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미지는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올해 초 이재명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의지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대로 담긴 문장이다.
그런데 불과 반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정부가 정답을 다 알고 있다고 여기지 않겠다"며 국민과 전문가를 상대로 부동산 대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에게 답을 제시하던 정부가 이제는 국민에게 답을 묻고 있다.
토론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시장은 변하고 정책도 변할 수 있다. 오히려 부동산처럼 복잡한 문제일수록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먼저 답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하려는 것은 정책 수정인가, 아니면 예외를 더하는 것인가.
정부가 내놓은 금융 분야 토론 의제는 청년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 전세대출 규제 강화, 이주비 대출규제 완화다. 하나같이 중요한 주제다.
그러나 같은 토론회 안에서 어떤 대출은 풀고 어떤 대출은 조이고, 서로 충돌하는 목표를 어떻게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정부의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부동산 금융정책의 원칙을 유지하려는 것인가. 그렇다면 청년 대출 완화는 정책 방향의 '수정'인가, 아니면 기존 원칙 아래 둔 단순한 '예외'인가.
이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원칙이 바뀌면 시장은 새로운 기준에 적응한다. 하지만 원칙은 그대로라고 하면서 예외만 계속 늘어나면 시장은 원칙보다 예외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
시장은 이미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이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춘 뒤 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의 5억~6억원대 중저가 아파트에는 매수 문의가 몰렸고, 일부 단지는 불과 며칠 사이 호가가 2000만~5000만원씩 뛰었다. 지난해 0.47%에 그쳤던 노원구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올해 들어 6.28%까지 치솟았다.
이런 모습은 부동산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정부의 금융정책 전반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또 다른 목표와 충돌하거나 부작용을 낳으면 정책 자체를 다시 설계하기보다 예외와 특례를 덧붙여 대응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를 막겠다며 책무구조도를 통해 금융사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포용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며 면책 확대도 검토한다. 책임을 더 강하게 묻겠다는 것인지, 적극적인 금융을 위해 책임을 덜어주겠다는 것인지 시장은 다시 혼란스럽다.
정부가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것이 자연스럽다. 문제는 무엇을 수정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큰 원칙을 바꾸려는 것이라면 그렇게 설명하면 된다. 기존 원칙은 유지하되 청년이나 무주택자처럼 특정 계층에 한해 예외를 두겠다는 것이라면 그것 역시 분명하게 말하면 된다.
지금처럼 원칙과 예외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시장은 정부의 장기 방향보다 다음 예외가 어디에서 나올지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 
시장의 혼란을 가라앉히는 것은 임기응변식 여론 수렴이 아니다. 기존 원칙을 고집하든 과감하게 정책을 수정하든, 정부가 흔들리지 않는 정책의 이정표를 명확히 보여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