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김세의 기자와의 일문일답 전문.
- 지난번 최대현 아나운서가 해고를 당한 직후 머지않아 나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는 글을 올리셨었는데요. 먼저 사표를 던지셨습니다.
▲지난해 12월 7일부터 기자로서의 일을 거의 못하고 있었어요. 올해 1월 25일에는 배현진 앵커 덕분으로 유명해진 '조명기구 창고'가 제 근무지가 됐습니다. 어떤 분들은 회사에서 일을 안시키면 좋은 게 아니냐는 말들을 하시지만, 제가 이렇게 살려고 MBC에 들어온 건 아니거든요. 그 이후 대기발령을 받았고, 이대로 계속 MBC에 머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사표를 냈습니다.
- MBC 경영진과의 갈등을 떠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사직서를 쓰기 전까지 굉장히 고심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좀 그랬습니다. 제가 무슨 사업을 준비했던 것도 아니고, 다른 회사 취직을 준비 중인 상태도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는 제가 더이상 정상적인 업무는 못할 것이라고, 저도 알고 아내도 알고 가족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해고도 안하고, 특별히 일도 안시키면서 저를 고사시키는 상황이 계속됐어요. MBC는 제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직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 나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아내와 가족 모두가 잘 이해해줘서 결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 김 기자님이 사표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 것 같은데요.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요?
▲예전 동료들로부터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죠. 그리고 KBS, SBS 동료 기자들도 전화를 많이 주더라고요. 사실 KBS도 MBC와 상황이 참 비슷해졌는데요. 한 KBS 기자는 "개인적으로 응원을 한다"면서 "자기네들은 저같은 투사가 없어서 안타깝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SBS는 KBS와는 달리 대항 노조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 기자는 대항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어서 힘들다는 속내를 하기도 했습니다. 부디 KBS와 SBS에도 용감한 말을 할 수 있는 기자들이 많이 나오길 희망합니다.
- 15년간 MBC 사원으로 지내오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유의 몸이 되셨습니다. 사표를 던지신 날(8월 1일) 어떤 심정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날 밤, 제 페이스북에 아버지 어머니의 결혼식 사진을 올렸어요. 예전 사진들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저희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거든요. 아버지가 반평생을 거의 실업자로 지내셨어요. 물론 저희 아버진 참 좋으신 분인데요. 험난한 삶을 사셨기 때문에 곁에 계신 어머니께서도 그 짐을 고스란히 나눠 가지셨죠. 그런데 이제 그 아들이 똑같은 길을 가고 있잖아요. 아버지도 MBC에 갔다가 그렇게 되시고, 또 아들까지 MBC에 갔다가 이렇게 됐고. (울먹)
아내에게도 정말 미안하죠. 어머니가 지셨던 평생의 짐을 제가 또 아내에게 주는 게 아닌가 하고요. (울먹)
아무튼 그날엔 눈물이 좀 많이 났어요. 제가 회사를 나오는 문제를 놓고 그동안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아내도 그렇고 가족들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얼마나 마음이 안좋았겠습니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요.
- 김 기자님께서 사표를 내신 게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오히려 MBC를 상대로 좀 더 '입바른 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동안 MBC 직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제대로 말을 못한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탄핵정국 때에도 태극기 집회에 나가고 싶었는데요. 어떻게 보면 자기검열일 수 있는데, 차마 나갈 수가 없더라고요. 사실 촛불집회 때 많은 언론노조 소속 기자들이 집회에 나가 목소리를 높였고, 어떤 기자들은 김장겸 사장 물러나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아무도 지적 안하더라고요.
최승호 사장은 '공모자들'이라는 영화에서, 제가 (상암 사옥 앞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장면을 되게 비아냥 거리는 투로 내보냈더라고요. 태극기 집회에 나간 건 저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했지만, 그날 집회의 성격은 박근혜 탄핵반대 집회가 아니라, MBC 응원 집회였습니다. 당시 MBC가 유일하게 가장 공정한 보도를 했다며 많은 분들이 저희를 격려해주시기 위해 상암 사옥 앞에 모여 집회를 연 겁니다. 당시 제 발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MBC뉴스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은 시청 부탁드린다"는 당부의 말씀만 드렸어요.
- 재미있는 포인트네요. MBC뉴스를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에게 MBC 직원이 감사 인사를 표한 걸 두고, MBC 사장님(당시 뉴스타파 PD)이 조롱을 하고 질책을 했다는 얘기잖아요?
▲향후 초상권 침해 소송도 낼 생각을 갖고 있어요. 제 의도나 의사와 상관없이 저를 비난하기 위해 이날 집회에서 찍힌 제 사진을 쓰는 건 절대로 용납 못합니다.
- 지난해 말 최승호 사장 부임 직후 보도국 기자들을 대거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인사 발령이 내려졌었죠. 김 기자님이 사표를 던지게 된 발단도 이 사건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지난해 12월 8일, 저희들은 말 그대로 충격적인 일을 겪었습니다. 평상시처럼 뉴스를 제작·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오후 4시 반경, 갑자기 경제부장님께서 저희 부서원들에게 "나 이제 물러난다"는 말을 하신 겁니다.
당시 외부에서 뉴스 취재·제작을 마치고 복귀 중이었던 저는 이같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사정을 들어보니, 오후 4시 반이 되자 언론노조 사람들이 우르르 보도본부로 몰려와 자신들이 우리 자리에 앉겠다고 큰소리를 쳤다는 겁니다.
모 부서의 경우는 담당부장이 앉아 있는 자리로, 언론노조 소속 타 부서장이 오더니 "여기는 내가 앉을 자리인데, 앉을 자리가 없네?"라고 대놓고 면박을 준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8시 뉴스를 방영하기 위해선 최소 6시경엔 제작을 완료해야 하고, 4시 반이면 어느 정도 제작을 다 마친 상태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 언론노조에서 들이닥치는 바람에 당일 방송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긴급 사태가 발생한 겁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언론노조에서 이날 뉴스데스크 큐시트를 다 짜놨더라고요. 자기들끼리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고, 누가 어느 부서에서 일할지까지 다 정해놓은 상태에서 쳐들어온 거죠.
그래서 그날 뉴스데스크엔 언론노조가 자체적으로 만든 내용이 그대로 방영됐습니다.
- 이 정도면 쿠테타 아닌가요?
▲소위 '점령군'들이 오후 4시 반에 우르르 들어와서는 "너희들 다 나가", 이렇게 큰 소리를 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밖에 있었던 저희 취재기자들과 카메라 기자, 담당 AD도 놀랐지만, 내부에 있던 데스크와 부장들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 그렇게 다른 기자들이 밀고 들어왔는데, 기존 기자들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나요?
▲속된 말로 MBC 경영진은 아무런 권력이 없습니다. 저는 MBC의 권력이 최승호 사장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야말로 MBC의 살아있는 권력입니다. MBC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꽉 잡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그 누구도 대항할 수 없고,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져도 제대로 반박조차 못하고 있는 겁니다. 정말 충격적인 사건인데, 지금까지 이 사실을 말한 사람도 없고 보도된 적도 없잖습니까?
- 노조원이라고 하면 회사 경영진도 아니고 간부급 인사들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이들의 힘이 막강한 겁니까?
▲MBC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사가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그중에서도 MBC가 특히 심한데요. 국민이 주인인 신문사이다보니 더욱 정치적인 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누구로 바뀌었느냐에 따라 경영진이 바뀌는 회사 구조이지 않습니까? 어떤 개인이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방송문화진흥회라는 여야합의체 조직에 의해서 사장이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바뀌고, 경영진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조직. 그게 바로 언론노조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MBC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집단은 언론노조라고 생각합니다.
-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2004년 MBC 입사 이래 줄곧 평범한 기자로 활동해오다 2013년에 갑자기 노동조합을 결성하셨잖아요? 이렇듯 언론노조와 색깔을 달리하는 노조 결성을 추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연수원에서 진행하는 신입사원 교육 코스 중에는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와서 교육을 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이 꼭 있습니다. 언론노조에 가입하라는 얘기죠. 언론사는 특히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강한 편입니다. 신입 사원 입장에선 선배의 말 한 마디가 그만큼 중요하고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2013년 저희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언론노조 가입률은 99.9% 정도 됐을 겁니다. MBC의 권력이 언론노조에서 나온다는 얘기가 괜한 말이 아닙니다.
2012년 170일간 파업이 이어졌습니다. 역대 최장기간 파업이 전개됐습니다. 저를 포함해 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월급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채로 170일을 버텼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희생이 따르는 파업이었습니다. 그런데요, 그 가운데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을까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정말 없었을까요? 저는 이런 점을 점검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언론노조를 탈퇴하는 것이었지만 언론노조가 힘이 제일 센 조직에서 누가 감히 탈퇴를 하겠습니까? 저는 총파업 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완주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편가르기와 남 비난하기가 판을 쳤습니다. 제가 '올출석'을 해도 어차피 제 (정치적)성향 때문에 따돌림 당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저는 언론노조과 결을 달리하는 노조를 만들게 됐습니다. 처음엔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자기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 사실 MBC노동조합을 두고 '어용노조'라고 비난하는 분들도 계신데요.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어용노조'라고 말하는 분이 계시다면, 저희가 안광한·김장겸 사장 때 무슨 혜택을 받았다는 건지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김장겸 전 사장이 저를 앵커감으로 생각했다는 얘기도 있었잖아요? 저를 아는 분들은 그 기사를 보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말도 안됩니다. 단언컨대 김장겸 사장은 저를 그렇게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겁니다. 배현진 앵커도 김종국 사장 때 MBC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서 하차했습니다.
이전 경영진에게 저희 노조를 어떻게 바라봤었는지 한 번 물어보시죠. 저희가 가진 권한은 그저 언론노조를 따라가는 수준밖에는 되질 못했습니다. 심지어 김종국 사장 때에는 경영진이 언론노조에게 대표교섭권을 주는 바람에 저희는 2년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저희 노조원들 중 영상·취재 피디님들이 정말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는데요. 평상시 월급이 100~200만원 수준입니다. 영상 편집이나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정규직이지만 비일반직으로 분류돼 처우가 상당히 안좋은 편입니다. 저희가 이분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시켜달라고 그렇게 요구를 했건만 단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습니다. 경영진은요. 언론노조원인데 경영진에게 아첨을 잘하는 사람이나, 언론노조를 탈퇴하고 우리 노조에는 가입하지 않은 이른바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항상 더 챙기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사람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MBC 사장들을 언론노조와 열심히 싸운 사람들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MBC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입니다. MBC 경영진 중에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갖고 MBC를 위해 몸바쳐 일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손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방문진이 바뀌고, MBC 경영진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는 게 바로 MBC입니다. 따라서 정치권 눈치를 안보고 MBC를 위해 일하는 임원진을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가장 한심한 것은 언론노조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는 점입니다.
과거 모 사장은 저희 노조가 '극우 돌아이 집단'이라며 대면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희는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쓸모없는' 노조였습니다.
- MBC 경영진이 장기적인 플랜을 짜지 않고, 단기적으로 언론노조의 입맛에 맞는 근시안적인 목소리만 내고 있는 데 대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앞으로 최승호 사장 체제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일편향적인 현 문재인 정권처럼 MBC도 자기들만의 주장을 계속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상태가 쭉 유지되겠죠. 최승호 사장은 MBC의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SBS는 논란이 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폐지한다고 하잖아요? MBC가 제대로 된 회사라면 '주진우의 스트레이트' 같은 프로그램은 당장 폐지해야죠.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최승호 사장은 본인 세일즈에는 굉장히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얼마 전엔 뉴스데스크와 뉴스타파가 공동으로 리포트를 내보낸 적도 있고, 최승호 사장이 출연한 영화 '버닝'을 홍보하는 뉴스가 몇차례 전파를 타기도 했습니다. 비언론노조원들은 미워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아주 끔찍히 아끼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상황에 제가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 현재 MBC와 소송 중이거나 법적 소송을 강구 중인 사안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일단 직원 이메일 사찰 건이 근자에 MBC가 저지른 가장 큰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박영춘 감사가 방문진 회의에서 직원 30~40명의 이메일을 들여다봤다고 실토한 바 있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서부지검 관계자 여러분께서는 조속히 해당 사건을 수사해주시길 바랍니다. 고소장을 낸 지가 꽤 지났는 데에도 여전히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해고 징계를 받으신 분들은 모두 MBC를 상대로 무효소송을 제기하신 상황입니다.
이밖에 시간 외 수당을 청구하는 소송도 진행 중인데요. 오래 전에 언론노조가 국가에서 정한 기준보다도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사측과 합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 MBC 직원들은 마치 관행처럼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시간 외 수당을 받고 있는데요. 저는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시간 외 수당을 인상하기 위해 노사합의안까지 도출한 적이 있습니다. 가만보니 단순히 인상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법적 소송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인'이 됐기 때문에 MBC가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보도를 할 경우엔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대응할 생각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집회 결사의 자유를 충분히 활용해서 말이죠.
- 그밖에 구체화된 거취나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일단 거창한 계획보다는 당분간 쉬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15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지만, 깊이가 없는, 얕은 공부만 했던 것 같아요. 업무에서 배제된 이후부터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요. 요즘엔 우파 진영 분들이 쓰신 책보다 오히려 좌파 진영에서 나온 책들을 많이 읽고 있어요. 특히 NL과 PD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같은 주제를 놓고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책을 펴냈으면 합니다.
- 끝으로 사표를 쓰게 된 원인 제공을 한 가장 핵심적인 분이자, 현 시점에서 김 기자님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현직 MBC 사장님께 하고픈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1988년도에 아버지께서 MBC 사장 자리에 오르셨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언론노조가 결성돼 파업을 벌이고 사측과 세게 붙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당시 저희 아버지께선 언론노조 때문에 출근조차 하지 못하셨습니다. 국민학생이었던 제 눈에도 그게 참 이상해 보였어요. 어린 심정에 아버지께 이렇게 말했죠. "아버지, 경찰이라도 불러서 출근하세요. 왜 이렇게 가만히 계세요?" 그러자 아버지께선 "다들 내 후배들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면서 전혀 화를 안내시는 거예요. 결국 아버지께선 출근도 못하시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 나셨습니다.
얼마 전에도 회사 선배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전에는 아무리 서로 욕하고 싸워도 '선후배'라는 정은 있었는데, 요새는 그런 게 아예 없어진 것 같다고요. 지금은 최소한 지켜야 할 선마저 무너져버렸다는 느낌입니다. 하다못해 2012년 이후에 입사한 기자들에 대해서는 사측이 과거 경력 조회까지 해가면서 입사 취소를 고려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6년 넘게 MBC라는 울타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인데 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보복을 합니까? 이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언론노조를 탄압한 집단이었습니까? 싸울려면 당시 경영진이었던 안광한, 김장겸 전 사장과 싸워야죠. 이게 무슨 아름다운 투쟁입니까?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적폐다" "부역자다" "청산대상이다"라고 매도하는 건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노조는 무조건 정의고, 그밖의 사람들은 모두 악마인가요? 저희는 똑같이 MBC를 사랑하고 열심히 일한 당신들의 동료입니다.
그들(언론노조)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MBC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전 이제 MBC를 떠났지만 진심으로 MBC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MBC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더욱 강하게 비판할 겁니다. MBC가 이렇게 망하고 사라지는 걸 절대로 원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