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 반도체 투자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자체 공시에는 여지를 뒀다. 삼성전자는 정정 공시까지 내며 문구를 추가했는데, 야당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무리한 투자 압박이 기업을 힘들게 한다고 지적한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장래사업·경영계획'(공정공시)에 대한 정정 기재를 공시했다. 정정된 곳은 '기타 투자 판단과 관련한 중요 사항'이다. 
정정 전 '해당 규모 및 일정은 추후 변경될 수 있음'이라고 기재됐으나 정정 후에는 기존에 더해 '상기 중장기 투자 계획은 현재 시황에 근거한 장래 계획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으로서 향후 시장 상황 및 당사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이라는 문장이 추가됐다. 
이러한 문장은 주로 기업들이 '중장기 투자 계획 공시'에 사용하는 문구다. 변동 가능성과 철회 가능성을 모두 담아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근거를 두고 주주들에게 이를 사전에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뉴데일리가 삼성전자의 10년(2016년 6월 30일~2026년 6월 30일)까지 공시 자료를 분석했지만 이러한 문장을 사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예상 투자 금액은 2450조 원이다. 반도체만 약 2100조 원으로 용인 및 기존 반도체 단지에 1650조 원, 광주에만 400조 원을 투자한다. 추진 종료일은 2040년 12월 31일이다. 
SK하이닉스 공시에도 삼성전자 공시와 같은 조항이 삽입됐다. SK하이닉스는 '기타 투자 판단과 관련한 중요 사항'에 '상기 중장기 투자 계획은 이해를 돕기 위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으로 향후 시장 상황 및 당사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이라고 명시했다. 같은 문장이 최근 10년 동안 SK하이닉스 공시 자료에 사용된 사례는 2022년 9월 3일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확장에 15조 원 투자 계획을 공시할 때였다.
이 밖에도 '구체적인 일정과 투자 계획은 향후 이사회 승인을 거쳐 확정되는 시점에 추가 공시할 예정임'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생산기지에 약 700조 원을 투자하고 서남권 클러스터에 약 4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두 기업이 서남권 지역에만 80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 삼성전자가 29일 정정 공시를 통해 '상기 중장기 투자 계획은 현재 시황에 근거한 장래계획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으로서, 향후 시장 상황 및 당사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대국민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었다. 두 기업 회장들은 직접 참석해 이러한 메가급 투자를 직접 발표했다. 야권이 '청와대의 기업 압박설'을 제기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 투자가 발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각에서 우려한 것처럼 기업에 손실과 위험을 강요하면서 국가적 필요를 관철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손해 보지 않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제가 지금까지 해낸 일 중에 오늘 성과가 가장 큰 국민적·역사적 성과"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러한 프로젝트가 이 대통령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이번 정부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도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강 비서실장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경우 일본 구마모토 사례처럼 2년 안에 기반 공사를 마무리하고 기업들이 공장 건설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사업을 챙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기업 등떠밀기식 투자 발표가 시대착오적 정치쇼일 뿐이라고 우려한다. 무리한 투자 발표 강행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공시 자료에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정도 대규모 투자가 기업에 얼마나 큰 부담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정부가 손목을 비튼 단면이라는 것"이라며 "수천조 원을 투자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당연히 다양한 상황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2030년, 4년 만에 완공하겠다고 하는 것은 기업들을 사지로 내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별다른 공모 절차 없이 호남을 반도체 투자 지역으로 선정한 것 자체가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기업의 팔을 비트는 정책이다. 지금 이 정권이 반도체를 가지고 정확히 그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처방을 먼저 써놓고 병명을 끼워 맞추는 의사는 면허가 정지된다"면서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기업의 팔을 비트는 사람들도 면허가 정지돼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