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저항시인이었던 윤동주가 8.15 광복절 64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들 의식 속에 되살아났다.

    13일 성공회대에 따르면 이 대학 학생들과 일본의 전통사학 릿쿄(立敎)대학 학생들이 지난 6일부터 4박5일간 강화도 송산에서 열린 연합캠프에서 시인 윤동주의 삶과 사상, 그가 남긴 시를 조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만남과 배움과 신앙'을 주제로 한 연합캠프는 두 대학이 교류협정을 맺은 1998년부터 상호 우의를 다지고자 매년 이어져 오고 있지만, 이번처럼 일제강점기 두 나라에 동시에 영향을 끼친 인물을 함께 되새겨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이 행사에서 두 나라 학생들은 윤동주 시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교수가 진행한 '윤동주의 시와 생애'라는 주제의 강연을 경청하고, '서시'와 '십자가', '별을 헤는 밤' 등 그가 남긴 시 13편을 함께 낭독했다.

    특히 릿쿄대는 윤 시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처음으로 유학생활을 했던 모교여서 일본 학생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1917년 북간도에서 태어난 윤 시인은 1941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를 졸업하고서 이듬해 릿쿄대학에 입학해 그해 10월 도시샤(東志社)대학으로 전학하기 전까지 약 9개월간 적을 뒀다.

    윤 시인은 그러나 그 짧은 기간 활발한 창작활동으로 '쉽게 쓰여진 시', '흰 그림자' 등 5편의 시를 남기기도 했다.

    릿쿄대 2학년생인 모코다 아스키(20.여)씨는 "윤동주 시인의 시는 전반적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것 같다"며 "그의 대표적인 시들을 한국 학생들과 함께 낭독하는 흔치 않은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주인공은 릿쿄대 교무실장으로 재직 중인 유시경 성공회 신부.

    유 신부는 2007년 릿쿄대 졸업생 및 교직원들과 함께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릿쿄 모임'을 만들어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윤동주 국제교류장학금' 창설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장학금은 전액 릿쿄대 예산으로 지원되며, 학교 측은 내년 1학기부터 한국인 유학생 10명을 선발해 1인당 매달 5만엔씩 1년간 지급할 계획이다.

    유 신부는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 "한글로 시를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투옥돼 그토록 바라던 해방의 기쁨을 끝내 누리지 못하고 옥사한 시인의 생애와 이를 매개로 굴절된 한일관계를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공부한 윤 시인은 '강요된 국제화 시대'의 산물로, '이 시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국제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에서 역사적인 교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한편 두 나라 학생들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윤 시인의 또 다른 모교인 연세대를 방문해 교내 '윤동주 기념관'에서 묵념과 헌화를 한 뒤 두번째 '윤동주 시 낭독회'를 갖는다.

    일본 학생들은 9박10일간의 방문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15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