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빈소 조문'과 관련해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11일 대거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조문한 가운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아직 빈소를 찾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앞서 이날 오전 한나라당 지도부는 "황 선생의 장례에 최대의 예우를 해달라", "황 선생이 김정일 세습체제가 무너지고 북한 동포가 자유를 되찾는 날을 못 보고 돌아가셔 아쉽다" 등 애도를 표했다.

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어제 황장엽씨가 별세했다. 남북분단의 비극, 그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짤막히 추모했다. 또 여당 지도부가 황 전 비서를 '선생'이라고 지칭한 데 반해 손 대표는 '황씨'로 표현했다. 손 대표를 제외한 민주당 지도부에선 황 전 비서에 대한 언급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

전날 개인성명을 내고 애도의 뜻을 표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아 "고인을 개인 황장엽, 망명인 황장엽이 아닌 위대한 의인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기렸다. 이 대표는 황 전 비서 별세를 '서거'라고 표현했으며 공동 장의위원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야당에선 자유선진당을 제외하고 민주당 손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을 비롯해 군소정당은 현재까지 조문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임유진 기자)

그렇게 욕하더니...북한, 황장엽에 침묵

일만 생기면 황장엽 전 비서를 험하게 비난해온 북한이 그가 사망한지 만 하루가 넘도록 침묵을 지키고 있다.

1997년 2월 "주민들이 굶어 죽는데 사회주의가 무슨 소용이냐"며 우리 측에 귀순한 황 전 비서는 그후 일관되게 북한 김정일 독재체재의 잔혹성과 그 아래 신음하는 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알리는데 힘써왔다.

심지어 타계 닷새 전 한 대북방송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에서도 그는 "도적의 지위를 3대째 물려주려고 철부지한테 대장 감투를 씌워놓은 채 주민들에게 만세를 부르라고 한다"면서 북한의 김정은 권력세습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에 이런 황 전 비서는 `눈엣가시'였다. 실제로 그가 남한에서 보낸 13년8개월 동안 북한은 기회만 생기면 욕설과 험담을 퍼부었고 생명의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북한이기에 황 전 비서의 죽음에 대해서도 어김없이 `험구'를 다시 열 것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퍼부은 비난의 수위를 보면 황 전 비서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사례만 봐도, 북한의 온라인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4월5일 '산송장의 역겨운 행각 놀음'이란 논평에서 미국 방문 후 일본에 머물던 황씨를 겨냥, "추악한 민족 반역자이자 늙다리 정신병자인 황가 놈이 도적 고양이처럼 숨어 다니지만 결코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황 전 비서가 일본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의 독재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한 2003년 12월에는 조선중앙통신이 나서 "일신의 향락을 위해 처자를 내던지고, 조국도 배반하고 도주한 인간쓰레기이자 노망하는 정신병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올해 4월에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황 전 비서의 망명 직후 김정일 위원장이 당간부들을 모아놓고 "인생도 얼마 남지 않은 74세에 당과 수령의 신임을 배반한 자를 어떻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 그는 인간이 아니며 개만도 못하다"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