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다."
한나라당은 몸을 바짝 낮췄다. 당초 5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당 쇄신 문제를 논의키로 했으나 이날 회의에 '쇄신'은 없었다.
당 소속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으나 19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터진 '폭탄'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기현 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쇄신 논의는 없었다. 경찰 수사 등과 관계없이 빠른 시일 내에 쇄신 논의를 위한 최고위를 통해 그때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핵심당직자는 "지금 쇄신만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너무 안좋게 흘러가고 있다. 당이나 정부가 조금이라도 개입됐다는 발표가 나올 경우, 당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가 끝나면 다 밝혀지겠지만 (당 개입설로) 지금처럼 오해 받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박원순 시장이 당선돼서 한 시름 놓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이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총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당선무효 소송 등 사건이 일파만파 커질 수 있을 뻔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인 공씨가 선거 당일 범행을 직접 수행한 강씨 외 제 3자와 20여통의 통화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원우 민주당 진상조사위원장 등은 이날 서울 경찰청을 방문한 찾아 "공씨가 10월25일 밤부터 26일 오전까지 강씨와 30통의 전화를 한 것 이외에 다른 사람과 20여통의 통화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20여통 중 상당수가 한나라당 관계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배후를 규모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이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씨와 강씨한테서 현역 의원의 명함이 나왔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의원이 공씨가 9급 운전기사일 뿐이라고 밝힌데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씨와 같은 성을 가진 경남의 도의원이 있는데 이 도의원 역시 최 의원의 비서 출신으로 두 사람의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격을 실행한 강씨 등이 벤츠와 같은 고급 승용차를 리스해 타고 다닌 것도 대가성 있는 자금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최 의원과 한나라당의 '연계성'을 거듭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이 공씨와 강씨로부터 압수한 물품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청은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다.
다만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지위 고하와 이념을 가리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