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미수, 27일 오후 늦게 선고
  •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우리 군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국내 첫 재판이 23일 오전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시작됐다.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난사한 혐의를 받는 마호메드 아라이 등 해적 4명은 앞으로 5일간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김진석 부장판사)의 심리로 재판을 받은 뒤 27일 오후 5시30분께 선고받게 된다.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압둘라 후세인 마하무드는 6월1일 혼자 일반재판을 받고, 빠르면 이날 선고까지 받을 예정이다.

    검찰과 변호인은 재판 첫날부터 핵심 혐의에 대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선박을 납치하고, 금품을 빼앗은 뒤 배를 소말리아로 운항하도록 하면서 선사 측에 거액을 몸값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청해부대원과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했고,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우는 등 크게 8가지 범죄행위를 해 (해상)강도살인미수를 비롯한 5가지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국민참여재판을 의식한 듯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련 사진과 음향, 조직도, 삼호주얼리호 모형 등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배심원들을 설득했고, 피고인들의 혐의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라이의 변호를 맡은 권혁근 변호사는 아라이가 청해부대원은 물론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덴만 여명작전'때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운 일이 없다며 핵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압디하르 이만 알리(21)의 변호인인 정해영 변호사는 "해적을 국내로 이송해올 법적 근거가 없고, 이송과정에도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부산지법의 재판 관할권에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번 재판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고려해 피고인들이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앉은 모습을 언론매체가 30초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테러 가능성 등을 우려해 재판부와 검사, 배심원, 통역인 4명에 대한 촬영을 금지하고, 법정 앞에도 별도의 검색대를 설치해 일반 방청객은 물론 취재진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했다.

    또 피고인석과 변호인석을 분리하고, 법원 청사 주변에도 1개 중대규모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배심원은 이번 사건의 법정형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해 정식 배심원 9명과 예비 배심원 3명 등 모두 12명(여성 7명과 남성 5명)으로 구성됐다.

    만 20세 이상 부산시민 500명 가운데 이날 출석한 배심원 후보 110여명중 12명을 엄선한데다 변호인 측이 기피신청을 많이 하는 바람에 배심원 선정작업이 지연됐고, 이 때문에 공판도 당초 예정보다 30분가량 늦어졌다.

    또 '한국어-영어-소말리아어'로 순차 통역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피고인들의 신원을 확인하는데만 15분이나 소요되는 등 재판이 상당히 늘어졌고, 이 때문에 일부 배심원과 방청객이 꾸벅꾸벅 조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 재판에는 국내외 50여개 언론매체가 특파원 등을 파견해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