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새누리당을 비롯한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은 대선 경선룰을 확정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민주당에 비해 박근혜라는 절대강자가 버티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오픈프라이머라는 난제를 두고 파열음이 특히 심한 것 같다.

    우선 경선 일정은 새누리당에서 먼저 나왔다.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후보 등록(7/10~7/12)후 이어 8월19일 대선후보 경선 투표를 실시하고 9월 20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후보를 최종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따라서 경선룰 협상시한은 7월 9일까지는 가능한 상태다.

    민주당은 밖에서 뜸만 들이고 있는 안철수를 의식해 2단계 경선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1단계는 8월 중순부터 지역순회 경선을 시작해 9월 23일쯤 민주당내 대선후보를 결정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2단계는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10월말에서 11월초)를 위한 플레이오프를 치뤄 경선흥행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내심 야심찬 전략임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안교수가 검증과정도 거쳐지 않은 상태에서의 2단계 경선이라면 이것은 민주당의 수치요 국민기만 그 자체가 분명하다. 새누리당 보다 한달이나 늦게 시작해서 2차경선이라는 고비를 하나 더 만들어 11월달까지 길게 길게 그 분위기를 고조 시키겠다는게 민주당 흥행경선의 핵심이자 꼼수다. 대규모 모바일 투표는 흥행을 위한 양념이다.

    각 당의 대선 후보군은 이렇다.

    새누리당엔 박근혜 전 대표를 선두로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호 의원등 소위 비박의 대표주자들과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신진세력이 경선참여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의 빅3외에 한물간 정동영, 박준영 전남지사, 김영환의원, 조경태의원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이고 덤으로 박영선의원, 문성근씨도 판 키우기에 동참할 태세다.

    민주당의 대선승리 핵심 패키지는 "새누리당보다 늦게 확정, 판키우기, 안철수, 2단계, 도토리키재기, 모바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국민을 위한 영양제 없이 칼로리만 높인 음식잔치 명세서다.

    우리가 대선을 치르면서 언제부턴가 놓치지 않고 거론하는 것이 바로 '경선흥행'이다. 이는 노무현 신드롬이 낳은 결과라는 말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일시적이고 열광적인 말초자극에 열광하고 매료되는 현 시대의 자화상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한 국가의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일시적 순간적인 흥행이 변수라는게 허무할 뿐이라는 견해다. 정책대결을 실종되게 만드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수험생이 기출문제를 풀며 출제자의 성향을 파악하듯이, 국민들의 구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전략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그것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민주당은 오직 '경선흥행'에만 몰입된 상태라 정상적인 후보를 내놓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소위 비박주자들이 이슈화한 완전국민경선제는 그것으로부터 불거질 문제점은 분명히 있지만 '원칙고수'를 내세우고 있는 박 전 대표도 솔직히 고심하지 않을 수는 없다. 비박 빅3가 그동안 자신들의 세(勢)를 불리지 못한 점은 자신들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치명적 불찰임도 부인 못할 일이다.

    새누리당의 현 경선룰(대의원20%,당원30%,일반국민30%,여론조사20%)은 이명박-박근혜 경선시 확정된 것으로 안다. 박 전 대표가 말하는 소위 '만들어진 룰'인 것이다. 여론조사까지 솔직히 모든 항목이 다 들어간 종합세트 경선룰로 보인다. 이에 비해 오픈프라이머는 아직 한번도 안해 본 제도라 역선택의 어처구니와 판이 오히려 어지럽혀지는 무질서함이 난무할 개연성은 분명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완전반대의 명분은 약해 보인다.

    이에 비해 고만고만한 후보 군을 가진 민주당의 화려한(?) 경선'룰'은 별로 어렵지 않게 돌출될 게 뻔하다. 다만, 안철수 교수와의 룰 합의가 변수일 건데, 안철수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과 안철수가 버틸 명분을 없애기 위한 동시다발적 작전에 민주당 지도부는 머리를 싸맬 것이다.

    앞에 언급했지만, 민주당의 '대선 흥행대박 뮤지컬'은 국민의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전략으로 꽉 차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민주당의 고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올해 치러진 4.11총선에서의 국민선택의 결과 때문이다. 국민을 아직도 미련한 곰탱이로 본 민주당의 안하무인식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지만, 대선에선 여전히 흥행카드만 잘 쓰면 된다는 믿음으로 꽉 차 있어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여기서 정치인들이나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경선흥행을 바라보는 옳은 시각이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경선흥행의 모습엔, 경선흥행에 깔려진 '고난의 행군'이라는 이면적 투영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짜맞춰지고 연출된 경선경쟁은 고난과정이 아닌 꼼수로의 변질임을 깨달아야 한다.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진짜 '고난의 행군'은 이미 경선 전에 다 마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준비된 대통령이 그것이다. 국민들은 빗나간 경선흥행의 꼼수에 속지 말아야 한다.

    박 전 대표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도 있다.

    일단 모든 결정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원칙고수' 좋다. 하지만, 포용과 원칙고수를 구별 못할 국민들이 아님을 잘 알자. 한참 앞선 박 전 대표의 의연함과 진솔함에 국민적 감동이 숨어 있다. 경선룰 변경도 합리적인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국민들은 분명 그 진정성에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다시말해 합리적으로 절충된 경선룰 변경이 결코 원칙고수의 파괴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선흥행에 목숨거는 비열함도 문제지만, 그것을 멀리하거나 두려워 할 이유도, 당내 대선주자들의 지지표를 잃을 이유도 없다.

    또한 국민들은, 당장 보이는 민심왜곡식 '흥행' 놀음보다 그 이전에 겪었을 '노력과 고난'의 세월에 집중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