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풀 한계로 적임자 마땅치 않다" 눈치만
  • 금융회사 상근감사 자리가 `무주공산'이 됐다.

    금융감독원이 낙하산 관행을 깨겠다고 공언하면서 금감원 인사들이 감사직 후보군에서 모조리 배제된 탓이다.
    그렇다고 마땅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새 감사를 뽑아야 하는 금융사들은 `후임자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증권업계에서 20여명, 보험업계에서 9명의 상근감사 임기가 조만간 만료된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3~6일 상근감사를 신청을 받은 메리츠종금증권은 오는 18일까지 공모를 연장했다.

    따가운 외부 시선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신청을 꺼려 백수현 감사의 후임자를 구하지 못했기에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하자는 조치였다.

    이번주 후임자를 뽑아 이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려던 일정도 늦춰지게 됐다.

    대신증권은 금감원 회계서비스국장을 지낸 윤석남 감사 내정자가 사의를 표명하자 우여곡절 끝에 김경식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상무이사를 후임 감사로 뽑는 안건을 주총에 부쳤다.

    한화ㆍ토러스ㆍ현대ㆍNHㆍSK 등 감사 임기가 이달 끝나는 증권사들은 후임자 선임 문제로 눈치만 보고 있다.

    금감원 몫으로 채워졌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적임자를 어디에서 영입해야 할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감사직 두 자리가 동시에 비었다. 신한생명 소순배 감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지난 6일 이석근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가 전격 사퇴한 결과다.

    기존 감사의 연임을 결정한 증권사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형국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4일 이사회에서 김종철 감사를 2년 임기로 재선임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조만간 이사회에서 김석진 감사의 연임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 증권사는 업무 성과와 전문성 등을 고려했음에도 외부에 `낙하산 인사'로 비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격 요건만 놓고 보면 금감원만큼 적합한 후보군이 없는데 현재로서는 이들을 모두 배제했다. 경제 부처 퇴직관료나 업계 감사실 경력자 등을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으나 생각만큼 `인력풀'이 넓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