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연합뉴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과 관련한
김동진 부장판사님의 글을 읽고 몇 자 올립니다

20년 전 사법연수원 동기로서
함께 공부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저께 김 판사님 사진을 중앙일간지의 1면에서 보았던 때의 심정은
한마디로 착잡했습니다

정치에 몸 담고 있고,
한 때 법조인이었기 때문에 두 가지가 떠올랐고,
그 때문에 몇 번을 정독했습니다.

첫째, 지난 대선 결과가 불만인 사람들에게
김 판사님의 격정 발언은 가뭄에 단비같은 일갈이 아니었을까..

"봐라.
부장판사도 이 정부가 패도정치를 일삼고,
담당 판사는 입신영달에 눈이 멀어
개떡 같은 판결을 했다고 비판하지 않느냐."


둘째, '법치주의란 죽었다'..
그럼 법치주의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저는 솔직히 김 판사님의 글이
개인적 소신에 의한 비분강개인 나머지,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글을 쓴 김 판사님의 행동이
오히려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하는 바 입니다.

법관의 독립은 법치주의의 핵심입니다.

다른 법관이 노심초사 내린 판결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일반인도 아닌 부장판사가 담당 법관을
출세에 눈이 먼 판사로 낙인을 찍어버렸습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검찰을 '정치 검찰'이라 한다면,
판결에 대해 성급하게 정치적인 해석을 부여하는 태도는 더 큰 문제입니다.


▲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연합뉴스


이전에 법관의 독립이라는 허울로 포장된
법원의 선민의식, 권위주의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고 여러번 비판했던 저로서는,
김 판사님의 이런 탈 권위적 행동으로 인해 소위 뻘쭘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만.

이제는 법관의 독립과
나아가 법원의 판결에 정치적인 해석을 더해
재판에 대해서 불신케 만드는
'법원정치'를 근심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이 사건의 선거법 위반 부분은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는,
즉 의견이 다를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1) 삼척동자도 다 안다?
(2) 모든 법조인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혀서 아무말도 못했다?
(3) 사심이 가득한 판결이기에 좌시하지 않겠다?


왠지 과거 제가 학생이던 시절의 매콤한 최루탄 냄새가 생각납니다.
글을 곱씹을수록 한편으로는 김 판사님의 글을 읽고,
'허허' 웃음만 나옵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이것이 법관의 글인지,
아니면 어느 정치단체의 프로퍼갠더 격문인지 헷갈립니다.

김 판사님!
저는 나이가 자꾸 드니
제 소신과 지식에 대해 더 의심이 생깁니다.

자신감 또한 쉽게 잃습니다.
겸손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꾸 하늘보다는 땅 바닥을 쳐다보는 게 편해지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정의와 진실을 너무 독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 판사님이 제 앞에 계시다면 묻고 싶습니다.

그런 태도야 말로 김 판사님의 표현대로,
교조주의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누가 말했던가요,
'지식인은 당파적일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당파성의 위험을 알아야한다'고.

오늘의 대한민국,
특히 사법부가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법치주의를 위해 수 많은 법관들이 매일매일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에 안든다고 곧장 정치 영합하는 판사라고,
돌이킬수 없는 비수를 꽂는 것은 사람의 도리나 법관의 윤리 문제를 넘어서,
법치주의와 법관의 독립에 대한 직접적인 협박이 아닐까요?

제 기억 속에
연수원 시절 가끔씩 마주쳤던 김 판사님은
그야말로 성실하고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과 가는 길,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 다름에 대한 인정,
또 함께 어울려 가려는 노력이
우리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 발전에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판사님께서 스스로 옳다고 믿는 진실에 대해
과신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진실,
그리고 그런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과정도
좀 더 세심히 살피는 도량을 가지셨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