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실패로 끝난 후, 한나라당 내부에서 특히 이명박 계로 분류된 의원들이 강재섭 당 대표의 사퇴문제를 제기하며 당(黨)을 혼란국면으로 내몰아간 동인을 제공했다.

    한마디로 4·25 재·보선의 책임은 엄밀한 의미에서 이·박의 책임이 있을 뿐이지, 강재섭 대표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재섭 대표는 대표라는 이름의 책임뿐이며, 실질적인 당(黨)의 표류책임은 이·박에 있다. 더더욱 대세론 자이자 최상위의 지지율을 오랜 기간 동안 보유하고 있는 챔피언(?) 이명박에게 절대적 책임이 크다.

    더욱이 이명박 캠프 커멘더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을 비롯하여 몇몇 의원들이 강재섭 대표를 사퇴시킴으로서 경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래저래 정치 전략적 계산을 해본 결과 이명박은 이재오를 달래야만 했고, 결국 재·보선 실패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강재섭 대표 체제를 이명박이 인정키로 했다는 점은 시사점이 매우 크다.

    4·25 재·보선 참패 후 대세론자인 이명박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하자, 이명박은 정치적 위기(危機)를 체감했음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한나라당 4·25 재·보선 실패의 최고 책임자가 바로 이명박이었고, 그 다음 책임자가 박근혜였다는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달여 전에 이·박 진영이 합의했다는 경선 룰을 일방적으로 깨는 듯하면서, 갑작스럽게 ‘오픈 프라이머리’를 슬며시 주장하기 시작한 흔적들이 이명박 진영으로부터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이것이 이명박 진영의 꼼수라고 할 수 있다. 꼼수와 전략은 전혀 다르다. 이미 합의한 경선 룰을 바꾸기 위하여 냄새를 피우기 시작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고 꼼수에 속한다.

    한 달 전에 합의한 경선 룰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변화를 시키고자하는 냄새를 풍긴다는 것은 정석(定石)이 아니고 암수(暗數)다. 물론 양대 대선주자인 이명박 측과 박근혜 측은 원론적으로 원칙론을 고수하고는 있다. 그러나 속 마음은 전혀 다르다. 한마디로 박근혜 측은 경선 룰을 지키겠다는 모습이고, 이명박 측은 경선 룰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외부로 슬며시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즉 이명박 측에서는 경선 룰을 바꾸는 것은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박근혜 측은 경선 룰을 바꾸는 것은 절대 불가라고 못을 박았다.

    경선 룰을 둘러싸고 박근혜 측은 이미 합의하여 결정된 경선 룰을 이명박 측이 바꾸려 한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이에 대한 방비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예컨대 이명박 측근인 박형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합의한 부분을 중시하고 있으며 우리 쪽에서 경선 룰 합의를 깰 생각도 없지만 민심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면서 경선 룰을 깨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었다.

    이에 맞서 박근혜 측 김재원 의원은 "이미 합의한 마당에 그림을 새로 그리자고 하면 당의 모든 정치 일정이 마비될 우려가 높은 것은 물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8월-20만 명’ 안은 좋은 안이며 (이명박 측이) 고치자고 재론을 요구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이명박 측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경선시기를 놓고도 이명박과 박근혜 측은 현저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의 최측근으로 자타가 분류하는 공성진이 당(黨) 홈페이지에 "오픈 프라이머리 수준의 선거인단 확대 문제와 함께 경선시기를 앞당기는 개혁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느닷없이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박근혜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경선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정권교체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라면서 "오히려 8월말보다 더 늦춰 여당이 경선할 때 하자"고 맞불을 놓았다

    결국 경선을 통과하기 위한 이·박 싸움이 4·25 재·보선 참패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고, 그 결과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식상하고 있다는 새로운 시각이 확연히 언론과 여론조사를 통해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외면하기 시작한 배후에는 대세론 주자로 통하는 이명박의 책임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박근혜라고 각 도하 언론들은 책임소재를 밝혀주고 있다.

    이명박은 높은 지지율만큼 책임 또한 박근혜보다 훨씬 크다. 이제 국민들은 이명박을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두 측근들의 언동을 통해서, 경선 룰을 지키고자 하는 쪽은 박근혜 측이고, 경선 룰을 깨자고 하는 쪽은 이명박 측이 틀림이 없다고 언론이 지적한 이상 이명박의 앞으로 행보가 한나라당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변수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예측을 가늠케 한다.

    꼼수와 암수로써 정치 전략을 구사해서는 안 된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