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광훈 구속적부심 기각, 지난해 6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석방… 학계 "공판중심주의로 가야"
  • ▲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2015년 이후 줄곧 80%를 웃돌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2015년 이후 줄곧 80%를 웃돌고 있다. ⓒ정상윤 기자
    "전광훈 목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타당하다."

    법원의 사전구속영장 발부가 2015년 이후 줄곧 80%를 웃돌면서 '피의자 인권을 위한 사법제도로 가야 한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4·15총선을 앞두고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된 전광훈(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목사. 전 목사는 '사전 구속이 타당하지 않다'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27일 이를 기각했다. 재판받기 전에 구속된 사람이 '구속여부가 타당한지 다시 판단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가 구속적부심이다.  

    전 목사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그가 보수단체 집회에서 한 발언이 문제로 지목됐다. "우리는 모두 보수우파 최고 대표가 되는 황교안 대표의 지략을 따라야 한다."(2019년 12월5일 집회) "자유한국당 대신 우리가 창당한 자유통일당을 지지해달라."(1월25일 집회) 등의 발언이 오는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총선거를 앞둔 '사전선거운동'이라는 것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20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의 고발을 계기로 전 목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적부심 석방 비율 10%대 불과

    법원은 전 목사가 구속돼야 한다고 봤다.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 청중을 상대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지난 24일 내린 판단인다. 

    전 목사의 구속적부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유석동)도 전 목사가 계속 구속돼야 한다고 봤다. 사전구속영장은 현행법에 따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때 △도주 우려가 있는 때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 등에 한해 발부된다.

    다른 사건에 대한 과거 사법부 판단은 어땠을까. 지난해 4월 국회 앞에서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로 2019년 6월21일 구속된 김명환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법원은 같은 해 6월27일 그의 구속적부심 심사 결과 '김명환 위원장의 구속영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구속적부심 재판부는 당시 '증거인멸 우려 등이 없다'며,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한 석방을 결정했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되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한다. 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실제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앞서 재판부가 심리한 영장 발부를 쉽게 뒤집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다만 공직선거법의 모호성을 고려하면, 전 목사의 구속적부심 기각 결정은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체포·구속적부심사 청구사건의 석방률은 12.2%에 불과했다. 구속적부심 청구 건수는 2109건이었으나, 석방 건수는 258건. 2014년 석방률은 20.5%로, 이후 매년 석방률은 감소 추세다. (2015년 16.4%, 2016년 15.1%, 2017년 14.3%)

    반면 2018년 기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89.5%에 달한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39만3931건. 이 중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은 35만2474건이다. 기각 건수는 4만1459건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2014~18) 구속영장 발부율 추이는 2015년부터 80%대를 웃돈다.

    "수사중심주의 아닌 공판중심주의로 가야"

    학계에서는 사전구속영장 발부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일찍부터 조언했다. 구속영장 남발이 피의자 인권 보호는 물론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 일부 법조 관련 단체는 1990년대 후반부터 '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 등 다수의 자료를 내며 현재의 구속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전에 피의자를 구속할 때 도주 우려 등을 보고 결정한다"며 "이는 엄밀히 말하면 검찰의 수사중심주의에서 파생된 문제"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피의자 인권, 공판 절차에서 나오는 증거를 토대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선진국형 '공판중심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구속수사도 줄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응보' 형태의 구속수사 대신,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의 형벌제도로 사법제도가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