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공천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2월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에 대한 공천 배제 주장이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 측 공심위원들로부터 제기된 지 하루 만에 공천으로 가닥이 잡혀 급한 불은 껐으나 그 불씨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장관인선 과정에서 당내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의원들이 청와대와 당을 향해 작심한 듯 비판의 날을 세우자 언론에서는 ‘여권의 권력투쟁’ 신호탄이며 향후 5년간 여권 주도권을 둘러싼 샅바싸움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천심사가 막판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조각 파동’에 따른 민심이반과 현역 물갈이 여론을 이용해 ‘신주류’가 영남 중심의 ‘구주류’ 축출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측근 그룹은 이상득․박희태 의원 중심의 원로그룹, 이재오 전 최고위원계와 정두언 의원 등의 소장파 그룹으로 나뉜다. 이 중 원로그룹이 이번 내각 및 청와대 인선을 주도하자 소외감을 느낀 ‘이재오 계’와 ‘소장파’가 민심이반을 명분으로 원로그룹에게 칼을 겨누고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이 부의장 공천논쟁의 핵심은 옛 민정계와 민주계를 민중당 출신들(이재오 전최고위원, 김문수 경기지사)이 몰아내자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류 내부의 ‘집안싸움’은 4월 총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집안싸움을 벌이는 꼴을 과연 국민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 20년 전 13대 총선에서도 퇴임한 전두환 전대통령계와 취임한 노태우 전대통령계가 공천과정에서부터 반목․질시하다가 결국 여소야대가 되고 말았다.

    이 번 이 부의장 공천파동은 결국 이 부의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영남권 현역 중진들에 대한 물갈이 폭을 넓힘으로써 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상당수 낙마시키고, 총선 이후 7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장악에 대비한 원모심려가 아니냐 하는 분석이 가능하다.

    무릇 원로 정치인 입장에서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된 마당에 초야에 묻혀 유유자적 하기위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는 10년 야당에 따른 당의 체질개선과 기강, 질서확립이 시급하다. 당연히 당내 원로그룹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 부의장도 그 점을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같은 나이에 총리에 취임한 분도 있지 않는가.

    개혁공천이라는 미명 하에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원로 및 영남 중진의 물갈이 공천을 주도하고 있다는 풍문이 들린다. 그러나 국회는 노장청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난세에는 소장파들의 개혁의지 못지않게 원로들의 경륜이 필요하다. 고령화 사회에서 칼로 무 자르듯 나이를 기준으로 공천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 대통령은 임기 내내 미국, 기업인, 부자, 언론, 서울대 등을 배제하는 뺄셈정치 내지 배제정치로 일관하다가 국정을 실패했다. 공천과정은 어쩌면 국정수행보다 더 어렵고 고독한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공천은 배제논리 보다는 능력과 당선 가능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개혁공천에 성공해도 과반수 안정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공천, 만사휴의(萬事休矣)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공심위원에 위촉된 분들은 자기의 전문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개혁공천 의지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야 친 이명박, 친 박근혜계가 나눠먹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천기준이 만인에게 불편부당하고 정정당당해야 한다. 거기에는 한 점의 사(私)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에는 천하의 인재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들 대다수가 공천결과에 승복하게 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공심위원들이 계파의 이익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국가를 생각하는 선공후사의 정신을 실천할 때 만이다.

    좌우명은 한 사람의 인생자체이다. 아울러 성공한 사람의 좌우명은 곧 그 사람의 인생을 축약해서 말해준다. 국회의원들을 생산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소명 받은 분들도 모두 특별한 좌우명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천혁명이 성공해야 한다. 그 성공의 열쇄를 쥐고 있는 주인공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채근담의 구절이 있다. 

    서수도덕자(棲守道德者), 적막일시(寂寞一時), 의아권세자(依阿權勢者), 처량만고(凄凉萬古) “도덕을 지키어 사는 사람은 한때만 적막할 뿐이나, 권세에 의지하고 아부하여 사는 사람은 만고에 처량하다.”

    ‘임기추상(臨己秋霜)하고 대인춘풍(對人春風)하라’는 선인의 가르침도 있다. 스스로에게는 서리처럼 엄격하되 다른 이에겐 봄바람처럼 따스하게 대하라고 한 처세는 고금의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