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미 여러번 말한 바이지만 이회창의 한나라당 탈당과 대선 출마는 사실상 ‘경선불복’에 해당한다. 경선불복일뿐만 아니라 사실은 법치와 절차를 무시한 일종의 정치 쿠데타다. 한나라당 당원으로서 한나라당의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탈당하고 출마한다면 이것은 쿠데타일 뿐이다. 그런데 이회창은 쿠데타를 통해 법치혁명을 이룩하고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회창은 스스로 “정말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회창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행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당원원로서 한나라당 경선에 참가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후보를 선출하였다면 당연히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이회창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한나라당을 탈당함으로써 한나라당의 당헌과 당규를 무시하는 쿠데타적 행위를 서슴치않고 자행하였다. 이런 행위를 마음데로 하는 이회창은 과연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한 이회창은 “저는 한나라당의 후보가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주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선과정과 그 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말하여 마치 이명박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이 출마한 것처럼 포장하였다. 그러나 이명박의 지지율은 50%를 줄곧 넘고 있었다. 지지율 50%가 넘는 후보를 두고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것은 자신의 독선일 뿐이다.

    정권교체에 대해 생각해보자. 선거는 절대적 수치로 따진다면 51%의 게임이다. 상대적 수치로 따진다면 상대방 후보보다 1표라도 더 얻기 위한 게임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합전선을 형성하여야 한다. 이념적 선명성말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면 시청앞 광장에서 수도 없이 집회를 주관한 보수단체의 장이 더 당선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념적 성향만으로 대선에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가능한 한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회창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것 없이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점에 대해 한나라당과 후보의 태도는 매우 불분명했습니다”라고 말하여 마치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만 있으면 정권교체가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랬다면 이회창은 왜 2번이나 대선에서 실패하였는가? ‘대쪽’으로 소문난 그가 김대중에게도 노무현에게도 진 이유가 자신의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렸한 신념과 철학이 부족해서였는가? 그것이 아니지 않는가? 바로 김종필과 연대한 김대중에게 졌고 정몽준과 연대한 노무현에게 지지 않았는가?

    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가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이명박은 이번 대선이 보수우파 대 친북좌파의 대결이란 점을 분명하게 말하였다. 다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연합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경제를 중심가치로 두고 선거전략을 수립하였을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회창은 “10년 동안 훼손되었던 나라의 근간과 기초를 다시 세우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되어야지 그러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는데 경젠들 제대로 될 리가 있습니까”라고 하여 경제를 우습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곧 자유민주체제와 자유시장경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하고서야 사회가 안정되고 안보가 튼튼해지며 국가정체성도 지킬 수 있다.

    경제는 정치발전의 기초다. 기초를 다지지 않고 민주주의니 국가정체성이니 안보니 하여도 그것은 다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지금 전 세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가치는 경제다. 이 경제와 관련하여 주도권을 잡은 이명박이 그래서 보수와 중도를 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정권교체가 가시화된 것이다. ‘경제를 살리는 것’이 왜 ‘경제만 살리는 것’인가? 이회창은 경제도 살리지 않고 어떻게 국가정체성을 지키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인지 그 전략부터 먼저 설명하여야 한다.

    이회창은 또 “땅에 떨어진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는 법치혁명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하였다. 법치혁명을 하든 무엇을 하든 먼저 정권교체를 하여야 한다. 정권교체도 하기 전에 무슨 국가기강이니 법치혁명이니 하여봐야 공염불에 불과하다. 우리는 법치혁명에 대해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회창이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전략과 가능성에 대해 듣고 싶다. 정권교체에 대한 전략을 없으면서 무슨 국가기강이니 법치혁명이니 하고 떠들어봐야 한낱 희망을 발표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 이회창이 그런 뜻을 지난 2번의 대선에서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회창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지 않았는가?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한나라당 당헌과 당규를 무시하고 정치적 쿠데타를 행한 사람이 무슨 법치혁명을 이룬다는 말인가? 내가 하면 비록 그것이 법을 무시하는 것이라도 법치로 포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왕권시대에 ‘짐이 곧 국가다’라고 하는 오만한 태도일 뿐이다.

    이회창은 자신의 연설의 끝에 가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어떤 경우에도 정권교체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제가 좌절시키는 일만은 결코 없을 것임을 굳게 약속합니다. 만약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저는 언제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결단을 내릴 것입니다”라고 하여 자신이 출마하는 이유를 소위 ‘스페어’론에 근거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밝혔다. 출사표 치고는 무척 옹색하고 변명론적이다. 대통령 선거가 무슨 자동차 타이어인가? 스페어가 필요하게… 며칠 전 일간지 기사 제목이 생각난다. 요즘 택시 기사들은 스페어도 헌 것은 쓰지 않는다고.

    이회창은 지금도 이명박을 도와 정권교체를 이룩하는데 살신성인하여야 한다. 이명박을 도와 보수적 가치를 이명박 캠프 내에서 주장하고 또 그만한 보수세력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이것이 더 바람직하다. 공연히 스페어 노릇이나 할 것이라면 이명박 캠프의 선거운동원이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