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청소년 장학·복지재단을 설립해 서울 논현동 자택과 일부 동산(動産)을 제외한 재산 331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재단은 이 대통령이 출연한 건물 3채의 임대료 등 월평균 9000만원의 수익금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의 학비와 식대 등을 지원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일생 열심히 일하면서 모은 제 재산은 저에겐 정말 소중한 것"이라며 "저를 도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가,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 제 재산을 의미롭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을 12일 앞둔 2007년 12월 7일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선언했었다.

정치인이 선거운동 와중에 재산 헌납을 약속하는 것을 정상(正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의 근본 원리는 사유재산과 재산상속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유재산 인정의 원리는 자유민주주의의 토대 구실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재산 환원을 발표하고 물의를 일으킨 기업가가 거액 기부를 약속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버려, 이것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경우는 국민에게 약속한 걸 실천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평생 일군 재산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높게 평가할 일이다.

이 대통령이 기부 약속을 실천한 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체가 기부와 자선을 향하여 더 큰 한 걸음을 내딛게 되기 바란다. 기부는 기부하는 사람, 도움받는 사람, 기부와 도움이 이뤄지는 사회의 3자 모두를 밝고 살맛 나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는 아직 떡잎 단계다. 국민의 기부 참여율은 55%, 1인당 평균 기부액은 연간 10만9000원밖에 안 된다. 미국 시민의 참여율 83%, 연평균 기부액 113만원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기부를 해본 사람은 기부가 가져다주는 뿌듯함과 행복을 안다. 문제는 기부할 의욕을 가진 사람이 손쉽게 기부를 할 수 있고, 그 기부액이 기부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이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어떤 기업이 2005년 양양 산불 직후 불에 탄 숲을 되살리는 데 쓰였으면 하는 생각에서 공공기관과 사회단체들을 수소문해봤지만 기부자가 원하는 용도로만 쓰이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기부금이 기부자가 원하는 용도로 정확히 쓰인다면 기부자의 보람은 훨씬 커진다. 내가 낸 돈이 어느 노인복지재단의 휠체어 몇 개를 사는 데 쓰인 걸 알 수 있다면 그건 신나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기부하기가 불편한 사회다. 기부하는 절차도 까다롭고, 돈을 내놓으면 깨끗한 돈이겠느냐는 말이나 듣고, 어렵게 결심해 재산을 내놨는데 세무서에서 이리 부르고 저리 부르고 하면서 귀찮게나 만들어 기부한 사람 맥이 빠지게 만든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가 하나의 씨앗이 돼서 정부가 앞장서서 기부 의욕을 꺾는 간섭을 없애고 기부자가 더 보람을 느낄 수 있게끔 기부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7월7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