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어릴 때부터 ‘사람은 의리(義理)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왔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는 더 더욱 그렇다. 우리가 받아들여 온 의리의 주된 의미는 사사로운 친분이 있거나 은혜를 입은 경우에 지켜야 할 도리 같은 것이다.

    이런 식의 의리가 팽배한 것은, ‘끼리끼리 문화’ 때문이다. 지연, 혈연, 학연 등 이른바 연고주의의 영향이다. 같은 연고에 속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을 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범주에서 이탈하면 의리를 어기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건달 세계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말이 ‘의리’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의리’는 잘못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말이다. 의리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나라와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의리이다. 또 가족을 잘 돌보고,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하여 헌신하는 것에도 의리라는 말을 쓸 수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의리가 상대적인 개념일 수도 있기 때문에 ‘대의(大義)’와 ‘소의(小義)’가 부딪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나라당의 대표를 지낸 분이 ‘신발을 거꾸로 신지 말라’는 발언을 하였다. 내용인즉슨, ‘2004년 총선 때 박근혜 대표 덕분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이 다른 후보를 돕고 있는 것은 신발을 거꾸로 신은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와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였다. 일종의 의리론이다.

    가슴이 뜨끔한 의원들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 아닌 다른 후보를 돕는 의원들은 박근혜 대표의 은혜를 모르거나 박근혜 대표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동기도 작용했겠지만, 나름대로 한나라당의 집권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생각하면서 고심 끝에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고로 ‘고무신론’은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말이다. 채근담은 ‘사사로운 작은 은혜에 얽매여 대국(大局)을 손상시키지 말라.’는 좋은 교훈을 남기고 있다.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경구(警句)이다.

    7월 12일에 전여옥 의원이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해서 화제이다. 한때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 중의 측근이었기에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박근혜 후보 진영 사람들의 충격이 큰 것 같다. 전여옥 의원의 선택에 대해서는 왈가왈부(曰可曰否)하고 싶지 않지만, 그의 지지 배경은 마음에 든다. ‘나라와 당을 위해서 선택했다’고. 사사로운 작은 은혜를 뛰어넘어 그 나름대로의 대국을 선택한 셈이다. 따라서 과거에 친분이 있었던 사람을 배신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물론,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의 뜻도 존중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작은 의리가 아닌 큰 의리가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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