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원(왼쪽부터), 김한규, 박상혁,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에서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경찰의 수사 부담과 사건 적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도 경찰이 처리하지 못한 미제 사건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직접 처리하던 보완수사까지 경찰로 넘어갈 경우 사건 적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돌려보낸 사건은 6만 5913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경찰이 해결하지 못해 미제로 등록한 사건도 10만 2567건에 달했다.

◆ 보완수사 요구 6만건 … 경찰 미제도 10만 건 넘어
21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총 6만 5913건으로 집계됐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8만 7173건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1만 623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도 12만 건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도 계속 늘고 있다. 미제 등록 사건은 2018년 13만 5049건에서 지난해 22만 525건으로 63.3%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0만 2567건이 등록됐다. 특히 사기 사건 미제는 지난해 8만 건을 넘어서며 2018년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 검찰 손 떼면 경찰 환류 … '60만건 재수사' 우려

현재 경찰이 1차 수사를 마쳐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은 연간 약 110만 건이다. 이 가운데 약 50만 건은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사건은 약 10% 수준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폐지되고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만 남는다.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검찰이 직접 처리하던 사건 상당수가 다시 경찰로 환류되면서 경찰이 감당해야 할 보완수사 사건이 연간 60만 건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사건 중 경찰이 3개월을 넘겨 이행한 사건은 19만 8755건으로 전체의 38.8%를 차지했다. 현재도 보완수사 10건 중 4건가량은 석 달 안에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의안과에 보완수사권 일부 존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법조계 "직접 보완수사 폐지 땐 부실수사 통제 어려워"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 수사에서 발견되지 않은 범죄 정황이나 미흡한 증거를 다시 확인할 수단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사례로 들며 "경찰은 당시 피해자 청바지에서 가해자의 DNA를 검출하지 못했지만 검찰은 증거물을 다시 분석해 DNA를 찾아냈고 이것이 강간상해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한 증거를 두고도 수사 경험과 증거 분석 능력에 차이가 있었다"며 "직접 보완수사가 없어지면 배후 범죄를 놓치거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를 적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보완수사 요구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경찰이 형식적으로 보완수사를 한 뒤 기존 결론을 유지하면 검찰이 직접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피해자는 사건이 언제 끝날지도 모른 채 장기간 절차를 감내해야 한다"며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지면 사회·경제적 약자일수록 국가의 보호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 교수는 또 "경제범죄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법리가 복잡해 일반 수사기관이 처리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도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모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직접 보완수사까지 폐지되면 피해 구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게 되면서 사건 부담이 크게 늘었고 수사 능력과 전문성 부족까지 겹쳐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검찰이 직접 처리하던 보완수사까지 모두 경찰이 맡게 되면 현재보다 상황이 악화될 것은 분명하다"며 "범죄 피해자뿐 아니라 수사가 장기화된 피의자도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과 검찰이 협력하는 구조 속에서 검찰의 수사지휘 기능을 회복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