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웠다.
6.4 서울시장 선거 전일까지 뜨거웠던 여야 간의 공방은 투표함을 열기도 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투표 종료시각인 오후 6시에 맞춰 공개된 방송사의 출구조사는 서울을 ‘접전’ 지역이 아닌 ‘우세’로 지목했다. 개표 시작과 동시에 벌어진 두 후보 간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서울시장 선거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1 오세훈 시장이 물러난 이래 또 다시 야권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을 안기게 됐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지더라도 박빙일 줄 알았는데 이 정도 일 줄 몰랐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 鄭 측 “세월호 사태 대응 잘 했더라면…”
예상외 패배는 아니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이번 선거를 한 달 여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민련 박원순 후보를 앞선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인 적도 있었지만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접어들수록 오히려 정 후보의 지지율은 올라서지 못했다.
정 후보 측은 패배 1차적 원인으로 세월호 사태를 꼽는다.
정부의 재난대응체제가 붕괴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연쇄적인 사과 및 유가족과의 뒤늦은 만남이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이다.
과(過)는 청와대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 이후 같은 당 경기, 인천지역 후보들에 비해 많이 빠지지 않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 세월호 참사 여파 때문에 여당의 지지도가 10% 이상 빠지자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경선을 일주일 이상 순연시키며 정 후보에게 작은 컨벤션효과를 안겼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경기도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선전했고 역시 인접해 있는 인천에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승리한 점은 정 후보 측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지점이다.
◆ “정몽준 막내아들, ‘미개’ 발언 각인”
청와대는 표면적으로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엄정중립을 강조하며 거리두기를 해왔다.
그러나 정 후보의 예상 밖 참담한 패배에 심정적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야당 소속 서울시장과 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서울시장은 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의결권은 없지만 발언권은 갖는다. 서울시와 관련된 정책 수립, 국가 규모의 업무 배분 및 기획 조정에 참여한다.
청와대와 당 안팎에서 정 후보의 막내아들의 페이스북 글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온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인인 김영명 여사가 이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알려지면서 일을 더 키웠다는 의미이다.
정 후보 막내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을 덮을 만한 선거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도 정 후보의 한계로 꼽힌다.
선거 막바지에 박원순 후보의 농약급식 논란을 전면에서 밀어붙였지만 대응 방법은 미숙했다.
박 후보는 “급식 식자재에서 농약이 검출됐을 가능성은 미미하다”라고 밝혀 공격의 여지를 뒀다.
그러나 정 후보 측은 감사원 결과보고서를 효과적으로 국민의 마음에 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대변인단은 매일 비슷한 내용의 논평을 쏟아내 정 후보를 ‘네거티브 후보’로 만들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정 후보의 국민 미개 발언이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됐던 것 같다. 그 발언 이후로 한 번 일어서 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고 밝혔다.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