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2일자 오피니언면 '광화문에서'에 이 신문 허문명 논설위원이 쓴 <전교조의 '분신(分身) 만들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989년 불법단체로 등장한 지 10년 만인 1999년 합법단체가 됐다. 출범 때만 해도 ‘참교육’을 내세워 호응도 받았다. 하지만 조직 합법화 10년째인 지금은 많은 학부모가 학기 초만 되면 이렇게 기도한단다. ‘우리 애 담임이 제발 전교조 교사가 아니기를….’

    그들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역시 낡은 운동권 논리로 우리 아이들의 정신을 병들게 했다는 점일 것이다. 전교조 홈페이지에 공개된 ‘2006년 통일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자료집을 보자. ‘외세(外勢)에 반대하며 민족대단결을 통해 역사의 주인으로 살아온 민족 문화와 역사를 교육하는 것’이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하는 통일교육의 방향’이다. ‘반북 친미사대주의를 극복하고… 자주통일의식으로 무장된 교사가 늘어날수록 학생들은 그 영양분으로 자주통일의식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2006년 운명을 건 세기의 북미(北美) 대결’이란 참고자료에서는 ‘힘없는 나라는 미국의 공격을 받지만 북한처럼 힘이 강한 나라는 결국 미국도 손잡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을 특히 제3세계 나라들에 확고하게 심어줄 것’이라며 북의 핵개발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모두 친북반미는 아닐지 모르지만 집행부를 이끄는 소수의 이념그룹이 다수 회원을 이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06년 3월 서울지부는 선군(先軍)정치를 선전하는 북의 정치포스터를 각급 학교에 환경미화용 부착물로 권장했다. 군사우선주의에 매달려 2300만 주민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것이 바로 북의 선군정치다.

    김진성(전 구정고 교장) 서울시 의원은 말한다. “전교조는 애국조회를 ‘식민지 잔재’, 안보교육은 ‘반통일 교육’, 경로효친교육은 ‘정권유지교육’, 국가 검인정교과서는 ‘기득권세력의 체제유지 수단’이라고 매도한다. 민중사관에 입각해 연방제 통일을 지향하는 전교조 교육이념에 따른 주장이다.”

    교사윤리 면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2004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은 성추행, 폭행, 촌지 수수 등을 한 부적격 교사 62명의 해임을 교육부에 촉구했다. 이 중 58명이 전교조 교사였다. 전교조는 명예훼손이라며 학사모를 고발했지만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일’이라며 학사모의 손을 들어주었다.

    교장 권한을 침해하고 학사 운영에 개입해 학교를 투쟁의 장으로 만든 사례도 부지기수다. 2003년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에선 한 임시교사가 ‘교감이 차(茶)를 타오라고 한 것’이 남녀차별이라며 전교조 지부를 통해 교장 교감을 압박해 결국 교장이 자살했다.

    ‘평등교육’을 금과옥조로 강조하는 전교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역설적으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 조기유학은커녕 사교육도 못 받는 학생들이다. 가르치는 내용을 비교할 기회가 없다 보니 선생님의 말씀만이 유일한 기준이다. 그만큼 더 외골수가 된다.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 시절, 사물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도록 유연한 사고를 길러줘야 하는데 외눈박이 역사인식과 가치관만 심어주니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글로벌시대, 세계화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전교조 교사들은 그렇게 가르친 아이들이 커서는 결국 세상에 대한 증오와 냉소로 가득 찬 자신들의 분신(分身)이 되기를 바라고 있는가.

    전교조가 더는 이땅의 교육을 좌지우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