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이 "자주" "독립" "우리끼리" 등이다. 그런 말에 혹하다 마주치는 운명은 "고립과 폐쇄"다. 전류가 흐르지 않는 부도체가 된다. 북한이 바로 그렇다. ⓒ 챗GPT
■《삼전닉스》가 한국경제 중심회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반도지정학적 반도체다. 
세상에는 전(全)도체, 부(不)도체, 반(半)도체가 있다. 전도체는 전류를 그대로 흘려보낸다. 부도체는 전류를 막아버린다. 반도체는 그 중간에 있다. 
하지만 반도체의 위대함은《중간》에 있다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할 때는 전류를 통하게 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차단하며, 전체 회로가 작동하도록 흐름을 조절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인공지능도 모두 반도체 위에서 돌아간다.   요즘 한국 증시를 보면, “한반도가 반도체”라는 지정학적 은유가 단순히 말장난이 아닌 것 같다. 경제적 현실인 것이다. 
《삼전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랠리는 이제 시장 전체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만으로도 코스피의 절반을 넘고삼성그룹과 SK그룹 상장 계열사를 모두 합치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70%에 이른다.  말 그대로《삼전닉스》한국 경제의 중심 회로가 된 셈이다. 이쯤 되면 한국은 단순히 반도체를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반도체가 국가경제를 주도하는 나라로 보인다. 《삼전닉스》가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고, 반도체가 앞장서 수출을 주도하며, 세계인들은 한국을 메모리와 AI 반도체로 본다.  
 ■ 한국 반도체의 내러티브(서사)
한국 반도체는 나름의 서사가 있다. 
크리스 밀러《Chip War》가 말해주듯, 반도체 산업은 처음부터 국가 간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었다. 기업의 수익창출만을 위한 게 아니었다. 냉전과 함께 군사기술에서 출발했고, 첨예한 경쟁 속에 산업구조와 공급망이 형성됐다. 그 이면엔 국제정치가 있다.   1980년대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미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일본 기업들은 품질과 생산성에서 앞섰고, 세계 메모리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갔다. 
미국은 이를 단순한 무역적자 문제가 아니라 기술패권과 안보의 문제로 인식했다. 그 결과가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이었다. 미국은 일본의 덤핑을 문제 삼았고, 그러한 조치는 일본산 반도체가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장해 가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 기업들이었다.   미국의 견제 속에 전략적 틈새가 만들어졌고, 한국 기업들에게 시장 진출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메모리 불황에도 한국 기업들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기술을 축적하며 생산능력을 키웠다.미국 중심의 기술·시장·자본 네트워크와 연결된 상태에서 일본이 비운 공간을 한국이 대체한 것이다.   
 ■ 계획경제 이념 회로 vs 시장경제 자유 회로
한국 반도체의 성공은 한국만의 단독 서사가 될 수 없다. 열린 자유세계의 회로 속에서 전략 공간이 열렸고, 한국이 그 전류를 잡아 기회로 바꾼 서사인 것이다. 이 역사는 오늘날 한국 경제에 중요한 경고를 준다.  생각해보면 한반도 자체가 거대한 지정학적 반도체였다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한반도에서 교차해왔다.냉전 이후에는 한반도가 남북으로 쪼개져 지금은 각각《한미일》 《북중러》불록을 형성해 대립하고 있다. 
북쪽은 소련과 중국의 공산주의 계획경제 이념 회로에 연결됐다.남쪽은 미국과 일본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 회로에 연결됐다. 전자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부도체, 후자는 과열 전도체가 된 셈이다.    지금 우려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한반도가《부도체》로 변하는 일이다. 
부도체 는 외부와의 연결을 끊는다. 처음에는《자주》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장보다 통제가 ② 경제보다 정치가 ③ 자유보다 이념이 앞서는 폐쇄 회로 가 되기 쉽다. 이 관점에서, 한미 간 불협화음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 시장경제 자유 회로 연결 느슨해지면?
한국 반도체는, ① 한미동맹이라는 안보의 토대② 미국 시장③ 기술협력④ 세계 공급망⑤ 개방경제라는 넓은 회로에 연결되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동맹은 조약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① 실시간 정보 공유 ② 연합훈련③ 지휘체계  확장억제 협의⑤ 위기 시 즉각적 증원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비로소 작동할 수 있다.   그 신뢰가 약해지면 한국은 자유세계의 핵심 회로에서 멀어지고, 북중러 라는 폐쇄 회로의 압력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자주적인 군사 역량을 갖추려면 역설적이게도 더욱 강한 동맹이 필요하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동맹 약화가 아니라 동맹 강화인 것이다. 
한국의 기준《전압》은, ① 자유시장② 개방경제③ 한미동맹이다. 
이게 바뀌면, 모든 게 멈춰서 버린다. 한국이 맞는 건 독립 아니라 고립 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반도체다. 다만 모든 자원과 자본이 수도권과《삼전닉스》로만 쏠리는 과열 회로가 되면 안 될 것이다. 
자유와 개방의 기본 회로를 지키면서, 성장의 전류가 더 많은 산업, 더 넓은 지역, 더 많은 이들에게 흐르게 만드는 것. 그게 진짜《고성능 반도체 국가》의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