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불을 붙인 한미 FTA에 공방에 민주통합당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분위기다.
참여정부 당시 찬성했던 인사들이 당 지도부 대부분을 차지한 상황에서 진흙탕 싸움은 이롭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민주당은 최근 불거진 이명박 정부 측근 비리를 타깃으로 '정권 심판론'으로 전략을 잡아가고 있다.
김두우-김효재 전 청와대 수석들의 검찰 수사에 이어 정부 여당의 각종 비리에 대한 의혹을 집중 제기함으로써 민심 이반 현상을 가속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한미 FTA 재협상-폐지 방향은 그대로"라면서도 "현 상황에서 가장 부각된 정권 심판론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명숙 대표가 15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가진 대국민 기자회견문에는 측근 비리 의혹은 계속 열거됐지만,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대선 후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책임론에도 더욱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정부 여당의 측근 비리 의혹과 경제실정 등을 박 비대위원장에게 연계시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난폭음주 운전으로 인명사고가 났다면, 운전자뿐만 아니라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 비대위원장은 조수석에서 침묵으로 이명박 정부를 도왔다"고 겨냥했다. "모르는 척, 아닌 척 숨지말라"고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한미 FTA에 대한 소극적 태도에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총선의 분수령으로 떠오른 통합진보당이 한미 FTA의 폐기 입장이 확고한 만큼 자칫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한미 FTA가 주요 쟁점이 되면 불리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시점과 공세 수위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