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12일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지만 싸늘한 반응에 직면했다. 전날 5.18 민주묘역에서 환대를 받았던 모습과는 크게 대조를 이뤘다.
가칭 국민의당 창당선언을 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김해를 방문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봉하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싸늘한 냉대와 푸대접을 받아야 했다. 자신을 야권통합을 바라는 시민이라고 자칭한 이 모(50) 씨 등이 안철수 의원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 모 씨는 "친노 패권주의 낡은 진보라며? 아직도 간 덜 봤느냐"는 피켓을 들고 안철수 의원을 막아섰다. 전날 순천에서 1,000명이 넘는 인파를 동원하며 세를 과시한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안철수 의원의 지지자들이 "뭐하는거냐"라면서 제지에 나섰다. 이들은 "형제 아이가"라면서 이 모 씨 등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이 모 씨는 되레 "야권을 분열시켜놓고 형제는 무신 형제"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서는 "당내에서 친노 패권주의라고 그렇게 비난해놓고 어떻게 여기에 와서 머리를 숙일 수 있느냐"면서 "친노 패권주의가 대체 어디 있는 것인지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은 친노도 아니고 친문도 아닌 단순히 시민이라면서도 끝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냐는 주장에는 '맞다'고 답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현장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기 전에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분향은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창준위원장이 첫 번째 그룹을, 문명호 의원과 임내현 의원이 두 번째 그룹을 형성해 진행됐다. 분향 순서는 한상진 창준위원장, 안철수 의원, 문병호 의원, 임내현 의원 순서였다.
참배를 마친 안 의원 일행은 한상진 창준위원장이 대표로 방명록에 " 대의를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신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새겨 실천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철수 의원은 같은 페이지에 이름 석 자만 새겨 넣었다.
이후 이들은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권 여사의 자택으로 향했고, 10시 11분부터 30분 간 전면 비공개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화에서 권양숙 여사는 정치에 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현재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권 여사께서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걱정도 해주시고 덕담도 나눴다"면서 "되도록 말씀을 아끼면서 집안과 사저, 도서관을 운영하실 때 느끼는 소회 등을 말했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안철수 의원은 그간 친노와 주류 세력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정세력을 비판한 적 없다. 원론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신뢰를 얻어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까 해서 9월부터 혁신 논쟁을 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내현 의원도 "대표진영이 낡은 진보로 가고 있어 몇몇 분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지 노무현 정신은 계승·발전해야 한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급진 강경파의 일부 등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권노갑 고문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한 위원장은 "권 고문께서 향후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시는지 직접 보고 듣지 못했다"면서 "그분이 중요한 사람이라는데 인식이 같기에 권 고문의 말을 듣고 판단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