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학교 10곳 중 7곳 영어수업 늘려상당수 인문계 고교, 집중이수제 악용 “3년 배울 국사 1학년 1학기에 모두 끝내”
  •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일선 학교 현장에 본격 도입되면서, 대부분의 학교가 영어와 수학 등 핵심 과목의 수업시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학입시에서 비중이 별로 없는 비인기과목과 예체능 수업은 줄거나 비중이 크게 줄고 있어 학교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일선 학교장에게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의 최대 20% 범위내에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학교장이 과목당 정해진 수업시수의 20%를 자율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이른바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이 기피하는 비인기과목들을 한 학기에 집중적으로 배정해 수업을 실시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국사수업을 1학년 1학기에 집중적으로 배정, 정해진 수업시수를 채우도록 해 나머지 학년 동안 아예 국사를 공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다.

    원래 집중이수제는 특정과목의 수업시수를 늘려 해당 과목의 수업효율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나 현실은 이와 딴판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대입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인기과목을 ‘홀대’하는데 악용되는 셈이다.

    13~14일 교과부와 일선학교 등에 따르면 전국 3321곳의 중학교 중 3년간 영어수업을 정해진 시수보다 늘린 학교는 2375곳으로 전체의 73,7%에 달했다. 중학교 3년간 영어수업 기준시수는 340시간이다. 이 가운데 633곳은 영어수업 시수를 51~68시간씩 늘렸고(기준시수 대비 15~20%), 17~34시간씩 늘린 학교(기준시수 대비 5~10%)는 1465곳이었다. 반대로 기준시수 영어수업 시간을 줄인 학교는 19곳(0.58%)에 불과했다.

    수학수업을 늘린 학교도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수학수업을 기준시수(374시간)보다 늘린 학교는 1756곳으로 전체의 54.5%였다.

    영어, 수학 등 전략과목의 수업시수가 늘어난 것과는 반대로 기술, 가정 및 선택과목에 대한 외면현상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전체 중학교의 1913곳(59.4%)은 선택과목 기준시수(204시간)를 15~20% 줄였다. 기술 및 가정과목을 줄인 학교는 1310곳(40.7%)였다.

    한편 상당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와 무관한 과목을 1학년 1학기 또는 2학기에 몰아 수업을 배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남서부의 한 공립 인문계 고등학교는 3년 동안 배울 국사수업을 1학년 1학기 동안 모두 배운다.

    이에 따라 이 학교 학생들은 1학년 2학기부터 졸업할 때까지는 국사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 학교가 이런 수업편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집중이수제 때문이다. 이 학교는 체육과 미술 등 예체능 과목에 대해서도 집중이수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학입시 준비에 별 도움이 안 되는 비인기 과목을 ‘몰아서’ 수업하는 학교는 이곳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을 비롯 상당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국사도 여전한 홀대를 받고 있다. 필수과목 지정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에서는 여전히 선택과목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