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2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를 찾아 교수 및 훈육관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가칭)를 2028년 서울 노원구 태릉 육사 부지에서 출범한 뒤 이르면 2032년 대전 유성구 자운대로 이전하는 2단계 창설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12·3 비상계엄 단죄를 명분으로 육군사관학교 중심의 장교 양성 구조를 해체하는 개편이 서울 태릉 일대 주택 공급 구상과 맞물려 추진되면서 군 안팎에서는 한미 연합방위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의 정합성, 장교 양성 체계, 안보의 상징 공간이 징벌적 개편과 부동산 정책의 결합 속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를 자운대에 설립해 4년간 통합 교육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자운대에 시설이 완비될 때까지는 서울 노원구 태릉에 있는 육사 시설을 임시로 활용하고, 충북 청주에 있는 공군사관학교와 진해에 있는 해군사관학교는 군별 전문 교육을 위한 시설로 일부만 활용한다.
한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성군 관계자들을 접촉하면서 '육사 장성 이전설'이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이전지가 장성에서 자운대로 바뀌었을 뿐 '태릉 육사 축출'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발표를 하루 앞두고도 국군사관학교 생도를 처음부터 군별로 일정 비율에 따라 인원을 선발할지, 통합 선발 후 각 군을 선택하게 할지 등 선발 방식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관학교 통합은 공약이므로 해야 한다"는 순환 논리
정부는 통합의 논리적 근거를 묻는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한국은 육해공군 합동군제를 채택했는데 왜 통합군제식 장교 교육을 하려고 하느냐'는 뉴데일리의 질문에 군 구조·연합작전·전작권 전환과의 정합성에 대한 설명 없이 "사관학교 통합은 대통령 공약이고 국정 과제이며 사관학교 개혁은 해야 하므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개혁의 필요성이 곧 통합의 정당성이라는 순환 논리다. 이 당국자는 지방 이전이 인재 확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성적이 더 떨어질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낙관론을 펼쳤다.  
◆설계자조차 "자운대 가면 입결 20점 하락"
성적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측 주장은 통합안을 설계한 전문가의 진단과도 어긋난다.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개혁위원장을 맡았던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원회에서는 서울 육사 부지를 사용하자는 안을 냈다"며 "부지를 대전 자운대로 옮기면 입결 점수가 20점 정도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입시에서 '인(in) 서울' 대학이라는 이점이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역대 육군 교육사령관 12명이 지난 3일 성명에서 실증 사례로 제시한 국방대학교의 충남 이전 결과는 이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국방대학교를 충남 지역으로 이전한 후 교수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학생은 입학을 꺼리며 각종 세미나도 서울에서 개최하고 있는 기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 교육사령관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생도들 성적이 하향하고 있는 것이 서울에서 대전으로 가면 올라가는가"라며 "성적이 학교 위치를 지방으로 이전하면 올라간다는데 명문대학교 지방캠퍼스가 서울 본교보다 성적이 좋다고 떠드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이 지난해 9월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유엔사 창설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박수치는 모습. ⓒ뉴시스
◆합동군제 위에 통합군제식 교육 … 전작권 전환과도 어긋나
군제(軍制)와의 불일치는 이번 개편의 가장 큰 구조적 결함으로 지목된다. 한국군은 육·해·공군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합동참모본부가 작전지휘권을 행사하는 합동군제를 채택하고 있다. 인사·군수 등 군정권은 각 군 참모총장이, 군령권은 합참의장이 맡는 이원 체제가 근간이다.
반면 사관학교 통합은 교육 단계에서 각 군의 칸막이를 없애고 장교 양성의 책임과 권한을 국방부 장관에게 집중시키는 통합군제식 구조다.
황성진 전 공군사관학교장(예비역 중장)은 지난 11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현행 군제는 '합동군제'인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은 '통합군제' 형태이기에 제도적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각 군 총장이 자군 특수성에 맞는 장교 양성 책임을 갖는 구조가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한미 연합작전은 이러한 '합동군 체제'의 정합성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 한국 육군과 미 육군, 한국 해군과 미 7함대, 한국 공군과 주한 미 공군이 군종별로 매칭돼 교리·통신망·무기체계를 표준화하는 구조는 연합 방위의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 군만 교육 단계를 통합군제로 선회하면 초급 단계부터 쌓아온 자군(自軍)의 정체성과 교리 이해도가 희석돼 미군 카운터파트와의 전문성 격차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2028년을 목표로 추진하는 전작권 조기 전환은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 한국군 주도 연합군사령부 체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 전작권 전환 계획은 합동군제를 전제로 하는데 사관학교만 통합군제를 전제로 통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합동작전은 중령급 임무 … 장교 경력 구조와도 불일치
장교의 실제 경력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부와 합참 전략기획부 출신인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육사 46기·예비역 육군 중령)은 "소위로 임관해 대령으로 전역할 때까지 약 30년간 복무하면서 자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기간이 95%에 달한다. 합참과 같은 합동부대에 근무할 기회는 5~10%에 불과하다"며 "장교 생활의 5~10%만 필요한 합동성을 위해 교육 과정의 50%를 할애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연합사를 포함한 주요 합동부대의 최저 계급은 중령으로, 합동성이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시기는 임관 후 약 20년이 지나서다. 역대 교육사령관들이 성명에서 "통합 또는 합동 작전은 고급 사령부급 임무로서 군에서도 중령급에서 교육하고 있다. 생도 때부터 합동성을 위한 통합을 한다는 것은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이에게 마라톤을 가르치겠다는 것과 같다"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기호 의원은 "합동작전은 최소한 업무 수행이 중령급에서 시작된다고 수없이 말해도 듣지 않는 국방부는 달나라 국방부냐"고 비판했다.
군종별 전문성 훼손 우려는 공군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황성진 전 공군사관학교장은 "3~4학년 2년의 기간은 조종사에 적합한 정신력과 공중환경을 견딜 수 있는 신체, 미래 항공우주군을 이끌 지성을 함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재의 4년 과정을 2+2 모델로 쪼갤 경우 전반기 2년 동안 공군 특유의 훈육과 훈련에 공백이 발생한다. 미래 자원 양성 자체에 제동이 걸린다"고 경고했다. 숙련 전투조종사 양성에 최소 32개월의 훈련과 약 10년의 비행 경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군 조종사 출신 예비역들의 일치된 증언이다.
이기식 전 해군사관학교장도 지난 13일 뉴스투데이 기고에서 "사관학교 1·2학년은 장교로서의 정체성, 군종별 전장 감각, 조직문화, 훈육 체계, 리더십의 기초가 처음 형성되는 시기"라며 "강한 합동성은 약한 정체성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육사=내란' 프레임의 정책화 … 사법 책임을 제도에 전가
반발은 사관학교 관계자들을 넘어 노원구 지역 주민으로까지 확산됐다. 육·해·공사 총동창회와 역대 육군참모총장 13명, 역대 육사교장, 역대 교육사령관 12명이 잇따라 성명을 냈다. 지난 8일에는 3군 총동창회가 46개 단체 2000여 명과 함께 국회 앞에서 사상 첫 공동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정부가 누적된 반발에도 통폐합을 추진하는 배경은 12·3 비상계엄 단죄에서 나온다. 계엄에 육사 출신 지휘부 일부가 가담한 만큼 육사 중심의 장교 양성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이며, 사관학교 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오른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계엄 가담은 특정 지휘부 개인들의 위법 행위로서 중징계와 형사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지 교육기관의 학제나 입지가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가담자 처벌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성 체계 전체를 재설계하는 것은 개인의 죄를 제도에 전가하는 격이며, 계엄과 무관한 생도와 미래의 지원자, 국민이 그 비용을 치르게 된다.
이러한 전제가 이미 인사에서 정책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정황은 국방부 보도자료에서 확인된다. 국방부는 지난 1월 9일자 장성급 인사에서 "육군 소장 진급자는 비육사 출신이 이전 진급심사 시 20%에서 41%로, 육군 준장 진급자는 비육사 출신이 25%에서 43%로, 공군 준장 진급자 중 비조종 병과 비율은 25%에서 45%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명시하며 출신 구성비를 인사의 성과로 제시했다. 지난달 인사에서 육사 출신 중장 진급자가 나오는 등 일률적 배제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진급 심사마다 출신 비율을 발표하는 조직에서 출신의 원천인 사관학교를 통합해 그 구분 자체를 지우는 개편이 교육적 판단인지 정치적 판단인지에 대한 물음은 피할 수 없다.
▲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도심 내 공공 부지 활용(4만3500가구), 신규 공공주택지구 조성(6300가구), 노후청사 복합개발(9900가구) 등으로 약 6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태릉 개발과 맞물린 부동산 논리 … 노원구 주민들조차 반대
사관학교 통합과 육사 이전 논의가 태릉 개발과 얽혀 있다는 점은 정책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29일 육사와 담장을 맞댄 태릉골프장 부지 등 도심 공공 부지를 활용해 약 6만 가구를 공급하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태릉골프장과 육사 부지를 합치면 1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 상태다.
'육사 태릉 캠퍼스' 폐교를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부동산 토론회 브리핑에서 "10억 원짜리 주택이 12억 원이 되고, 12억 원이 14억~15억 원으로 오르고 있다"며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로 이를 막는 것이 청년들을 위한 일이냐는 고민이 있다"고 말하는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청년 주거난 해소라는 정책실의 공급 구상과 태릉 육사 부지를 단계적으로 비워내는 이번 추진안이 맞물려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주택 공급 명분은 정작 이해당사자인 지역 주민도 거부하고 있다. 회원 2000여 명의 노원구아파트연합회는 지난 7일 성명에서 "국방부가 육사를 지방으로 강제 이전시키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는 데 대해서 분노한다"며 상시 정체 상태인 지역 교통 여건에 대한 대책 없이 아파트를 짓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릉 화랑대 교정에는 국가 공인 현충시설 12개가 자리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생도 1·2기는 피난 대신 총을 들고 전선으로 나가 교정과 불암산에서 싸웠고 213명의 전사·전상자를 냈다. 역대 교육사령관들이 성명에서 이곳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한 정신적 공간으로 보존돼야 할 곳"이라고 호소한 이유다.
▲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사실상 불가역적인 사관학교 통합 … 국익 기준으로 따져야
사관학교 통합은 한 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실패했을 때 잃는 것은 예산이 아니라 장교단의 양성 기반과 각 군의 전장 문화, 한미동맹 운영의 토대다. 사관학교 교육에 문제가 있다면 개혁해야 하지만 개혁의 필요성이 곧 통합의 정당성은 아니다. 
계엄 단죄와 태릉 개발 논리가 결합한 이번 개편이 국방 백년대계를 위한 개혁으로 귀결될지, 징벌과 부동산 정책이 결합한 실험으로 기록될지는 16일 발표 이후 공청회와 국회 검증에서 가려지게 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개편이 군제와 한미 연합작전, 전장 전문성, 장교 양성 체계와 태릉이라는 상징적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따지는 냉정한 검증이라는 것이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