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태용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 이태용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여수에서 엔젤호를 타고 한려수도를 돌아본 적이 있다. 40년 전, 젊은 시절의 이야기다. 그리고 몇 해 전 여수 전국체전을 참관하는 기회에 천수만 갈대숲까지 자연정취에 푹 빠졌었다. 우리의 자연환경 특히 남해 섬들은 하늘이 이 땅에 내려준 축복처럼, 한 폭의 그림 그대로였다.

    세계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세계축제가 바로 여수 엑스포다. 이미 여름올림픽과 월드컵축구로 세계를 놀라게 한바 있는 한국인은 국제이벤트성공의 특별한 노하우와 DNA을 갖고 있다고 자부할 만하다. 다음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해엔 우리나라의 국격을 한 단계 높여준 G-20 세계정상회의와 지난 3월의 핵 안보 정상회의의 성과로 세계미디어의 포커스를 모은바 있기에 한국 신드롬이 이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 버린 듯하다.

    세계는 또 한 번 우리의 경제 성장력, 문화 잠재력, 스포츠 경쟁력과 함께 다도해의 빼어난 해양환경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미 제주도 올레길이 각광받은 것 이상으로 여수일대의 뱃길이 관광명소로 떠오를 날이 기다려진다.

    100여 년 전 일본이 세계박람회를 처음 열면서 한국인을 열등한 민족처럼 비하한 적도 있었는데 오늘에 이르러 일본의 기세를 누르고도 남을 한류열풍에서 그들이 과연 어떤 충격을 받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런가 하면 바로 2년 전 상하이 엑스포에서의 상상을 초월하는 물량공세와 경제과학의 과시로 중국의 저력을 한껏 과시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세계문화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한-중-일의 경쟁에서 우리가 밀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이번 여수엑스포의 개막식이 보여준 대로 문화한류를 능가하는 첨단 과학기술과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가 어우러져 세계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이미 지난 두 차례 VIP정상외교를 통해 한국의 위상이 크게 오른 만큼 이번에는 코리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엑스포가 한국경제성장의 변곡점 또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행사의 생산유발 효과가 2002월드컵 축구 때보다 많은 12조 원, 관람객도 8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조직위의 예상이고 보면 여수나 전라남도의 프로젝트를 뛰어넘어 국가적인 프라이드임에 틀림없다.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힘은 바로 한국적인 창조성과 응집력이다. 이처럼 우리는 한 번 불이 붙으면 하늘을 찌를 듯한, 무서운 파워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증명해주는 한류열풍이 글로벌 스포츠 영웅탄생이나 예술무대의 폭발력에 그치지 않고 환경산업과 과학교육 전반에 걸쳐 확산되어야만 선진국 진입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엑스포에 기대하는 점은 무엇보다 국가비전과 선진시민의 의지와 결속이다. 그리고 정치,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경제, 과학의 무한도전을 보고 싶다. 이러한 열망이 국민의식 속에 녹아 있어야만 비로소 올림픽, 월드컵에 이은 엑스포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수엑스포가 뉴미디어 해상 쇼나 각국문화 구경거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세계시각의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참여와 협동정신이 우러나야만 한다.

    ‘지방의 국제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근 몇 해 사이 국제이벤트를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은 바 있다. 지난날 유산(遺産)살리기에 실패한 대전 엑스포의 해 묵은 숙제도 그러 하려니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과 비교되는 영암 F1 그랑프리의 허점은 지자체의 과욕에다 시민의식의 결핍이라는 티를 남겼다. 이번 여수엑스포의 경우 개막 이전 조직위의 주차전쟁에 대한 따가운 비판 그리고 개막이후 바가지논란에 따른 흥행부진, 특히 예상의 20%에 지나지 않는 관람객이 실상을 말해준다.

    지난 날 지방의 국제이벤트 유치경쟁은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 경쟁심과 무관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 여수 엑스포는 한국인의 역량을 평가받는 국가과제로서 한류파워와 IT수준을 증명하는 두 번 다시없는 기회이기에 지방행사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국민축제라는 점에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참여정신이 절실하기만 하다. 

    이태영 /대한언론인회 부회장/경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