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경찰서. ⓒ정상윤 기자
자수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절도 피의자를 경찰서 밖으로 불러낸 뒤 긴급체포하고 관련 서류까지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병철)는 지난 14일 영등포경찰서 소속 A경위(40대)를 직권남용체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경위는 지난 5월 22일 특수절도 혐의를 받는 B씨가 자수 의사를 밝히고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했음에도 그를 경찰서 밖으로 불러낸 뒤 긴급체포한 혐의를 받는다.
A경위는 이후 긴급체포 경위를 허위로 꾸미기 위해 "탐문수사 중 길거리에서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해 긴급체포했다"는 내용의 긴급체포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검찰은 B씨가 훔친 현금 80만 원을 이미 영등포구의 한 오락실에서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럼에도 A경위는 이를 마치 B씨로부터 압수한 것처럼 압수조서와 압수수색·검증영장 신청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범행 후 자수하기로 마음먹고 영등포경찰서 강력팀에 출석했다가 A경위의 연락을 받고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이후 A경위는 경찰서 밖에서 B씨를 긴급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 5월 28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된 뒤 조사 과정에서 "자수하기로 하고 경찰서에 찾아갔는데 A경위가 밖으로 나오라고 해 나갔더니 갑자기 긴급체포됐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참고인 진술과 통화내역, 경찰서 출입기록 등을 확보한 결과 B씨의 진술이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일 B씨를 석방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긴급체포 요건이 충족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자진 출석한 B씨에게는 도주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당시 체포는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체포에 해당한다고 보고 A경위를 재판에 넘겼다.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A경위가 기소되자 즉시 대기발령 조치하고 업무에서 배제했다. 경찰은 A경위에 대한 감찰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