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말로 존재를 증명한다. 그러나 참모는 다르다. 더욱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정책 참모는 '그림자 역할'을 생명으로 해야 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책의 실행과 책임은 내각이 져야 하고, 경제 정책의 사령탑은 당연히 경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다. 청와대의 정책 실장은 자신의 소신이 아닌,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뒤에서 보좌하고 내각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국가 조직 운용의 기본 원리다.
오래전부터 "참모는 입이 없다"는 말이 전해져 왔고, 청와대 참모는 이 격언이 생명줄과 같다. 불필요한 말보다, 물밑에서 조율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결과물도 본인이 아니라 대통령과 내각의 것이어야 한다. 청와대 참모가 책임과 권한에 대해 '선'을 넘는 순간, 내각의 존재는 사라지고 시장의 질서도 망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말과 글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한 공직자의 화법 문제를 넘어 청와대 참모의 본분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은 대표적이다. 상장 이후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35차례 넘게 발동했다. 주식시장이 홀짝 게임 도박판이 됐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그런데도 정책을 설계한 당사자인 김 실장은 사과보다 "상장 폐지는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과 자기 변명에 급급했다.
상품의 성패를 떠나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국민이 정책 당국에 기대하는 것은 차분한 상황 관리와 신중한 설명이다. 그러나 정책 참모가 직접 전면에 나서 자신의 판단을 방어하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책임자가 오히려 새로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전형적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야당 의원이 가족 문제를 거론하자 김 실장은 고성을 지르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비서실장이 옆에서 말렸지만 뿌리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잡혔다. 국정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정책실장이 감정 통제력을 잃은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이후의 행보도 위태로웠다. 편향성이 뚜렷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익이 걸린 한미 관세협상 초안을 두고 "을사늑약 수준"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남겼다. 화두로 던진 'AI 국민배당금제'는 여권 내부에서조차 선거를 앞둔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우려를 샀다. 급기야 "4개월간 37건의 SNS 글을 쏟아내며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야당의 비판과 함께 경제라인 전면 쇄신 요구로 이어졌다.
참모가 정책보다 더 큰 뉴스가 되는 순간 국정은 이미 본래의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물론 이를 김 실장만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한 개인의 자질을 넘어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라는 자리 자체가 지닌 구조적 한계, 제도적 비극이 자리 잡고 있다.
정책실장 직제는 김영삼 정부 시절 박세일 당시 정책수석이 청와대의 장기 비전 설정 기능을 강화하려 만든 후, 참여정부에서 국정과제 기획과 정책 조정을 위해 신설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의 '슬림화'가 답이라고 생각해 정책실장 아이디어를 채택하지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러서야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출범 초기부터 내각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이 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그 자체가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애초부터 불안정하게 설계됐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권한과 책임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실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의 직접 대상은 아니지만 현실에선 부처 장관 이상의 정책 조정력을 행사한다. 권한은 대통령실에 집중되고 책임은 흐려지는 구조가 장관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참모를 국정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경제 정책은 말 한마디에도 시장이 움직인다. 중앙은행 총재가 단어 하나를 고를 때도 장고를 거듭하고, 경제부처 장관이 환율과 금리를 언급할 때 극도로 신중한 이유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최측근 정책 참모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참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수록 대통령의 존재감은 옅어지고 정책의 책임 소재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
격노하는 관료, 유튜브에 출석하는 정책실장, SNS로 시장과 논쟁하는 컨트롤타워…. 지금의 정책실장은 마치 자신이 국정의 주인공인 것처럼 행동하며 과도한 자기과시욕으로 국정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본인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시장은 이미 김용범 실장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막강한 '왕실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시장은 설명보다 숫자를 믿고, 국민은 해명보다 삶의 변화를 체감한다. 정책의 신뢰는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잡음 없는 성과에서 나온다.
참모에게 필요한 것 역시 더 많은 발언이 아니라 '그림자 역할'이다. 필요한 말은 하되, 불필요한 언행으로 사방에 적을 만들고 정책 동력을 스스로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정책실장의 소신이 아니다. 정책이 시장을 얼마나 안정시켰는지, 국민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했는지다. 그럴수록 경제 사령탑은 사라지고, 내각은 청와대 눈치만 보기 마련이다.
오래전부터 "참모는 입이 없다"는 말이 전해져 왔고, 청와대 참모는 이 격언이 생명줄과 같다. 불필요한 말보다, 물밑에서 조율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결과물도 본인이 아니라 대통령과 내각의 것이어야 한다. 청와대 참모가 책임과 권한에 대해 '선'을 넘는 순간, 내각의 존재는 사라지고 시장의 질서도 망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말과 글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한 공직자의 화법 문제를 넘어 청와대 참모의 본분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은 대표적이다. 상장 이후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35차례 넘게 발동했다. 주식시장이 홀짝 게임 도박판이 됐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그런데도 정책을 설계한 당사자인 김 실장은 사과보다 "상장 폐지는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과 자기 변명에 급급했다.
상품의 성패를 떠나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국민이 정책 당국에 기대하는 것은 차분한 상황 관리와 신중한 설명이다. 그러나 정책 참모가 직접 전면에 나서 자신의 판단을 방어하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책임자가 오히려 새로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전형적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18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야당 의원이 가족 문제를 거론하자 김 실장은 고성을 지르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비서실장이 옆에서 말렸지만 뿌리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잡혔다. 국정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정책실장이 감정 통제력을 잃은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이후의 행보도 위태로웠다. 편향성이 뚜렷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익이 걸린 한미 관세협상 초안을 두고 "을사늑약 수준"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남겼다. 화두로 던진 'AI 국민배당금제'는 여권 내부에서조차 선거를 앞둔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우려를 샀다. 급기야 "4개월간 37건의 SNS 글을 쏟아내며 시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야당의 비판과 함께 경제라인 전면 쇄신 요구로 이어졌다.
참모가 정책보다 더 큰 뉴스가 되는 순간 국정은 이미 본래의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물론 이를 김 실장만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한 개인의 자질을 넘어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라는 자리 자체가 지닌 구조적 한계, 제도적 비극이 자리 잡고 있다.
정책실장 직제는 김영삼 정부 시절 박세일 당시 정책수석이 청와대의 장기 비전 설정 기능을 강화하려 만든 후, 참여정부에서 국정과제 기획과 정책 조정을 위해 신설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의 '슬림화'가 답이라고 생각해 정책실장 아이디어를 채택하지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러서야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출범 초기부터 내각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이 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그 자체가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애초부터 불안정하게 설계됐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권한과 책임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실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의 직접 대상은 아니지만 현실에선 부처 장관 이상의 정책 조정력을 행사한다. 권한은 대통령실에 집중되고 책임은 흐려지는 구조가 장관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참모를 국정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경제 정책은 말 한마디에도 시장이 움직인다. 중앙은행 총재가 단어 하나를 고를 때도 장고를 거듭하고, 경제부처 장관이 환율과 금리를 언급할 때 극도로 신중한 이유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최측근 정책 참모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참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수록 대통령의 존재감은 옅어지고 정책의 책임 소재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
격노하는 관료, 유튜브에 출석하는 정책실장, SNS로 시장과 논쟁하는 컨트롤타워…. 지금의 정책실장은 마치 자신이 국정의 주인공인 것처럼 행동하며 과도한 자기과시욕으로 국정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본인은 억울할지 모르지만, 시장은 이미 김용범 실장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막강한 '왕실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시장은 설명보다 숫자를 믿고, 국민은 해명보다 삶의 변화를 체감한다. 정책의 신뢰는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잡음 없는 성과에서 나온다.
참모에게 필요한 것 역시 더 많은 발언이 아니라 '그림자 역할'이다. 필요한 말은 하되, 불필요한 언행으로 사방에 적을 만들고 정책 동력을 스스로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정책실장의 소신이 아니다. 정책이 시장을 얼마나 안정시켰는지, 국민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했는지다. 그럴수록 경제 사령탑은 사라지고, 내각은 청와대 눈치만 보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