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심회는 간첩단 사건이라는 취지의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0부(지대운 부장판사)는 30일 `일심회'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미국인 장민호(마이클 장)씨 등 5명이 피의사실 공표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피의사실 공표 행위가 없었다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일심회' 사건 수사 초기인 2006년 10월 말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나오던 길에 한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고, 장씨 등은 이 발언을 문제 삼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 전 원장의 발언은 간첩단이라는 추상적 표현을 사용했을 뿐 장씨 등이 탐지ㆍ수집한 국가기밀의 종류와 내용, 이적단체 구성 시기와 명칭 등 구체적으로 어떤 범행을 한 것인지 언급이 없어 국가보안법상 간첩 또는 이적단체구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인터뷰에 응해 추상적 답변만 한 사람에게 보도 내용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지운다면 민법상 자기책임 원리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국가정보원이 장 씨를 구속수사할 당시 정당한 명분 없이 변호인을 접견하지 못하게 한 것을 불법 행위로 인정해 국가가 장 씨에게 500만원을 배상하게 했다.

    작년 7월 서울중앙지법은 "김 전 원장은 수사를 총괄하고 있어 `이번 사건이 간첩단 사건인가'라는 기자 질문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며 피의사실 공표죄를 인정하고 김 전 원장과 국가가 원고 5명에게 200만원씩, 변호인 접견권을 제한받은 장씨에게는 별도로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