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에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김민석(왼쪽부터) 전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전청래 전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여부와 당대표 선출 방식인 선호투표제 찬반을 둘러싸고 당권주자들의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당내 파열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지난 주말 사이 선호투표제 도입 문제로 충돌했다. 김민석·송영길 의원이 선호투표제에 대한 당의 빠른 결정을 촉구하며 날을 세운 반면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정청래 전 대표는 친명(친이재명)계의 자신에 대한 공세를 사실상 '다구리'(몰매를 맞고 있다 속어)로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정 전 대표는 전날 한 언론사의 만평을 공유하면서 "두들겨 맞으면 많이 아프다. 잘 견뎌보겠다"고 적었다. 정 전 대표가 공유한 만평에는 '선호투표제로 갑시다'라는 제목 아래 김·송 의원 등이 있고 정 전 대표가 이들을 보며 "다구리인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표현돼 있다.
다만 정 전 대표가 몰매를 맞고 있다는 식의 만평을 공유한 데 대해 박범계 의원은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정 전 대표가 누구보다 세고 사납다"며 "정 전 대표가 쓸 표현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선호투표제는 사전에 1~3위를 뽑고 1순위 개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자를 바로 결정하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하위 후보를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3위 후보를 가장 선호한 각 투표자는 자신이 2순위로 명시한 후보에게 표를 배분하게 된다.
당 대표 선거가 '3강 구도'로 이어지면 2순위에는 반드시 친명계인 김·송 의원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친청(친정청래)계는 선호투표제를 두고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친명계는 선호투표제 도입을 찬성하는 분위기다.
'자기 정치'와 '책임 정치' 논쟁으로도 정 전 대표에 대한 당권주자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며 당 지지층도 분열되는 모습이다.
전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LDC)에서는 고민정·김민석·송영길 의원과 김보미 전 강진군의원 등 당 대표 후보 주자들이 정 전 대표를 집중 공세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정견 발표에 나선 고 의원은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와 관련해 신중론을 펼치면서 "선명성 경쟁, 이념적 당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책임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이끈 6·3 선거에 대한 책임론을 부각했다.
당권주자 중 최연소인 김 전 군의원도 "정 대표 시절 1년 동안 민주당은 미래의 문을 열지 못하고 과거의 문에 가로 막혀 퇴보했다"며 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행사 참석 배경에 대해 "후보 정견 발표인지 모르고 왔다"면서도 자신을 향한 집중 공세에는 "정당방위는 앞으로 계속해나가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정 전 대표는 주말 사이 여러 차례 페이스북 글을 올리며 자신을 향한 '자기 정치' 공세에 대해서도 맞불을 놨다.
그는 "최악의 자기 정치는 선거 때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하거나 남의 당 후보를 돕는 구태 정치"라며 "나는 억울한 컷오프로 공천 탈락했어도 당의 승리를 위해 더컸유세단을 이끌며 뛰었다. 선당후사했다. 누가 자기 정치를 했는가"라고 덧붙였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시각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장윤기 사건으로 여론이 경색되는 데다 당내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지만 강경론자들은 '완전 폐지'를 고수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법안에 대해 "발의된 법안의 내용을 보니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검사가 피의자 얼굴 한 번 못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경찰 조서만 보고 진술의 진위가 불분명해도 불러서 진술조사 한 번 해볼 수 없고 면담하더라도 그 진술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판사가 검경이 꾸민 조서에만 의존해 재판하던 시절의 '서류 중심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왜 개혁이라 불리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면 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검경 수사권 분리,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수사권 폐지는 수십 년간 논쟁하고 토론하고 숙의했다"며 "시간 부족이 아니라 의지의 부족이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지금 당장"이라고 적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신중론을 비판한 것으로, '의지의 부족'이라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사실상 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라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완전 폐지해야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