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생, 우리 나이로 35살. 그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반으로 가른 17살의 청년 역으로 돌아왔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비롯해 <동갑내기 과외하기>, <화산고>,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을 통해 고등학생을 연기한 그는 '권상우가 교복을 입으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 <포화속으로>에서 나이 때문에 캐스팅되지 못할 뻔한 사연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두베홀에서 열린 영화 <포화속으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권상우는 빅뱅의 T.O.P(최승현, 이하 탑)과 같은 또래를 연기한 것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히 고백했다.
살인미수로 소년원에 끌려갈 처지가 되자 대신 전쟁터에서 싸우겠다며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한 한 무리의 청년들. 그 무리 속에, 푹 눌러쓴 모자 아래 날카로운 눈빛을 감춘 갑조가 있다.
북한군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위해 신분을 속여 학도병으로 전쟁에 자원한 갑조. 거리에서 거칠게 살아 온 그는 총 한번 쏴 본적 없지만 능수능란하게 칼을 다루며 단숨에 포항에 남겨진 어린 학도병들을 제압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포탄 소리와 아무도 자신들을 지켜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다른 학도병들과는 달리, 전쟁을 향한 두려움 따윈 없는 그는 오직 북한군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차있다.
이날 권상우는 탑과 또래 역할을 맡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이가 많아서 캐스팅이 안될 뻔 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이에 대해 김승우는 "처음 권상우가 탑과 같은 나이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차승원과 굉장히 걱정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한 뒤 "상우는 이제 우리랑 가까운 나이인데"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또 김승우는 "촬영에 들어간 뒤 모니터를 보니 탑 보다 어려보였다"라며 "권상우가 교복을 입어서 안 된 영화가 없다니 기대중이다"라고 재치있는 말로 덧붙여 주위를 즐겁게 했다.
브라운관에서는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로, 스크린에서는 거칠고 강렬한 남자로 자신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줄 아는 배우 권상우가 <포화속으로>와 함께 분노로 가득 찬 캐릭터로 돌아왔다. 거리에서 거칠게 살아온 ‘갑조’는 날카로운 맹수의 눈빛을 가진 거친 캐릭터다. 피비린내 나는 참혹한 전쟁도 북한군에게 가족을 잃은 그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한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날 서있는 ‘갑조’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현수’가 보여주었던, 거칠지만 소년다운 분노에서 한 층 성숙해진 ‘진짜 배우’ 권상우의 진면목을 선보인다. 분노 외에 모든 감정을 지워 버린듯하던 갑조가 전쟁을 향한 두려움과 동료 학도병들을 향한 안타까움으로 흔들리는 눈빛을 보여주는 순간 우리는 그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다.
1950년 8월 한국전쟁의 운명이 걸린 낙동강 지지선을 지키기 위한 남과 북의 처절한 전쟁 한복판에 뛰어 든 학도병들의 슬프고도 위대한 전투를 그린 영화 <포화속으로>는 내달 17일 개봉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