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최원영 매니지먼트숲 팀장, 김경진 제이와이드컴퍼니 본부장, 한상준 영화진흥위원장,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은 제작가협회 대표, 최휘영 문체부 장관, 이하영 영화프로듀서조합 전문위원.ⓒ문체부
고사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계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정부와 제작사, 매니지먼트사가 손을 맞잡았다. 그동안 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스타 배우의 과도한 출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가 자발적인 '몸값 제한'에 합의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내 주요 매니지먼트사·영화 제작 단체들과 함께 '한국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정부-제작사-매니지먼트사 간 협약'을 맺었다.
이날 협약식에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한상준 영진위원장을 비롯해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 최원영 매니지먼트숲 팀장, 김경진 제이와이드컴퍼니 본부장, 이은 제작가협회 대표, 이하영 영화프로듀서조합 전문위원 등이 참석해 협약서에 서명했다.
BH엔터테인먼트는 고수·김고은·김세정·박보영·박진영·박해수·이병헌·이진욱·이희준·정호연·한가인·한지민·한효주 등 스타 배우들이 소속된 대형 매니지먼트사다. 매니지먼트숲은 공유·공효진·남지현·서현진·수지·전도연 등이, 제이와이드컴퍼니는 김소연·김태우·손나은·이보영·이상윤·추영우 등이 소속돼 있다.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한국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정부-제작사-매니지먼트사 간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문체부
협약의 핵심은 영진위가 주관하는 '중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 대상작의 주·조연급 배우 출연료 총합을 순제작비의 10%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영화계는 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대작과 10억 원 미만의 초저예산 독립영화로 시장이 양극화되는 기현상을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던 30억~80억 원 규모의 '중예산 영화'가 설 자리를 잃는 현상이 심화됐다. 제작비 중 배우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시나리오 개발과 미술·CG 등 후반 작업에 투입될 비용이 고갈되고, 이는 곧 작품의 질적 저하와 투자 위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무너진 제작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선제적인 재정 수혈에 나섰다. 지난해 100억 원 규모의 '중예산 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예산 규모를 4.6배 늘린 460억 원으로 확대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부의 마중물 역할에 발맞춰 영화계 주체들도 상생의 물결을 만들어냈다. 주요 매니지먼트사와 주연급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출연료 상한'에 동참하며 제작비 절감과 창작 환경 개선이라는 대의에 화답했다.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한국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정부-제작사-매니지먼트사 간 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문체부
이번 협약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율적 도덕적 합의'다. 하지만 문체부와 영진위는 정부의 예산 지원책에 대해 영화계의 핵심 주체들이 연대와 양보로 응답했다는 점 자체로 강한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제작사, 투자배급사 등이 참여하는 민간 주도의 자율 협의체를 구성해 제작 환경 개선 방안을 상시 논의하기로 했다.
협약식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이번 약속은 단순한 제작비 절감을 넘어 한국 영화의 재도약을 위해 힘을 모은 성숙하고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작자들이 다시 꿈꾸고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길이 열렸다. 이 상생의 물결이 우리 영화계를 다시 흐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준 영진위원장 역시 "제작비 상승과 투자 위축 속에서 중예산 영화 지원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성장을 이끌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오늘 체결한 자율협약은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가 상생의 뜻을 모은 공동의 약속이자, 한국 영화가 다시 도약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불균형을 돌아보고 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번 협약이 누가 더 양보하느냐의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함께 오래갈 수 있는 산업을 만들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