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선거제 개정과 공수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뒤 산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데일리 DB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고위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 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 설문 문항이 특정 응답을 유도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5일 여론조사 전문가를 인용해 “해당 여론조사 질문지를 보니 가치중립적이라고 판단하기 힘들게 설문이 구성돼 있다. 이런 설문은 응답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지난해 11월 8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리얼미터는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선거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8.2%, 반대한다는 응답이 21.8%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리얼미터는 질문에서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 2위 이하를 찍은 투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돼 문제점이 있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개혁’이라고 표현했다. 또 리얼미터는 선거법 개정은 현행 의원정수인 300석보다 의석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를 설명하지 않았다.

공수처 법안에 대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지난 1월 10일 발표됐다. 리얼미터는 전국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공수처 설치 찬성 응답은 76.9%, 반대 응답은 15.6%로 집계됐다고 했다.

리얼미터는 이 여론조사에서 공수처를 “고위공무원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이라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공수처가 대통령 등 집권세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반론은 소개하지 않았다.

여야 4당이 제출한 공수처 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대통령과 여당이 원하는 사람을 임명할 수도 있다. 공수처 내 검사 역시 처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정권의 코드 인사 기조에 따라 공수처에 민변·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대거 기용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여당, “리얼미터 조사 결과 패스트 트랙은 국민의 뜻”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긍정 평가가 50.9%, 부정 평가가 33.6%(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로 나와 국민의 요구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리얼미터는 이 여론조사에서도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개혁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국회 본회의 표결에 자동 상정하는,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데 합의했다”며 또 ‘개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수사권 조정안은) 특정 기관(경찰)의 통제를 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원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응답자의 판단을 유도할 수 있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문항 자체가 균형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설문조사는 묻고자 하는 것만 최대한 간단하게 질문해야 하며 설문 문항을 단순 명료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