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클래식 레볼루션' 개막 공연(연주 서울시향).ⓒ롯데문화재단
뜨거운 열기에 온몸이 녹아드는 계절, 마침내 마음 깊은 곳을 울릴 특별한 악흥의 순간이 찾아온다. 가깝게는 불빛 찬란한 도심의 콘서트홀에서, 때로는 탁 트인 대자연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와 마주할 수 있다.
올여름, 클래식 음악계가 감동의 서막을 올린다. 푸른 자연이 품은 영혼의 울림부터 도심 한가운데를 적시는 선율까지… 저마다의 언어로 음악의 근원과 아름다운 가능성을 속삭이는 세 가지 빛깔의 여름 클래식 페스티벌을 소개한다.
▲ 지난해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공연 현장.ⓒ강원문화재단
◇ 산정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향연, '제23회 평창대관령음악제'
'제23회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오는 23일부터 8월 2일까지 11일간 강원특별자치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와 강원도 전역에서 개최된다. 2004년 '대관령국제음악제'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스위스 베르비에 축제, 미국 아스펜 음악제와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클래식 축제로 성장해 왔다.
올해 음악제의 주제는 '계승과 혁신(Legacy and Innovation)'이다. 2023년부터 음악제를 이끌고 있는 첼리스트 양성원 예술감독은 "수백 년간 쌓여온 작곡가들의 유산이 오늘날 어떻게 창작으로 이어지고, 인간의 내면을 울리는 우리 시대의 언어가 되는지 조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축제 기간 동안 바로크 시대 음악부터 현대음악, 한국 초연 작품에 이르기까지 독주·앙상블·오케스트라·오페라 등 총 19회의 다채로운 메인 콘서트가 열린다. 모든 공연에는 '빛에서 불꽃으로', '열정에서 태어난 두 목소리', '고요한 성찰', '꿈에서 순수로' 등 삶과 역사가 반영된 감성적인 부제가 붙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음악제에는 피아니스트 김대진·선우예권·샤를 리샤르-아믈랭, 바이올리니스트 사와 카즈키, 첼리스트 츠츠미 츠요시·크리스토프 쿠앵·막시밀리안 호르눙, 소프라노 다니엘라 쾰러, 바리톤 김기훈, 지휘자 한스 그라프·오스카 요켈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총출동한다. 차세대 아티스트 임현재·신경식·이재리·선율 등도 눈에 띈다.
23일 '빛에서 불꽃으로'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개막공연은 오스트리아 지휘자 한스 그라프가 이끄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4번으로 포문을 연다. 이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하고,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전곡(1910년 버전)을 연주한다.
PFO는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새롭게 단장했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 박지윤, 베늘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이지윤 등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이 중심을 잡고, 목·금관 연주진에는 젊은 신진 음악가들을 대거 배치했다. PFO는 축제 폐막 이후 8월 5일 고양아람누리, 7일 평택아트센터,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전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 한여름 밤 도심 물들이는 감성,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세계 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들과 국내외 저명한 오케스트라·실내악단이 한자리에 모여 도심 한복판을 클래식의 열기로 가득 채운다.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가 8월 18일~23일 6일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IBK기업은행챔버홀·리사이틀홀에서 선보인다.
2021년 '여름음악축제'로 출발한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는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와 차세대 음악가들을 초청하며 국제적 위상을 높여 왔다. 올해는 '팩 유어 서머 위드 클래식스(Pack Your Summer with Classics)'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다채로운 연주회를 꾸렸다.
프랑스 음악의 정수를 담은 '올 라벨'로 축제의 막을 올리고, 쇼스타코비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올 쇼스타비치'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피아니스트 케빈 첸·베조드 압두라이모프·신창용, 바이올리니스트 유치엔 챙, 첼리스트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남성 소프라노 사무엘 마리뇨 등 스타 연주자들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7개 국내 실내악 단체들의 공연도 눈길을 끈다. △파씨오 콰르텟(8월 18일) △프뉴마 콰르텟(19일) △트리오 아니모소(20일) △시아 앙상블(21일) △수플레 목관5중주(21일)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라운드테이블(22일)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3.0(23일) 등이다.
예술의전당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객이 무대 안팎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참여형 이벤트를 한층 강화했다. 8월 22일 열리는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첼로 리사이틀'과 연계해 처음 시도된 '백스테이지 투어' 패키지는 공연 종료 후 무대감독의 해설과 함께 음악당 백스테이지를 둘러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 20석 한정으로 기획된 이 패키지는 티켓 오픈 직후 빠르게 매진됐다.
개·폐막 공연에서는 음악제 예매자를 대상으로 오픈리허설을 진행한다. 실제 공연에 앞서 연주자들의 생생한 리허설 과정을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또한, 보다 많은 관객들이 음악제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릴레이 티켓 할인 프로모션도 운영하며 클래식 진입 장벽을 낮췄다.
▲ '2025 클래식 레볼루션' 체임버 뮤직 콘서트.ⓒ롯데문화재단
◇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음악의 근간 '뿌리' 탐구하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롯데콘서트홀의 여름 음악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이 8월 28일~9월 4일 관객을 맞이한다.  2020년 시작한 '클래식 레볼루션'은 매해 독창적인 기획과 깊이 있는 프로그래밍을 선보여 왔다. 지난해에 이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예술감독을 맡아 음악적 깊이를 더한다.
올해 카바코스 예술감독이 제시한 주제는 '뿌리(Origin)'다. 클래식 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각국의 민속 음악과 문화적 전통에 주목하며, 거장 작곡가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음악적 유산을 작품 속에 어떻게 반영하고 확장했는지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카바코스 예술감독은 "오늘날 널리 사랑받는 많은 클래식 명곡은 민속 선율과 전통음악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작곡가들은 음악을 통해 선세대의 문화적 유산과 끊임없이 소통해 왔다"며 "이번 축제는 클래식 음악의 기원을 돌아보고, 그 안에 담긴 전통과 공동체적 가치를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출연진 면면도 화려하다. 축제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클래식 매체 '바흐트랙(Bachtrack)'이 발표한 '2025년 가장 바쁜 연주자' 통계에서 각 부문 상위권에 오른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피아니스트 부문 1위 키릴 게르스타인, 바이올리니스트 부문 4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첼리스트 부문 3위 키안 솔타니가 나선다.
28일 개막 공연은 축제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다. 안드레이 보레이코가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가 함께 코다이 '갈란타 무곡',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 바르톡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들려준다. 9월 4일 폐막 공연에서는 카바코스가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키릴 게르스타인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한다.
오케스트라 무대 외에도 두 차례에 걸쳐 채워지는 체임버 뮤직 콘서트는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의 긴밀한 호흡을 직관할 수 있는 핵심 프로그램이다. 카바코스 예술감독을 비롯해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문웅휘·한재민,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비올리스트 김규현 등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