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이크를 움켜쥔 모습.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해 국회 일정을 2주째 보이콧한 가운데 민주당은 원 구성 지연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며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협상 교착의 핵심 원인인 '상임위원장 독식' 문제를 민주당이 풀지 않는 한 원 구성 정상화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고수하는 한 여야 협상도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조정식 국회의장이 제시한 원 구성 협상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야는 전날에도 조 국회의장의 주재로 만나 약 30분간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2+2 회동'을 열었으나 끝내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원 구성 지연에 따른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이렇게 원 구성 협상이 안 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라며 "국민의힘이 조속히 협상에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형사소송법 개정(보완수사권 폐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 도입 등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시점에 원 구성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다만 "한편으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법사위에 들어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부분에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형소법 개정안도 다시 강행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사위원장은 본회의 상정 전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사위를 이끄는 자리로, 국회 입법 과정의 마지막 관문으로 통한다. 국회에서는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집권당을 견제하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취지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상임위원장 18석 가운데 11석을 단독 선출한 데 이어 법사위원장도 계속 맡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배분하는 기존 관례를 회복해야 원 구성 협상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고수한 채 야당에 협상 참여만 요구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소수 의석인 국민의힘으로서는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협상 참여만 압박하는 것은 '답을 정해 놓은 협상'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민주당이 요지부동의 입장을 유지하자 국민의힘은 협상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절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이번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더라도 제23대 국회부터는 원내 제1당이 먼저 국회의장을 선출한 뒤 제2당과 번갈아 상임위원장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상임위원장 배분 원칙을 법제화하자는 제안이다. 다수당이 상임위원장 배분 구조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러한 제안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다. 결국 협상은 다시 답보 상태를 반복했고, 원 구성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협상 타결을 원한다면 먼저 법사위원장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사위원장을 내놨으면 진작에 해결됐을 문제"라며 "원인을 제공한 쪽이 오히려 국민 피해를 운운하며 책임론을 펴는 것이 맞냐"고 성토했다.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국회 공백에 따른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핵심 법안인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심사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상임위 보이콧으로 해당 소위는 범여권 위원들만 참석한 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법사위에 들어가서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그렇게 됐을 때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이 발언권을 줬으니까 표결로 처리하겠다'는 것에 들러리만 될까 봐 우려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분간은 국회 원 구성,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는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 견고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