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일본의 성인용 영상물 제작업체가 인터넷을 통해 자사의 영상물을 허가 없이 유통한 국내 네티즌을 저작권 위반 혐의로 무더기로 고소한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수사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고소장을 접수한 각 경찰서는 14일 잇따라 각하 의견으로 관할 검찰에 송치했다. 이는 해당 영상물이 포르노 수준의 노골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어떠한 학술적, 예술적 가치도 없으며 국내 유통 자체가 불법이어서 저작권 행사도 사실상 실현될 수 없고, 국내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찰의 각하 논리다.

    외국의 영상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포르노 영상물은 이를 받지 않아 아예 국내 유통ㆍ판매를 할 수 없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저작권 위반 혐의에 대해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이 이를 검토하는 선에서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데서 경찰과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의 고민은 시작된다.

    문제가 된 이들 영상물이 경찰 자신도 사건을 각하하면서 인정했다시피 명백한 음란물인 만큼 이런 콘텐츠가 인터넷망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것을 경찰이 고소장 접수를 통해 `인지'했기 때문이다.

    인터넷망을 이용해 음란물을 전송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정통망법) 44조 위반으로 친고죄인 저작권법과 달리 피해자 고소가 없어도 경찰이 이런 `범죄 사실'을 인지해 수사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이 이번 사건을 각하의견으로 송치하고 검찰이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사를 마무리한다면 수사당국이 수만 건의 음란물이 인터넷을 통해 엄연히 유통되는 범죄를 방관하면서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이 아닌 정통망법 위반 혐의를 잡고 고소장을 통해 인지한 네티즌을 수사하기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성인물 제작업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은 고소한 ID 1만개 외에 이미 10만건의 음란물 유통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수사의 형평성을 기하려면 이들 네티즌을 대부분 수사할 수밖에 없다. 경찰과 검찰은 아직 이런 외국 음란물 대량 유통에 대한 수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무법인 관계자는 "정통망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었으나 이렇게 되면 적어도 수천명이 전과자가 되는 까닭에 `합의'의 방법으로 전과를 면할 수 있는 친고죄인 저작권법 위반을 기술적으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선 음란물 유통이 금지되지만 국가 간 상호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인정되는 저작권은 한국에서도 인정된다"며 "저작권의 실행과 저작권 자체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경찰의 주장에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