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위원들 ‘긴급논의’ 요청에 1시간 토론 끝에 부결긴급논의는 민주당, 대법원 추천 의원들 "인권침해, 생명위독" 주장정부 추천 의원들 "남의 회사 시설 불법점거자가 이런 요구할 수 있나"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경병)은 19일 제16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한진중공업 타워크레인을 불법점거한 채 농성 중인 김진숙 씨의 인권보호에 관한 의견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지난 전원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절차상 이유로 보류했으나 이날 전원위에서 일부 위원들이 '중대하고 긴급한 상황'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재상정해 논의했다.

    장향숙 위원, 장주영 위원(이상 민주당 추천), 양현아 위원(대법원 추천)은 "한진중공업 측이 김진숙 씨에게 음식과 의류, 휴대전화 배터리 등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해 긴급구제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 약속을 어겼고, 경찰은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최루액이 든 물대포를 쏘는 등 인권침해를 일으켰다"며 의견표명 안건으로 발의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이 반발했다. 김태훈 위원은 "(지금 상황이) 이미 (김진숙 씨를)긴급구제하지 않기로 한 것을 번복할 만큼 중대한 인권침해 상태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홍진표 위원은 "한진중공업이 음식과 배터리 등 지원 약속을 어긴 것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이지 않다"며 반대했다.

    윤남근 위원은 "김 씨는 남의 회사 시설을 점거해 방해하고 있는, 위법 상태의 농성자인데 그런 지위에서 해당 기업에 물과 배터리 등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태식 위원은 김진숙 위원을 지지하는 '희망버스'를 "부산시민에겐 '절망버스'"라고 언급하며 "쓰레기 버리고 망가뜨리며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데 평화적이라고 할 수 있나. 김씨의 생존 문제는 따지더라도 다른 것은 인권위 위상을 무너뜨리는 일이니 나서선 안 된다"며 의견 표명에 반대했다.

    이에 발의자인 양현아 위원은 "김 씨가 정리해고에 항의하며 달리 의사표현할 방법이 없어 극단적으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데 인권위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한진중공업의 약속이 제대로 공표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주영 위원도 "한진중공업의 약속 위반이 반복되고 있고 미미한 정도라 해도 앞으로 계속 잘 지키겠다는 확신과 신뢰가 없어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결국 1시간 동안의 토론 끝에 의견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현병철 인권위 위원장은 "인권위는 투명성, 도덕성, 책임감이라는 세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안건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보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부결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