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시장이 도박판이 됐다. 모두가 일확천금을 꿈꾸며《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다. 모두의 파멸과 죽음이 종국에 설걔된《오징어 게임》말이다. ⓒ 챗GPT
■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
한국은《오징어 게임》의 나라다. 드라마도 자본시장도《오징어 게임》이다. 넷플릭스 드라마《오징어 게임》에선 참가자들이 거대한 상금을 향해 질주한다. 하지만 그 게임의 종국은 모두의 탈락과 파멸 로 설계되어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증시를 두고 넷플릭스 드라마《오징어 게임》같은 위험한 시장이 될 수 있다” 고 평가했다. 코스피가《오징어 게임》과 같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하겠다.    금융은 실물경제를 돕는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자본시장의 역할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하고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있다. 그런데 최근 도입된《삼전닉스》레버리지 ETF는 이러한 자본시장의 기능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    레버리지 ETF는 두배의 수익률을 위해 매일 대규모 매매를 반복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살 유인이, 떨어지면 더 팔 유인이 있는 구조다. 결국 시장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금융상품이 오히려 시장을 이끌고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바로꼬리가 몸통을 흔드는현상이다.  
 ■ 비정상적 과열(overheating)
더 심각한 문제는 자본배분의 왜곡 이다. 《삼전닉스》는 이미 한국 증시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더해지면, 투자자금은 더욱 두 기업으로 집중되기 쉽다. 
반면 미래 성장산업, 중견기업, 혁신 스타트업으로 흘러가야 할 자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도체 쏠림》현상 이 더 심화되는 것이다.   버블 생성 가능성도 커진다. 주가가 오르니 레버리지 자금이 더 유입되고, 그렇게 유입된 자금이 더 주가를 밀어 올리는《자기강화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기업가치보다 자금의 유입 속도에 의해 결정되기 시작하면, 그게 버블 이다.   짚을 건 또 있다. 코스피는 2025년 6월 2700피에서 불과 1년만에 9300피까지 튀어 올라 한때 10000피를 눈앞에 뒀었다. 이후 매도 매수 사이드카 발동이 반복되며, 극심한 변동성 을 보이고 있다. 
누가봐도 코스피 상승속도는 정상이 아니다. 과도한 기대와 유동성이 시장을 이끄는비정상적 과열상태로 볼 수 있다. 과열은 상승장에서 환호를 부르지만, 하락장에서는 재앙이 될 수 있다.   
 ■ 누가, 왜, 이 지렛대를 놓았는가
이해하기 어려운 건 레버리지 ETF 금융상품을 허용한 정책 당국이다. 거대한 시가총액 종목에 거대한 레버리지를 얹으면 자금이 한쪽으로 더욱 쏠리고 코스피의 변동성이 커질 것을 예측하기 어려웠을까? 위험을 줄여야 할 당국이 오히려 위험을 더 키운 셈이다.   레버리지는 지렛대다. 하지만 잘못 설계된 지렛대는 경제를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삶과 인생을 아래로 밀어낼 수도 있다. 
누가, 왜, 이 지렛대를 놓았는가? 물론 투자자금을 국내에 붙잡아 두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자본시장이 성장하려면 장기적인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단기 레버리지 상품을 확대해 거래량만 늘리는 것 은 자본시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을《카지노》로 만드는 것 에 가깝다. 
이제 와서 예탁금을 올리고, 교육을 강화하고, 진입장벽을 높이겠다고 하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좋은 금융정책은 거래의《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거래의《질》을 높이는 것이다. 투기성 짙은 단기적 거래 가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의 거래인 것이다.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자본배분 왜곡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을 확대하고《변동성》을 키우는 것은 금융혁신이 아니라 금융실험 에 가깝다. 
정책은 실험이 될 수 없다. 실패하면 국민의 자산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시장이 보다 선진적 시장으로 도약하려면, 단기적인 흥행보다 장기적인 건전성과 신뢰를 우선해야 한다.  
 ■ 오징어 게임 코스피
지금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다. AI는 분명 미래를 바꿀 기술이다. 
하지만 훌륭한 기술이라고 해서 거품이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다. 철도도 인터넷도 모두 인류사를 바꾼 기술이었지만, 거품이 발생했었다. 
최근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이 반도체 비중 축소를 권고하고, AI 반도체 랠리의 과열 가능성을 잇달아 경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스피는 수많은 국민의 노후자산과 기업, 금융기관, 연기금이 함께 올라탄 거대한 배와 같다. 지금 정책당국이 해야 할 일은 배의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니다.AI 열풍이라는 파도와, 그 뒤에 있을지 모를《버블》빙하를 냉철히 살피는 것이다. 
시장을 자극하는 정책보다 안정시키는 정책, 쏠림을 강화하는 정책보다 분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 언론이 붙인《오징어 게임 코스피》는 비유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