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3년 우남 이승만의 글과 2026년 트럼프의 연설은 공산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자유의 적이며, 자유를 갉아먹는 암이라는 것이다. ⓒ 챗GPT
■ 모두가 왕일 때 대통령 발명한 나라, 미국
미국 건국 250주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3일 사우스다코타주 마운트 러시모어와 7월 4일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열린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에서 공산주의 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공산주의 "미국 자유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결코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다.""공산주의는 암(cancer)이다.""암은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연설에 공산주의 가 등장했다.공산주의 가?왜?
1776년. 지구 상에 제 1호 근대국가가 출범했다. 왕국이 아닌 최초의 공화국. 국민이 뽑는 대통령(President)이란 개념의 발명.자유 / 헌법 /국민의 동의》에 토대를 둔 민주공화국이란 정치철학의 창조. 그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근대문명의 등장이다.
1848년. 자유의 나라 미국이 등장한지 72년.자유》를 부정하는《암세포가 출현했다. 공산주의.
트럼프의 연설은 미국 건국을 기념하면서, 자유와 공산주의의  대결을 되돌아 보게 했다.

▲ 트럼프 대통령운 "미국은 자유의 나라이며 공산주의는 자유의 적"이라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 공산주의는 근대문명의 암
1776년 7월 4일. 토머스 제퍼슨이 기초한 미국 독립선언서는 이렇게 선언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창조주로부터 생명·자유·행복추구권을 부여받았다."

국가가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는 인간에게 본래 주어진 권리라는 선언이었다.
1848년 2월 21일. 마르크스엥겔스《공산당 선언》을 출간했다. 선언 첫 문장.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유럽에. 공산주의다."

그 선언은, 자유보다 계급  개인보다 집단  시장보다 혁명  ▼  점진적 개혁 보다 폭력혁명 을 역사의 동력으로 제시했다.
19년 뒤인 1867년. 마르크스《자본론》을 출간했다.《공산당 선언》이 혁명의 정치 선언이었다면,《자본론》은 공산주의 혁명의 이론 토대를 제시한 책이었다.
1776년 미국 건국1848년 공산주의 출현 은 현대 문명의 두 갈래다.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점진적 개혁의 길.다른 하나는 공산주의계획경제, 즉 혁명-독재 의 길. 20세기 세계사는 이 두 흐름이 충돌한 역사다.
트럼프가 건국 250주년 연설에서 공산주의 를 다시 소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게 미국 건국은 단순한 독립기념일이 아니라 자유문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 문명이 대전환 중일 때 조선은?
1776년 미국이란 근대문명 1호 국가가 탄생했을 때, 정조가 즉위했다. 1848년《공산당 선언》이 유럽을 뒤흔들 때, 헌종 말기 귀족(양반) 세도정치가 극에 달했다.1867년 《자본론》이 나왔을 때, 조선의 국가 의제(아젠다)는 경복궁 중건이었다.
산업혁명, 자유주의, 입헌주의, 공산주의, 대통령, 3권분립, 시민, 헌법, 선거….이런 용어조차 모르고 있었다. 세계가 새로운 문명을 놓고 치열하게 요동치는 동안, 조선은 태평양 한가운데 고립된 갈라파고스섬 속 우물 안 개구리 였다.
역사는 아이러니하다. 세계가 공산주의 열풍에 취해 있을 때 나라도 없는 한 조선인이 누구보다 먼저 그 위험을 꿰뚫어 봤다.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이었다.

▲ 1923년 우남 이승만의《공산당의 당부당》이 실린 잡지《태평양》.ⓒ 뉴데일리DB
■ 모두가 공산주의일 때, 우남 혼자 "아냐"
1923년. 우남 이승만《공산당의 당부당》이란 글을 발표했다. 1923년은 공산주의가 실패한 시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전 세계 지식인 사회가 유행에 빠져들던 때 였다. 
1917년. 레닌 이 볼셰비키혁명을 성공시켜 1922년 지구상 1호 공산국가 소련 이 나타났다. 1921년. 상해에서 중국공산당이 창당됐다. 광란의 유혈혁명가 모택동 이 얼굴을 내밀었다. 베트남의 호찌민 은 프랑스를 거쳐 모스크바에서 혁명가로 성장했다. 인도에서는 젊은 네루 가 사회주의에 빠져들어, 훗날 인도의 노선에 그 영향이 반영됐다.
유럽 대학가는 마르크스를 읽지 않고는 시대를 논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혁명은 낭만이었다. 사회주의(공산주의) 는 진보의 상징-시대정신이었다.
영국의 노벨상 수상 작가 조지 버나드 쇼 는 소련 방문 뒤 소비에트 체제를 극찬했다. 프랑스 작가 앙리 바르뷔스레닌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 로 찬양했다. 미국의 최고 탐사언론인 링컨 스테펀스 는 소련을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 한마디는 당시 서구 지식인 사회의 집단적 분위기를 상징한다.
공산주의 는 단순한 정치이념이 아니었다. 최신 사상이었다. 최신 유행이었다. 최신 패션이었다. 오늘날 표현을 빌리면, 가장《핫》했고, 가장《쿨》했고, 가장《힙》했다.혁명 을 말하면 진보.레닌 을 말하면 지성인.자본주의를 비판하면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 으로 대접받았다.

■ 거대한 유행을 거스르다
우남 이승만《공산당의 당부당》그런 거대한 유행을 거슬러 오른 글이었다.
그는 공산주의 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인정했다. 빈부격차는 개선되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보호해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은 개혁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공감했다.
그러나 해법은 정반대였다. 사유재산을 없애면 근로 의욕이 무너진다계급투쟁은 사회를 협력이 아닌 증오로 이끈다폭력혁명은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한 독재를 낳는다.
시대를 앞선 통찰이었다. 세계는 혁명 에 취해 있었다.우남은 혁명 이후를 보고 있었다. 세계는 레닌 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남자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계가 거대한 파도를 향해 달려갈 때, 우남은 그 파도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을 암초를 먼저 보고 있었다.

■ 103년을 뛰어넘은 두 개의 경고
1923년 하와이. 망명 독립운동가 우남 이승만은  공산주의 의 위험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었다. 2026년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산주의《암》이라고 진단하고 제거를 약속했다.
103년의 시간차가 있다. 국적도, 시대도, 처한 환경도 전혀 달랐다. 그러나 두 사람이 던진 질문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자유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공산전체주의 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1917년 러시아혁명은 레닌-스탈린 의 피의 학살과 강제수용소(굴락), 대기근으로 이어졌다. 2000만명가량 이 희생된 생지옥 이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참극으로 귀결됐다. 6000만명정도가 사망한 피바다 였다. 1975년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정권은 170~220만명의 국민을 잡아죽였다. 동유럽은 철의 장막 안에서 수십 년 동안 자유를 잃었다. 한반도 북쪽에는 오늘날까지도 폐쇄적인 세습체제(왕국- 김씨조선)가 존속하고 있다. 
20세기 공산주의 정권 아래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억 명 이상이라고 추산하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1848년 《공산당 선언》이 세상에 나온 이후 170여 년. "떠도는 유령" 은 유럽을 넘어 러시아와 중국, 동유럽과 동남아시아, 쿠바와 한반도까지 전이 됐다. 인류는 그 유령이 현실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목격했다. 미국 건국 250주년 연설에서 트럼프공산주의 를 다시 소환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6.25는 미국이 공산주의와 싸운 전쟁이라고 한 뒤 장진호 전투참가 노병 2명을 단상에서 소개하며 자유의 수호를 위한 전쟁의 의미에 대해 설명햤다. ⓒ 연합뉴스
1776년 미국은 자유를 선언했다. 1848년 마르크스 는 계급혁명을 선언했다. 1923년 우남공산주의 의 위험을 경고했다. 1950년 미국은 한반도에서 공산주의와 최초의 전쟁을 했다. 트럼프는 워싱턴 연설 도중 6.25 장진호전투 참전 용사 2명을 단상에 불러세워 미국이 공산주의와 싸운 첫 전쟁임을 부각시켰다.
우남은 끝까지 싸우자고 했다. 그러나 미국 아이젠하워는, 1953년 승부를 멈췄다. 2026년 트럼프는 다시 자유를 말하며 공산주의 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1776년에서 2026년까지 250년. 1848년에서 2026년까지 178년. 1923년에서 2026년까지 103년. 1950년에서 2026년까지 76년. 이 숫자들은 단순한 연도가 아니다. 자유공산주의 사이에서 인류가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의 기록이다.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공산주의의 암덩어린인 중-러-북-쿠바와 그 변이종 이란이 지금 스크럼을 짜고 자유의 나라 미국과 대결 중이다. 한반도에서도 공산주의 와의 전쟁과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103년전 우남《공산당의 당부당》은 단순한 반공 논설이 아니다. 인류가 어떤 문명 위에 서야 하는가를 묻는 반공선언이다. 그 선언은, 103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워싱턴과 서울 앞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