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토론회 때 보유세 인상 반대 의견이 많으면 세금을 안 올리는 건가요?"
지난 10일 점심식사를 같이 하던 한 건설사 관계자의 질문이다. 그는 이날 오전 청와대의 부동산 대토론회 개최 예고 뉴스를 본 뒤 점심 내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장 2주 뒤 대책이 나오는데 판 다 짜놓고 뭘 하겠다는건지..."라는 그의 푸념에 기자는 별다른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정부는 이번주 공급·금융·세제를 주제로 한 공개 토론회를 순차적으로 연 뒤 오는 23일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토론회 때 나온 의견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세제 개편안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뒤늦게라도 여론 수렴에 나선 것을 두고 요식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가 '보유세 인상'이라는 가이드 라인을 그려놓은 상태에서 토론회 때 나올 의견들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갑작스러운 부동산 토론회 예고에 물음표를 띄우는 것은 건설사 뿐만 아닐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세제 강화를 앞두고 앞두고 명분을 얻기 위한 절차일 뿐이란 비판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증세 군불 떼기 쇼'라며 날을 세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연초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예고하며 시장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촉발제가 된 것은 1월부터 시작된 대통령의 SNS였다.
대통령이 SNS로 특정 이슈와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정책실장과 국토교통부 장관, 국세청장 등 고위 당국자들 역시 SNS로 지원사격을 했고 이렇게 주어진 가이드라인을 각 부처 실무진이 충실히 이행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그랬고 등록임대업자 세제 혜택 축소, 보유세 인상 등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다주택자·임대업자를 '악마화'하며 시장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왔던 정부가 이제와 갑자기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하니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지는건 당연하다. 게다가 여론 수렴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23일 대토론회 후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2주 뒤에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다.
정말 시장 내 다양한 의견을 물을 계획이었다면 올해 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처음 언급한 시점에 토론회를 열었어야 했다. 토론회를 두고 요식 행위, 쇼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더군다나 이번에도 청와대는 세제 개편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그려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대통령은 엑스에 선진국 주요 도시 보유세와 한국의 주택 보유세를 비교한 기사 링크를 공유하고선 "저도 궁금했다"며 운을 띄웠다.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땐 "한국은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그래서 부동산을 많이 사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세제 개편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10일엔 "부동산에 대한 적정한 보유세, 실주거용 1주택과 비주거용 또는 다주택에 차이를 둘지, 추가 부담할 초고가주택은 얼마로 할지,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 등 주요 쟁점들을 미리 공지하면 국민적 토론에 도움이 되겠지요"라며 직접 토론회 쟁점들을 열거하기도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지난달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며 보유세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이번주부터 진행될 부처별 토론회가 제 구실을 할 지 의문이다. 이미 청와대가 정책 큰 틀을 짜놨는데, 부처별 장관 주재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리 만무하다. 정부가 직접 시장 여론을 피부로 느끼고자 했다면 장관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부처별 토론회를 주관하는 게 맞다.
시장 여론을 무시한 정책은 언제나 역효과를 낳는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만 한정했을 때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그랬고, 범위를 좀더 넓혀보면 탈원전 정책도 결과적으로 실패로 이어졌다.
과잉 규제 후폭풍으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과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또다른 규제는 시장을 일시적으로 억누를 뿐이다. 그 다음은 2차, 3차 집값 폭등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두겠다고 했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토론회가 될 것이라는 시장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라본다.