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2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은 박근혜에게 씩씩 분을 삼키지 못하고 있다. 내 평생 이렇게 깐깐하고 지독한 상대는 처음 겪어본다. 박근혜는 이명박에게 일생을 통틀어 최강의 킬러다. 안되는 게 없는 인생을 살아온 이명박이 ‘임자’를 만난 셈이다. 박근혜는 기가 막혀하고 있다. 내 어린 시절부터 정치인을 숱하게 접해봤지만 이렇게 원칙 없는 사람 처음 본다. 이명박의 이익이 난다면 안되는 것도 되게 만들자는 ‘공사판 정신’과 박근혜의 원칙에 맞지 않으면 이문이 나지 않아도 되물리는 ‘마님 기질’ 간의 일대 회전이 이·박 싸움의 본질이다.

    역사는 비슷하게 반복된다. 박근혜는 김영삼(YS)을 빼다 닮았고, 이명박은 김대중(DJ) 판박이다. 이명박의 계산적이고 신중한 정치 스타일은 DJ의 자수성가형이다. 학력과 경력을 만들어온 과정이 입지전적인 것도 비슷하고. 박근혜의 원칙과 소신의 정치 스타일은 YS의 대도무문형이다. 아버지 후광 속에 태어나, 깨져도 배짱과 담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YS적(的)’이다.

    이·박 간 대결을 ‘양김(兩金) 프레임’으로 들여다보면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전의 미래를 읽기 쉽다. 지금 한나라당은 신기루를 향해 덤벼들고 있다. 물과 기름 간의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다? 경선에 등록하면 탈당해 독자 출마하지 못하니 단일 후보만 나오면 보수·우파가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YS는 1971년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뒤 정권을 잡는 데 21년 결렸다. 그 전당대회에서 DJ가 야당 후보로 됐지만 26년후에 대통령이 됐다. 왜? 여당의 분열 공작대로 분열돼 각개전투했기 때문이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노무현 정권의 분열 공작 한 방에 분열되고 만다면 보수·우파는 최소한 10년을 더 기다려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뺀다해도. 박근혜와 이명박은 자연수명을 다하거나 노인? 좌파 무능정권의 난정(亂政)에 진저리를 쳐온 보수·우파에겐 끔찍한 시나리오다.

    노무현 정권의 ‘정권창출 박사’들이 모를 리 있겠나. 범여권은 12·19 대선일까지 6개월 동안 적어도 4차례 네거티브와 분열공작을 담은 ‘핵폭탄’을 투하할 것이다. 8월19일 한나라당 경선을 전후해 각각 1차례→추석(9월25일) 전후해 1차례→10월 범여권 후보 윤곽 확정에서부터 대선일까지 1차례 등 4방의 핵폭탄. 우선 경선 전, 이·박을 침몰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한 방이 터진다. 범여권으로서는 누가 되든 상처만 받으면 상관없다. 박근혜 이명박이 ‘동반 낙마’하면 더 이상 좋은 대선 구도가 없다. 왜? 제3 후보와 손학규나 이해찬 중 한 사람이 붙는 구도로 재편된다면 여권은 낙승할 수 있기 때문에. 죽다 살아나온 한나라당 후보 앞엔 8·15를 전후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한 방이 또 기다린다. 좌파 정권이 10년동안 물주고 기른 좌파 시민조직이 되살아나 한나라당을 전쟁세력으로 몰아치며 총궐기할 것이다.

    이 시점, 한나라당은 한반도 계절 중 최악의 기간인 7월22일∼8월17일 12개 권역별로 합동연설회를 치른다. 전국이 폭염, 태풍, 폭우로 난리이고 휴가철인데 어느 국민이 찾아갈 것인가. 투표도 8월19일 전국에서 한꺼번에 하고 개표도 다음날 몰아서 해치운다. 후보들이 사자후를 토해 선거 결과를 뒤집는, 기본적으로 야당 경선이 연출해야 하는 지역별 역전 드라마의 싹을 잘라버렸다. 흥행 실패! 이게 한나라당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평화 쓰나미’가 몰아닥치고. 또 한 방, 추석 연휴 민심 대변화를 겨냥해 직방이 날아 든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공천 비리도 일제히 까버린다. 범여권은 빨라야 10월 중순 쯤 후보를 만들어 검증없이 밀어붙이고, 전격 출연한 ‘김대업’이 2개월 동안 한나라당 후보를 물어뜯고.

    이명박 박근혜에게 묻고 싶다. 분열해도 거대한 정권에 맞서 이길 것이라고 자신하는지. 그것은 100% 불가능한 게임이다. 주적(主敵)은 좌파 무능세력이다. 서로 싫고 미워 싸우다가도 외침엔 일치 단결로 돌아서는 ‘경쟁·협력의 변환 모드’로 대응해야 한다. 이러다간 공멸한다.12·19 대선일 저녁! 땅을 쳤던 경험을 보수·우익 세력이 3번째 또 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