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선이 영혼을 누가 人質 잡는가?

     -미군에 악감정이 남아 있는가?

  • "그 사람들이 일부러 그랬겠나. 그날 너무 수가 안 좋았던 거지…."

     미선이 아버지가 조선일보 기자에게 한 말이다. 미선이가 떠난 지 10년. 정작 미선이네 가족들은 딸과 손녀와 여동생을 이제 그만 하늘나라 여행길에 훨훨 떠내 보내야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영혼을 반미 투쟁의 제물로 삼으려는 ‘그들’은 그녀와 그 가족들을 막무가내로 꽁꽁 붙들어 매두려 했다. 영혼을 인질 잡은 자들이었다. 한 청순한 소녀의 가녀린 혼령마저 자신들의 알량한 ‘변혁사업’에 이용해 먹으려는 자들-이들을 보면서 인간이 어디까지,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가를 침통하게 가늠하게 된다.

    이럴 땐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죽일 X들? 그걸론 안 된다. 더 큰 응징은 없을까?
    어떻게 해야 그런 자들을 최고 최대로 단죄할 수 있을까?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지옥을 탈출한 동포들을 ‘변절자’라며 쌍욕을 해대는 세상이다. 이런 세태를 어떻게 하면 가장 강력하게 벌할 수 있을까?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이다. 고립이란 말이 너무 고상(?)하다면 “조리 돌린다”고 해도 좋다. 동네에서 철저히 따돌림 하고 창피 주는 벌이다. 상종을 하지 않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예이, 이 천하에 몹쓸 것!” 하며.

    그러나 그러기엔 그들 패거리가 이미 만만치 않다. 뼛속까지 그렇게 생겨먹은 골수들은 어떻게    해 볼 방도가 없다. 문제는 그들의 궤변과 선동에 휩쓸리기 잘하는 ‘솔깃 족(族)’들을 어떻게 하면 그들로부터 떼어놓느냐 하는 것이다. 이게 이 시대 싸움의 핵심이다. 높은 공부깨나 했을 대통령 지망생까지 “바람 일으켜 그들에게 갖다 줄래” 하는 판이니 말해 뭘 하겠나?

    우리 시대 싸움은 이데올로기 싸움의 형식을 가진 ‘인간다움 vs. 인간 같지 않음’의 총력전, 전면전이다.
    ‘중도실용주의’라지만 인간, 비인간의 대결에서 ‘중도’는 있을 수 없다. 이게 무슨, 단순한  의견 조정 다툼인가? 이념대결 하지 말라고? 미선이 영혼을 이용하려는 자들에 맞서 그녀를 그만 괴롭히고 왕생극락 시키자는 것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탈(脫)이념’인가? 무식한 소리! 배운 자의 무식은 가장 큰 죄다.

    미선아! 나래를 펴고 훨훨 날아라. 날아서 꽃동산에 들어라. 성모 마리아님께 빌어주리, 지장보살님께 빌어주리.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