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여야 "검찰소환 불응할 것"...이럴때만 한목소리야당 의원들 각종 상임위 보이콧...예산국회 표류 가능성
  • "국회의원들, 다 양심선언해서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냐"
    "폭거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려 한다" "자꾸 이러면 법안심사도 할 수 없을 것"

    청목회 입법 로비의혹 수사로 여의도의 정가가 얼어붙은 가운데 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검찰을 향한 날선 발언들이 쏟아졌다.

    지난 5일 터진 검찰의 청목회 로비의혹 압수수색에 대해 여야 막론할 것 없이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제 식구 챙기기'에 나선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검찰의 무차별한 압수수색은 의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전면전 태세를 갖춘 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김준규 검찰총장 탄핵소추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검찰이 오늘부터 압수수색 결과를 갖고, 후원회 사무국장이나 보좌관들을 소환한다고 한다"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버텼다.

  • ▲ 청목회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의 여야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으로 인해 정국이 냉각된 가운데 국회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갖기에 앞서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 청목회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의 여야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으로 인해 정국이 냉각된 가운데 국회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갖기에 앞서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오후에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국회의원 모두가 양심선언을 하고 의원직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강창일 의원)는 등 뻔뻔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또 "지금도 보좌관들이 공기업 사람들을 만나서 10만원씩 후원해달라고 하지 않느냐"며 "이렇게 하면 법안심사, 예산 심사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발언자 가운데는 법을 집행했던 율사출신 의원도 있었다.

    여당인 한나라당 반응은 대체적으로 '자제'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국회 무시'라는 점에서 유감표명을 하고 있다.

    같은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투명한 소액 후원금에 대한 검찰의 과잉 압수수색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야당보다 톤다운(tone down)된 발언이지만 이번 사안을 '국회에 대한 도전'으로 보는 여당 대표의 오만한 시각이 읽히는 대목이다.

    여야의 이런 반발은 그간 '정치자금 비리를 막겠다'고 공언해왔던 자신들의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행태다. 또 특정 집단의 이익을 봐주는 대가로 불법후원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해 위법여부를 가려야 할 일이다. 비리 대상자로 지목된 의원들의 항변대로 '사실 무근'이라면 이 또한 검찰 수사를 통해 결백을 입증하면 될 사안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을 통한 삼권분립임을 누구보다 국회의원 자신들이 잘 알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은 '청목회 로비를 문제 삼으면 법망에 자유로울 국회의원이 어디 있겠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어려운 계층을 돕는 것은 의원들의 책무"(박지원 원내대표)라며 청목회 사건을 마치 소외계층에 대한 호의였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 ▲ 청목회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의 여야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으로 인해 정국이 냉각된 가운데 국회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갖기에 앞서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당장에 반응은 야당 의원들의 각종 상임위 보이콧 등 집단 행동으로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합법적인 소액다수의 정치 후원금까지 수사하는 것에 대한 불평이 나오긴 하지만, 일반인들보다 더욱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받는 사회 고위인사이자 '개개인이 하나의 입법기관'으로 인정받는 국회의원이 '돈'을 받았다는 점과 이것이 문제가 되자 격렬하게 반발하는 모습은 국민들 눈엔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

    여야는 당초 이날부터 4대강 사업, FTA 농촌피해보상, SSM 대비 전통시장 지원 등을 둘러싸고 2011년 예산심의 과정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대부분의 상임위는 검찰의 과잉수사를 비난하는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후 정회되거나 조기 산회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벌써부터 예산국회가 장기간 표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작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국회는 폭력이나 막말, 악질적 행태 보인 의원들을 상대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거나 흐지부지 마무리 해 '삐뚤어진 동료의식을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아왔었다. 최근엔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을 만들어 평생 월 120만원씩 국가로부터 받아먹는 '의원용 연금'을 재적의원 191명 가운데 187명이 찬성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정당 노선의 차별성을 위해 쟁점마다 사사건건 투쟁으로 몰고가는 정치권이 정작 본인들의 잇속이 달린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맞춘 듯 한 목소리를 내는 여의도의 가을(秋)이 너무나도 추(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