이다. 그에게 기회를 그동안 주지 않았던가? SK그룹이 성장하는데 얼마나 많은 기회를 주었는가! 또한 분식회계는 철저히 계획된 범죄로서 순간적 실수도 아니다. 한마디로 세상물정 모르는 강자의 오만함이요 도덕적 해이다.

    솔직히 우리나라가 경제를 일으키고 성장의 깃발을 휘날릴때는 기업들의 탈법에 눈감아 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시대적 소명은 다했다. 다시말해 이제는 정치 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책임성이 강조되고 도덕적 자세를 요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대기업의 구시대적 정서에 비해 국민들의 수준은 올라있음을 직시해야 할 때이다.

    국민들은 힘들다. 하지만, 막장 인생은 아니다. 보다 정화되고 공평하게 체계화된 사회적 기반에 목말라 있을 뿐이다. 기업 특히, 대기업은 장사꾼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기업을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력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자신들의 모든 사회적 범죄를 커버해줄 만병통치약이 아님도 알아야 한다. 자신들의 현 위치 자체가 이미 혜택이라면 기분 나쁜가?

    '사회적 기여'나 '경제에 악영향'이란 구호를 외치며 당연한 듯이, 법적 태두리를 비껴가는 관례는 우리 사회의 밑바탕을 갉아먹는 중대 범죄가 분명하다. 기업을 운용할려면 탈세와 배임 등이 당연하고 그렇게 해야 하는게 현실인가? 어딘가 법적 부실을 파고들며 사회적 일탈을 일삼는 경제공룡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던가?

    대기업 일가들은 어디 하늘에서 대기업 하라는 권리라도 받고 태어났는가? 자신들이 아니면 기업할 사람이 없는가? 자신들이 받는 사회 국가적 혜택을 가늠해 보기라도 하는가? 결국 국민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보호해주는 든든한 기반임을 알기라도 하는가?

    대기업의 오너들은 한마디로 철면피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만든게 분명하다. 각종 비리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기변명에만 빠진 자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검찰로 불려가는 순간에도, 혐의가 인정되어 나오는 순간에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떳떳하다. 이건 우리가 요구하는 도덕성의 결말이 분명 아니다.

    이제 패러다임을 바꾸자. 아니 혁신하자.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혁신도 개혁도 그 때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법 포퓰리즘', '이래서 기업 하겠나'란 볼멘소리가 더 이상 울려 퍼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신들의 범죄를 '경제'란 목줄로 희석시킬려는 꼼수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우리의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대기업 2,3,4세들의 전횡은 오히려 더 무섭다. 이들의 인식의 틀을 바로잡기 위해선 새로운 사회의 변화를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앞으로 몇몇 대기업 오너들의 판결이 줄 서 있다고 한다.

    사회적 강자로서 모범이 되어야 할 대기업 오너들의 사회변화 인식을 바로잡는 것은,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서민표적 범죄 근절에도 절대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제 민주화!

    500년이라는 조선의 역사에 비해 대한민국의 역사는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좀 더 길게 그리고 좀 더 합리적으로 가기위한 초석임을 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