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한일국방장관회담 의장 행사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2028년을 목표로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전환 시점을 먼저 못 박아놓고 추진하는 구조는 한국군이 지휘 능력은 확보하지 못한 채 전작권만 넘겨받는 역설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지휘 구조와 상부 지휘체계, 증원전력과 미국 전략자산 운용, 인공지능(AI) 시대 연합지휘·전쟁기획·작전지휘 능력에 대한 한국군의 준비가 크게 미흡한 상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6년 前 1단계 평균치 '94%'로 밀어붙이는 2028 시한
그러나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마트강군 육성, 국군사관학교 창설 방안' 당정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는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전작권 전환을 꼽았다. 그는 "우리 군은 오랜 기간 전작권 회복을 위해 한길로 달려왔으며 그 시점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며 "사관학교에서 양성된 장교들은 앞으로 전작권 회복 이후 한미연합 방위 체제를 이끌어갈 주역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전작권 전환의 당위성을 순환논리로 역설했지만 전환의 타당성에 대한 인식은 지난 2020년의 파편적 평가를 토대로 한다. 앞서 안 장관은 지난 5월 31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 양국은 2020년 전작권 전환 조건의 94%가 이미 충족됐다고 합의한 것을 비롯해 우리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공개 발언해 '한미 연합 2급 비밀' 유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기밀 누설 논란과 별개로 94%라는 수치 자체의 의미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안 장관이 언급한 수치는 6년 전인 2020년 평가 결과로, 전작권 전환 이후 기존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할 미래연합사령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3단계 중 첫 단계인 IOC(초기 작전운용능력)에서 도출된 평균치일 뿐이다.
전작권 전환은 IOC에 이어 FOC(완전 운용능력), FMC(최종 임무수행능력)를 차례로 평가·검증해야 완료된다. 그럼에도 북핵 고도화와 북·러 군사협력 심화, 미군 전쟁수행 체계와 전장의 변화를 반영해야 하는 2026년 현재 무려 6년 전 IOC 단계의 평균 수치를 전작권 전환 당위성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정부는 6년 전 IOC 단계 평균치를 근거로 '조건이 94% 충족됐다'는 인식을 앞세우고, 2028년이라는 시한을 먼저 설정한 채 FOC·FMC 검증 일정을 맞추려 하고 있다. 조건 기반 전환이라는 명목 아래 실제로는 시한 기반 전환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군 소식통은 "2020년 IOC 평가에서 평균 94% 충족률을 달성했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FOC 평가를 강하게 추진하지 못한 채 결국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목표를 차기 정부로 넘겼다"며 "100가지가 넘는 항목 가운데 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항목도 상당히 많았다"고 전했다.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전작권 전환 추진평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CODA·상부 지휘구조, 준비 안 된 지휘 토대
아울러 2019년 IOC 검증과 이후 FOC 평가는 연합사 기능과 유사한 미래연합사 운용능력을 점검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췄고, 상부 지휘구조 변화와 위기·전쟁 단계에서의 기능·책임 재배치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군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평시 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은 연합위기관리, 전시작전계획 수립, 연합교리·훈련·연습, 연합정보관리, C4I 상호운용성을 통해 전·평시를 연결하는 핵심 기능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연합군사령관이 현재와 같은 수준의 CODA 권한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을지, 주한미군이 한국군 교리와 상호운용성 발전을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 연합사는 한·미 동수 편성을 원칙으로 하지만 사령관과 참모장, 기획참모부·작전참모부 부장 등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보직은 미군 장성이 맡고 있으며, 상당수는 실제 전쟁과 주요 작전에 참여한 경험을 가진 인물들이다. 한국 합참은 전쟁기획과 연합작전지휘에서 연합사의 파트너지만 CODA 관련 권한과 책임이 없고, 한국군 장성들은 실질적인 전시 지휘 경험 없이 연합사의 지원에 의존해 연합연습 계획의 일부만 수립해 온 구조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전쟁기획과 작전지휘의 주도적 역할이 한국군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분야는 단기간에 전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고급 장교단의 전문 지식과 축적된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은 이미 군 내부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상부 지휘구조 역시 평시 작전권은 합참의장이, 전시 전투지휘는 연합사가 맡는 분리 구조로 지휘권 일원화 원칙에 어긋나 있으며, 합참의장은 부장형 편성과 전시 군사지휘본부 창설로 과중한 기능을 떠안고 있다. 평시 작전권을 별도 통합지휘사령부로 이관하고 합참을 재편하는 등 상부 지휘구조 개혁을 전작권 전환 이전에 선행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연합사 증원 요청에 따라 60여만 명의 미군이 투입되는 구조가 한국군 사령관 체제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할지, 한국군이 항공모함·핵잠수함·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을 실질적으로 지휘할 수 있을지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기본계획'(COTP) 조건이나 IOC·FOC 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지만,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태세의 실질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 운용 개념도. ⓒ한화시스템 제공
◆AI 전장과 CJADO, 한국군은 지휘할 수 있나
AI에 기반한 다영역 지휘통제(CJADO) 시대의 전장에서 한국군이 미군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더욱 의문이다. 한국군의 국방 AI 기술 수준은 미국 등 선도국의 약 78% 수준에 머물고, 소프트웨어·알고리즘·데이터 거버넌스·전문 인력 측면에서도 격차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군합동지휘통제체계(KJCCS)와 미군의 한국 전구 범세계연합정보교환체계(CENTRIXS-K)를 잇기 위해 만든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는 연동 문제와 보안상 제약으로 양측 모두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체계로 남아 있으며, 2029년까지 AI·클라우드 기반으로 재개발하는 성능개량 사업도 미군의 보안 승인·개방 범위에 따라 실효성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가속화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Accelerated COTP)은 시간 기준이 아니다"라면서 "한국이 국방비를 크게 늘리고 있는 모범 동맹이라 해도 전작권 전환 이전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는 것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단순 조건 충족이 아니라 CJADO 환경에서 미군 전력을 실질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한국군의 능력 전반을 문제 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제이비어 브런슨(왼쪽) 한미연합군사령부 사령관과 새뮤얼 파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 환영 의장행사에서 경례를 받고 있는 모습. ⓒ뉴시스
◆미래연합사·유엔사·주일미군, 일본·미군이 지휘 중심 되는 구조
전작권은 언젠가 넘겨받아야 할 과제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휘권만 먼저 넘겨받는 선택은 지휘권을 얻고도 지휘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역설로 귀결될 수 있다. 현재의 구상대로라면 한국군 4성 장군 몫인 미래연합사령관과 미국군 4성 장군 몫인 미래연합사 부사령관 사이의 지휘 권한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등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하고 전쟁을 수행하는 4개의 사령부는 한미연합사령관(미군 4성)이 연합사·주한미군사·유엔사·주한미군선임장교 등 4개의 직책을 겸직하는 조건에서 기능과 지휘관계를 맞춰 온 체계이다. 그런데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들이 참여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군사위원회(MC)로부터, 주한미군사령관은 인도·태평양사령부로부터, 유엔군사령관과 주한미군선임장교는 미 합참으로부터 지휘를 받는다.
미래연합사 부사령관(미군 4성)은 한미 SCM과 MC를 지원하는 하위 상설 협의체인 한미 상설군사위원회(PMC)의 미군 대표이자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게 된다. 전작권이 전환돼 한국군 4성 장군이 맡게 될 미래연합사령관은 한미 합참의장과 주한미군·연합사령관이 전구급 현안·전작권 전환 조건·연합연습 등을 상시 조정·점검하는 창구인 PMC 참석 대상이 아니므로 전략적 의사 결정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나아가 전작권 전환 이후 현행 한미연합사령부가 미래연합사령부로 개편되면 사령관 자리를 한국군 4성 장군이 차지할 뿐, 정전협정·비무장지대(DMZ) 관할·일본 내 7개 후방기지 네트워크를 쥔 유엔군사령부의 실질적 무게중심이 일본으로 이동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미래연합사 부사령관을 맡게 될 주한미군사령관은 현재 4성에서 3성으로 조정하고 주일미군사령관을 4성으로 격상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시키는 시나리오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 동북아사령부’를 신설해 주한·주일미군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북아사령부가 있으면 한미 전작권 전환 후에도 “미군 지휘 계통이 한국과 일본에 있는 미군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들이 주둔국의 경계를 넘어 작전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위전략(NDS) 등을 통해 본토 방어를 강화하고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파트너국의 역할 확대와 안보 부담 증대를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전작권 전환은 미국 입장에서 동맹 관리, 비용 분담, 주한미군 전력 기동성, 인도·태평양 억제 전략을 조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꾸준히 부상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와 주일미군 지휘체계 개편설은 이러한 방향을 예고한다. 미국은 태평양 억제 구상(PDI)을 통해 역내 고정 배치 지상군을 줄이는 대신 일본 내 해·공군 전력 추가 배치와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주일미군을 단순 행정·연락 지휘부에서 위기 시 합동군급 작전 지휘가 가능한 합동군사령부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에서는 주일미군사령관을 4성으로 격상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하게 하고,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 지휘축을 일본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정전협정·비무장지대·일본 내 후방기지 네트워크를 쥔 유엔사의 실질적 무게 중심이 일본으로 옮겨가고, 한반도 전구는 주일미군의 하위 전구로 편입됐다는 인식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안규백(가운데)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오른쪽) 일본 방위상이 지난 6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작권은 주권이 아니라 능력·전략의 문제
전작권 전환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진영과 이념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그러나 군과 연구기관, 예비역들이 반복해 지적해 온 것처럼 전작권 전환은 군사주권 명분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전쟁 수행 능력에 관한 문제다.
불완전한 조건 평가와 검증 결과를 근거로, 연합지휘 구조·CODA·증원·전략자산 운용·AI 기반 다영역 지휘통제·전쟁기획·상부 지휘체계·동맹 구조에 대한 준비 없이 전작권 전환 시점을 임기와 정치 일정에 맞춰 앞당기는 선택은 억제력 약화와 연합방위태세 불안을 자초할 위험이 크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사이버·미사일 복합 전장의 경험과 경제·군사적 대가를 얻으며 핵과 재래식 전력을 동시에 고도화하고 있고, 북·중·러는 군사·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변 안보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먼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며, 국방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전작권 조기 전환 추진은 다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작권 전환의 성패는 시한을 앞당기는 속도전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우리 군이 CODA·연합지휘·상부 지휘구조·AI 지휘통제 등 핵심 요소를 하나씩 보완해 실제 전쟁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나가는 과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