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김동욱 교수팀…신약 개발 가능성
  • 국내 연구진이 희귀병인 '부신백질이영양증'의 원인을 밝혀내 관련 신약 개발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김동욱 연세대 교수팀이 환자로부터 얻은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 부신백질이영양증의 발병 원리를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부신백질이영양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독성물질(긴 사슬 지방산)이 뇌 세포에 쌓여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10세 이하 남자 어린이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특히 5~10세 사이 발병한 '소아형'은 처음 증세가 나타난 후 6개월 만에 시력과 청력을 잃고 2년 내 식물인간이 된다.

    이 병은 환자 부모가 직접 치료약물을 개발한 실화를 다룬 영화 '로렌조오일(Lorenzo's Oil)'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일명 '로렌조오일병'으로 불린다.

    대뇌 백질(흰부분) 속 세포인 '올리고덴드로사이트'가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병이기 때문에, 문제의 뇌세포를 환자로부터 직접 꺼내 연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동안 주로 환자의 피부세포나 혈액 등을 통해 관련 연구가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연구팀은 환자의 피부에서 채취한 섬유화 세포를 역분화해 줄기세포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올리고덴드로사이트 세포로 분화시켰다. 결과적으로 환자로부터 직접 문제가 있는 올리고덴드로사이트 세포를 얻은 것과 같은 효과를 본 셈이다.
    역분화는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성인의 세포(성체 세포)를 원시 세포로 만드는 것으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줄기세포가 '역분화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 cell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다.

    이렇게 얻은 환자의 올리고덴드로사이트 세포를 연구한 결과, 대뇌에서 세포막 형성 등에 사용되고 남은 긴사슬 지방산이 올리고덴드로사이트 세포에 쌓여 독성을 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상인이라면 잉여 올리고덴드로사이트가 세포 내 기관인 퍼옥시좀(peroxisome)으로 이동해 분해돼야 하지만, 'ABCD1' 유전자 이상으로 이 과정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임상에서 사용되는 부신백질이영양증 치료제 '로바스타틴'을 환자의 올리고덴드로사이트에 넣을 경우 'ABCD1'의 대체 유전자인 'ABCD2'가 늘어나면서 독성물질인 긴사슬 지방산이 줄어드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동안 논란이 된 로바스타틴의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김동욱 교수는 "MRI 결과 등을 통한 간접 유추가 아니라 직접 뇌세포 수준에서 이 질병의 원인을 연구한 것은 세계적으로 이번 사례가 처음"이라며 "앞으로 더 효과적으로 ABCD2 유전자 발현을 돕는 약물을 찾는다면 신약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이런 신약개발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신경학 분야 권위지 '애널스 오브 뉴롤로지(Annals of Neur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