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성향인 ‘우리법 연구회’ 소속 변호사들이 대법원 요직에 속속들이 포진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대법원의 진보 색채 강화가 전망된다.

    ‘우리법 연구회’ 창단 멤버인 김종훈(48) 변호사는 23일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가 비서실장에 임명되는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대법원장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또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에도 우리법 연구회 출신인 이광범 법원행정처 인사실장(차관급)이 기용됐다.

    참여정부 들어 우리법 연구회 출신인 강금실씨가 법무부장관에, 박범계씨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임명되는 등 회원 10여명이 대거 법원 안팎의 요직에 진출, 노무현 정부의 중요한 ‘인재 풀’로 주목받고 있다.

    김 변호사는 지난 1988년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의 유임을 저지했던 ‘2차 사법파동’과 1993년 서울 서부지원 판사 시절 ‘개혁시대 사법의 과제’라는 글로 법관의 신분조장과 법관회의를 요구해 ‘3차 사법파동’을 주도했다. 또한 지난 1996년 서울지법 판사를 끝으로 변호사를 개업한 뒤 2003년 대북송금 특검보로 활동했다.

    김 변호사는 이용훈 대법원장와도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김 변호사가 ‘3차 사법 파동’을 일으켰을 때 당시 서울서부지원장이 이 대법원장이었으며 같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또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활동도 함께 했다.

    대법원은 재야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들어와야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창립된 우리법 연구회는 김 변호사와 강 전 장관을 비롯해 10명의 회원으로 시작, 현재는 150여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으며 ‘양심적 병역거부’와 ‘골프장 도박’ 사건 등에서 ‘튀는 소신 판결’을 낸 이정렬 판사도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