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선 레이스가 본격 개막되었다.

    새누리당은 20일 민주당은 21일 대선후보 등록을 모두 마쳤기 때문이다. 각 대선후보들은 나름대로 분주한 분위기인데, 일단 새누리당은 24일 민주당은 23일 각 당의 대선후보들의 TV 토론회가 예정되어 있어 주목할만 하다. 장외 종목인 안철수 교수는 그동안의 여유와는 달리 등판시점 조율을 두고 물밑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安은 결국 대선에 본격 뛰어들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그 선언을 본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신비로울 뿐이다. 

    일단 대외적 선두 주자로 여겨지고 있는 박근혜 후보의 발걸음이 제일 두드러져 보인다. 얼마 전 정두언 사태를 겪으며 '원칙과 신뢰의 정치'에 흠집이 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지만, 박근혜의 사당화라는 네거티브가 결국 흠집내기였음이 증명되면서 다시금 박근혜의 신뢰 정치의 탄력성은 유지되게 되었다.

    일단, 박 후보의 대선 전략은 정책 대결이다. 박근혜 경선 캠프인 '국민행복'이 21일 "근거없는 흠집내기식 네거티브 공세는 서로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경선 경쟁자들에게 제안한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당내나 특히, 민주당 등 대선 후보들의 전략은 네거티브에 집중되어 있을 정도로 네거티브는 마약과 같은 존재다. 그 네거티브 전략으로 승리를 한 사례도 분명 있기에 그렇다. 과도한 네거티브에 목숨거는 정치인들의 행태나 그러한 네거티브에 국민들이 일희일비하는 악순환은,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끊어야 할 숙제다.

    경선 후보등록 마감 전까지 박 후보는 전국 투어에 나섰었는데, 충청권부터 시작해 전라권 경상권 그리고 강원도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10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선 개인별 맞춤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시대를 선언했는데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위한 7대 약속이 포함되어 있다. 14일 방문한 전남 나주에선 "찡하게 예쁘네요"란 덕담을 들으며 농촌지역경제의 애로사항과 농촌경쟁력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따뜻하게 맞아준 전남 나주시 세지면 송제리 화탑마을 주민들에게 박 후보는 호남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17일 대구 안일초등학교 방문에서 발표한 교육 공약에는, 대입 전형의 단순화, 저소득층의 대학등록금 무료화 그리고 2014년부터 매년 25%씩 단계적으로 실시해 2017년까지 100% 고교 무상 교육 실현이 담겨 있다. 또한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OECD 평균 수준인 GDP 대비 1%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18일 이뤄진 강원도 철원군 접경지역 방문에는,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사업 현장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박 전 위원장은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했으며, 생태공원이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전했다.

    19일의 부산광역시 방문은 좀 의미있는 투자였다. 부산은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교수의 고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승부의 변수지역이 될 전망이다. 부산 남구 대연동 여성회관에 있는 '부산 여성 새로일하기 지원본부'를 찾아 애로사항 청취하고, 교육생이 만든 음식을 시식해보기도 했다. 이후 부산 동구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부산 사업부를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여성전용 휴게실에서 사인행사도 가졌다. 그는 부산에서 여성경제 참여가 국가발전의 핵심동력이라며 여성정책을 발표했다. 3대 정책방향과 7대 약속이 그것인데, 눈에 뜨이는 것은, 일과 가정 양립제도의 사각지대 없애기와 '아빠의 달'을 도입해 출산휴가를 활용한다는 것 그리고 자녀장려세제 신설 등이다. 그동안 남성 대통령들이 내 놓았던 주먹구구식 여성정책에 비해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정책과 진정성이 여성의 삶의 질을 얼마나 올려줄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러한 박 전 위원장의 행보에 맞물려 새누리당 소위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선점 경쟁도 점점 가열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2위 주자들의 지지율 경쟁 노력은 향후 새누리당 대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전망이다. 박근혜가 결코 철옹성이 아님을 증명하는 노력과 의지가 절실하다.

    김문수 후보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억울하면 지지율 올려야지" .....사실 맞는 말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현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자신의 몸값을 한껏 올리는 노력이야말로 결국 자신의 정치생명을 견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몽준 의원과 이재오 의원의 경선불참 선언은 실기라 할 것이다.

    민주당 분위기도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다. 하지만, 안철수 등판이 이루어지면 자신들이 마이너리그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19일 기습적으로 출판된 '안철수의 생각'은 추가 인쇄가 들어갈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녹화도 마쳤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보기엔 그는 사실상 대선출마를 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생각 중인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말이다.

    사실, 안철수 교수가 그동안 보여준 신비주의는 어쩌면 공산사회를 연상케 한다. 이게 심한 말이라고 보는가? 네거티브는 음해지만, 자신을 밝히는 작업은 검증이다. 그 검증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발상이라면 민주주의 사회에선 문제가 분명하다. 우리 국민들은 성공한 안철수보단 인간 안철수 그리고 자질 안철수를 알기를 원한다. 그는 이것을 떳떳히 보여야 한다.

    그가 책을 출판한 이유는 뭘까? 정치적 행정적 실적이 없는 그는 주로 대화적 모드를 통해 공자왈 맹자왈을 말해왔다. 말로는 뭘 못할까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는 한번도 공개적으로 복지와 안보 대북문제 그리고 국정에 대한 비젼을 언급한 적이 없다. 한미 FTA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이랬던 그가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라는 부제를 단 책을 통해 여러 현안에 대한 언급을 이번에 한 것이다. 여전히 신비주의는 진행 중이다. 수영장을 건널 수 있으면 태평양도 건널 수 있다는 安의 발상은 '하면 할 수 있다'라는 의지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는 말'로 들린다. 정치인데 말이다. 이는 국민에겐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까 한다.

    최고 지도자는, 한을 건국한 곰탱이 한량 유방이나 천민에서 출발해 명을 건국한 주원장의 위력처럼, 정책과 정책이 부딪치고 사람과 사람이 갈등하는 현장에서 치열한 현장체험을 통해 전체를 보는 눈을 그 이전에 체득해야 한다. 이 점에서 안철수는 여전히 의문점이다. 그가 똑똑하다는 것은 지도자의 자질 중에 하위의 개념이다. 오히려 뚫고 나갈 투지와 결단성이 국민들이 보기엔 더 유용한 덕목이다.

    정말 안 교수에게 묻고 싶은게 있다. 북한의 민주화에 대해서 말이다. 그동안 북한정권과 소통해야 한다는 햇볕정책처럼 정권과 교감하는 전략은 어쩌면 쉬운 작업이다. 하지만, 북한 주민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그만큼 반감되고 말 것이다. 북한정권과의 교류도 필요하지만, 진정성 없는 그들보다 결국 북한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 절실해 보이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절벽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면전략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북한 탈북자를 위해 힘쓰다가 중국 당국에 체포되어 고생하던 북한인권 운동가 김영환씨가 구금에서 풀려나 추방형식을 통해 20일 귀국했다. 그는 80년대 주사파의 이론적 배경을 내놓은 인물이다. 하지만 실질적 체험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과연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 가를 깨달은 즉시, 그는 진정한 민족주의자로 환골탈태했던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김영환씨의 예처럼, 탁상공론보단 실질적 정치에 고민하길 바란다. 자신의 고민없는 살탕발림식의 말화장이 아니길 말이다. 또한 신비주의적 이상과 현실을 잘 구분하길 바란다. '현실'은 야합이 아닌 국민을 위한 최선의 선택임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안철수는 북한 민주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부터 개진하는게 급선무다. 이것으로 얼마나 현실을 직시하고 민족을 위한 진정한 길을 생각하고 있느냐를 판가름 할 수 있다고 본다.

    금년 대선은 추석을 넘기면서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경선흥행의 변수도 잠복해 있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후보들의 현실적 노력과 경험을 우리 국민이 제대로 알아주는 일이다. 복지의 남발이 아닌 원칙과 진정성 있는 지도자가 그 갈림길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대한민국은, 그동안의 남성 지도자들의 허물과 국민(서민)의 아픔을 치유할 여성 지도자의 힘에 주목할 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