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FA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티켓 가격 변동제, 하이드레이션, 결승 하프타임 쇼 등을 시도했다.ⓒ연합뉴스 제공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에는 특히 많은 이슈가 있었다. 역대 최초로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공동 개최했고, 또 역대 최초로 48개국이 참가한 대회였다.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부정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가운데 미국의 'ESPN'이 22일(한국시간) 북중미 월드컵이 남긴 주요 스토리 '9가지'를 선별해 공개했다. 
'ESPN'은 "북중미 월드컵은 어떻게 기억될까. 시간이 흐르면 북중미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일들은 잊어버린다. 결국 월드컵은 특별한 스토리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2006 독일 월드컵은 지네딘 지단의 박치기, 2014 브라질 월드컵은 브라질이 독일에 당한 1-7 완패,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리오넬 메시의 우승 등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무엇이 기억에 남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20년 후 우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가능성이 낮은 것부터 가장 높은 것까지 9가지 스토리를 살펴본다"고 덧붙였다. 
9. 축구 변방 미국에 자리 잡은 축구
미국은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다. 4대 프로 스포츠가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미국메이저리그(MLB),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풋볼리그(NFL)까지, 세계 최고 자본국이 만든 세계 최고의 스포츠다. 상업주의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에도 프로축구 리그가 있다. 손흥민과 메시가 뛰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다. 하지만 4대 스포츠 리그와 비교하면 관중, 상업성 등 차이가 크다. 미국의 최대 스포츠는 축구가 아니라 미식축구다. 때문에 미국은 축구의 변방으로 통했다. 
하지만 북중미 월드컵이 이런 인식을 바꾸는 데 역할을 했다. 
'ESPN'은 "2026년은 축구가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자리를 잡은 순간이다. 북중미 월드컵은 시청률과 관중 수에서 신기록 경신을 거듭했다.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에서 일상이 된 첫 번째 월드컵이었다. 미국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실 축구는 해마다 미국에서 인기가 올라갔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10%가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꼽았다. 미식축구와 농구에 이은 세 번째다.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인 야구보다 높은 수치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에서 축구가 사랑받는 스포츠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부연했다. 
8. 트럼프 개입, 발로건의 퇴장 번복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미국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은 32강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전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했다. 규정 상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그러나 발로건은 16강 벨기에전에 선발 출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로건의 출전정지를 1년 집행유예로 처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이후 판정이 번복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 그리고 미국 대표팀까지 세계적인 비판을 받아야 했다. 
'ESPN'은 "1934 이탈리아 월드컵과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은 개최국의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정치적 권력을 이용해 대회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한 사례였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는 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미국 대표팀은 2026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발로건의 퇴장 징계를 뒤집는 것을 FIFA에 요청했다고 밝힌 후 미국은 단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했다. 만약 미국이 4강까지 진출했거나, 발로건이 벨기에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했다면, 이 경기는 이번 대회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슬프고, 창피하고, 한심하다"고 강조했다. 
7. 카보베르데!
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히트 상품'은 우승팀 스페인이 아니다.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격돌한 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였다. 
카보베르데는 스페인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무명의 팀은 이 무승부로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32강에서는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격돌해 연장전까지 간 끝에 2-3으로 졌다. 그들은 기적의 아이콘이었다. 우승팀 스페인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유일하게 승리하지 못한 팀이 카보베르데였다. 
'ESPN'은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단연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카보베르데였다. 인구 55만의 이 나라는 이번 월드컵 이전에는 아마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스페인과 무승부, 아르헨티나와 연장전 접전을 펼쳤다. 40세 골키퍼 보지냐는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카보베르데는 48개국 체제 월드컵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고 평가했다. 
6. VAR의 부작용
비디오 판독(VAR)은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VAR이 있었다면 1986 멕시코 월드컵에 나온 세기의 골,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은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확한 판정을 해준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VAR은 완벽하지 않다. 특히 경기의 흐름을 끊는다. 축구의 연속성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재미도 반감된다. VAR 판독이 10분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는 유독 VAR 판독이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많은 논란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16강에서 이집트의 골이 VAR을 통해 취소된 것은 편파 판정 논란을 일으켰고, 프랑스와 모로코의 8강에서 VAR이 길게 늘어지는 바람에 킬리안 음바페의 페널티킥 실축에 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ESPN'은 "VAR을 싫어하는 축구팬들이 많다. VAR은 경기에서 드물게 찾아오는 감정적 해소의 순간을 방해한다. 즉 골 장면을 무산시키고, 더 나아가 스포츠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스포츠는 재미가 없으면 아무 가치가 없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이것이 2026 월드컵을 규정짓는 스토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 카보베르데는 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됐다.ⓒ연합뉴스 제공
5. 음바페의 22호골
음바페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월드컵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잉글랜드와 3·4위 전에서 멀티골을 신고하며 북중미 월드컵 10호골을 달성했다. 음바페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2개 대회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다. 또 월드컵 통산 22호골을 달성했다. 월드컵 역대 개인 최다골 신기록이다. 메시의 21골을 1골 차로 넘어섰다. 
'ESPN'은 "음바페가 월드컵 역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메시가 결승 스페인전에서 득점을 하지 못하며서 음바페의 22골이 최다 득점이 됐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워 보인다. 메시는 더 이상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을 것이고, 현역으로는 해리 케인이 14골이다. 하지만 케인은 음바페보다 5살이 더 많다. 19세 라민 야말이 기대를 받았지만, 그는 이번 대회에서 1골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4. 홀란이 이끈 노르웨이 열풍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했다. 
홀란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7골을 터뜨리며 음바페, 메시에 이어 득점 3위를 차지했다. 홀란을 앞세운 노르웨이는 16강에서 거함 브라질을 잡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월드컵은 바이킹이 지배하는 대회로 거듭났다. 특히 브라질전에서 2골을 책임진 홀란은 가히 슈퍼스타 그 자체였다. 노르웨이는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올라섰다. 
'ESPN'은 "이제 홀란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실제 바이킹의 모습과 닮았다.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녔다. 크고, 빠르며, 골을 많이 넣고, 꾸밈없는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표현했다. 
3. 굿바이 메시
북중미 월드컵은 '축구의 신'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메시의 긴 여정은 끝났다. 메시는 아직까지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월드컵은 끝난 게 맞다. 4년 후 메시는 43세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나이다. 
메시는 마지막 월드컵에서 8골 4도움을 올리며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올려놨다. 결승에서 스페인에 0-1로 패배했지만, '신'의 마지막 여정은 분명 위대했고, 아름다웠다. 
'ESPN'은 "북중미에서 39세의 나이에도 메시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득점, 어시스트, 드리블, 패스 등 모든 면에서 최고였던 그의 능력은 이번 대회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비할데 없는 탁월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감탄했다. 
2. 최고의 팀 스페인
'무적함대' 스페인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정상에 올랐다. 
8경기에서 1실점. 스페인은 역대 월드컵 최소 실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득점이 폭발하던 음바페를 4강에서, 메시를 결승에서 침묵시킨 스페인이다. 11명이 하나로 움직이는 팀 스페인의 조직력과 경기력은 위대했다. 
수비 축구를 하지 않았지만 수비가 강했다. 중원에서부터 상대가 공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그들의 패스워크와 밸런스는 가히 최강의 모습이었다. 득점왕 경쟁에 참여하는 등 슈퍼스타는 없었지만, 11명이 모두 강한 '팀 스페인'은 정상에 올랐다.  
'ESPN'은 "스페인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잡이 음바페와 메시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또 앞선 두 대회 우승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스페인은 월드컵 우승팀 중 가장 많은 경기인 8경기를 치렀고, 월드컵 우승팀 중 가장 적은 실점을 기록했다. 스페인은 골대 근처에서 수비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줬다. 역대 가장 압도적인 팀 중 하나다"고 강조했다. 
1. 월드컵의 미국화, FIFA의 돈잔치
메시의 라스트 댄스, 스페인의 압도적 우승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강렬했던 스토리는 '돈'이다. 축구의 순수한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더욱 높았던, 사상 초유의 월드컵이었다. 
북중미 월드컵은 3개의 국가에서 공동 개최했지만, 사실상 미국의 월드컵이었다. 미국의 자본주의, 상업주의의 거대한 힘이 월드컵에 주입됐다. 월드컵은 '돈의 천국'이 됐다. 
사실 32개국에서 48개로 확대된 월드컵도 FIFA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분석이 많다. 48개국 확대는 시작에 불과했다. 
역대 가장 비싼 티켓 가격이 등장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미국은 정가가 아닌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가격 변동제를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가격은 더욱 비싸졌고, 결승전 최고 티켓 가격은 무려 1만 990 달러(1681만원)였다. 2022 카타르 대회 1607 달러(245만원)와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인 상승이다. 
또 축구를 4쿼터로 나눈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그리고 20분을 넘긴 월드컵 결승 하프타임 쇼까지. 돈을 더 벌기 위한 장치였다. 하이드레이션은 경기에 뛰는 축구 선수들마저 필요없는 시간이라고 호소했고, 결승 하프타임 쇼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불만과 목소리를 힘을 받지 못했다. 
미국 상업주의가 월드컵을 지배한 것이다. 거대 권력 앞에서 축구 선수들과 축구 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런 변화를 반기는 축구인, 축구팬들은 거의 없다. 미국과 FIFA를 제외하면. 
'ESPN'은 "2026년은 축구계 권력자들이 축구를 상품화하기 쉽게, 즉 경기 중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휴식 시간을 늘리기 위해 축구 운영 방식을 바꾸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스 스포츠는 하이드레이션으로 인해 2억 5000만 달러(3700억원)를 벌었다"고 부연했다. 
또 'ESPN'은 "북중미 월드컵은 티켓 판매, 스폰서 만족도, 광고 판매, 시청률 등 대성공을 거뒀다. 또 월드컵 기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데도 성공했다. 세계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결론은 긍정과 부정의 공존이다. 그러나 부정의 무게가 조금 더 크다. 
'ESPN'은 "이것이 바로 이 대회의 축복이자 저주다. 북중미 월드컵은 FIFA가 경기 규칙을 바꿔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결국 FIFA가 아무리 부패했더라도, FIFA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월드컵을 시청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